사실 요즘에는 메이크업에 전혀 힘 주는 추세가 아니라서

시즌별 신상들이 쏟아져 나와도 별 감흥 없이 넘기고 있다.

 

특히 아이섀도우는 정말 쓰는 제품 서너 개만 돌려 쓰고

색감과 펄감 강한 것에는 당최 손이 안 가게 되더라고.

그나마의 눈화장도 재미로, 실험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최소한으로, 초췌해보이지 않게끔, 하는 컨셉인지라.

 

그런 의미에서 -

로라메르시에 스모키 모브나 인챈티드,

토니모리 카푸치노, 베네피트 팅클드 밍크,

나스 포르토벨로와 아메리칸 드림 팔레트,

이런 색들만 주구장창 로테이션 시켜주고 있지.

해봤자 뉴트럴에서 플럼을 오가는 정도의 스펙트럼 ㅋ

 

그런데,

간만에 "필요"가 아니라 "욕망"을 자극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꾸뛰르 코스메틱의 끝판왕, 입생로랑의 2013 썸머룩.

 

 

 

 

 

사이즈 큰 사진이 없어서 오열하면서 일단 이걸로라도;

 

 

Yves Saint Laurent

Summer Look 2013

 

The Saharienne Heat

 

 

사하라 사막의 열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올해의 썸머룩.

사막의 낮을 연상시키는 따스하고 깊은 뉴트럴 톤에서부터

사막의 석양을 묘사한 화려하고 풍부한 바이올렛 톤까지.

 

그냥, 다 떠나서, 팬심을 마구마구 자극해주시는구나.

 

솔직히 - 입생 뷰티 라인은 서구 특화된 편이기 때문에

동양인의 얼굴에서는 그리 잘 어우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뭐, 나도 딱히 구매의 욕구가 있는 건 아니고-_-

 

하지만,

아름답네.

아름답잖아.

아름답습니다.

 

화보를 감상하기만 해도 뿌듯한 이 심경, 참 오랜만일세.

모델의 비주얼, 의상의 흐름, 탐미주의적인 장인정신까지.

이건 입생로랑 정도의 꾸뛰르 브랜드가 아니면 어려울 듯.

 

 

 

 

 

 

이번 컬렉션의 제품 라인업은 대략 이렇다고.

한정판 마라케쉬 선셋 아이섀도우 팔레트가 메인.

 

위에서도 말했듯이, 딱히 제품에 대한 구매의 욕구는 없다.

다만 애용품인 베르니 아 레브르 12호 코랄 컬러를 다 써가서

이번에는 유사한 계열의 31호로 재구매해볼까, 이 정도의 생각만.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별다른 구매 없이 이렇게 넘어가겠지만,

내 마음 속의 입생로랑 애정 지수는 이렇게 높아지는 거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내 취향과 필요에 맞는 제품이 출시되는 순간,

만사 다 제치고 달려가서 영혼을 바치게 되겠지.

 

어차피 고객이 원하는 마케팅이란 이런 거라고.

나를 기분 좋게 홀려서 지갑을 열게 해보렴, 이런 거.

 

 

하여간 고마워요, 입생로랑.

이런 아름다움을 창조해줘서.

 

 

 

 

 

 

 

덤으로,

이건 썸머룩과는 별도로 나온 듯한 꾸뛰르 아이 컬렉션.

속이 탁 트일 정도로, 블루블루한 색감이, 입생로랑답다 :)

 

저 개별 제품들의 색감 자체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룩 비주얼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덕후의 마음은 왠지 흐뭇하고 뿌듯하고 뭐 그렇다 -_-*

 

입생로랑이 한국에 런칭한 이후부터 베르니 아 레브르,

그러니까 소위 입생 틴트가 대중적으로 대박을 쳤는데

전부터 제품을 사용해오던 나는 왠지 마음이 비뚫어져.

 

제품이 워낙 잘 빠져서 다들 열광하는 건 알겠는데...

뭐랄까, 내게 입생로랑 뷰티의 이미지는 그런 게 아니야.

 

아름답지만,

쉽지는 않은,

드레스업의 느낌이랄까.

 

물론 베르니 아 레브르 립틴트는 나도 잘 쓰고 있다.

하지만 "입생 틴트 이뻐요 ^^" 라는 식으로 퉁치는 건

왠지 입생로랑의 예술 세계에 대한 모독 같단 말이지.

 

그래서인지 이렇게 고집스러운 룩을 볼 때야말로

"아, 입생로랑이구나..." 라는 기분이 드는 게 아닐까.

 

... 그래봤자 나도 일개 소비자인데 썰이 너무 거창한가.

 

 

 

 

암튼, 간만에 내 안의 덕심에 불 싸지른 입생로랑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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