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9
w/ 식도락가 Cho.
원래는 야근도 바꿔놓은 데다가 휴가까지 내놨었는데
빌어먹을 일정꼬임으로 인하여 휴가 취소에 야근.
인생 원래 이런 거라고는 하지만 정말 기운 빠지는 거지.
뭐, 기자 인생에 이 정도야 (짜증은 나도) 사실 별 일 아니지만
상황의 진행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스트레스 대폭발.
어쨌거나 선약을 걸어놓은 Cho님에게는 백배사죄하고
회사 들어가는 길에 만나서 장어를 쏘기로 결론.
둘 다 금요일 밤에 장어 먹고 나서 기껏 한 일들이 각각
야근과 음주... 였지만. (내 눈가에 고인 이것은 눈물인가요.)
주소 : 용산구 동자동 35-45
tel. : (02) 777-4380
서울역 맞은 편 게이트타워 뒤쪽.
대우정 골목 안으로 직진하다 보면 왼쪽.
서울역 11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쭈욱- 와서
길 건너면 대우정 골목이 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동네 목욕탕 1층에 있는 완전 허름한 식당.
그러나 저녁 식사 시간에는 자리 없고 예약 꽉 차는 데다가
장어가 다 떨어지면 그냥 맘대로 문 닫아버리신다는 설도 있더라.
결국 - 먹고 싶으면 부지럼 떨면서 가야 하는 거.
실로 서울 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는 장어 맛집으로
이 자리에서만 한 20년 넘게 영업하셨다고 하더라.
난 처음 가봤지만 아는 사람들은 이미 익히 다 알고 있는
서울 시내 소금 장어구이 명가 중 하나로 알려져있음.
예전에 먹어본 다른 장어들과 비교해보는 맛이 있었다.
그런데 파주 반구정이나 고창 풍천 장어는 다 양념식인데
이 일미장어는 드물게도 양념 없는 그냥 생구이 타입.
... 그만큼 장어 자체의 맛으로 승부한다는 거다.
간장구이 & 고추장구이 장어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네.
다음 목표는 충무로 장추의 간장구이 장어! ㅋ
파주 반구정 나루터집 후기 :
http://jamong.tistory.com/31
고창 풍천 선운사 동백식당 후기 :
http://jamong.tistory.com/588
다시 일미장어로 돌아와서 -
다른 말 다 제끼고 바로 장어샷으로 :
사실 이 날 카메라 노출 설정을 잘못해서 색감 다 날아갔다 ㅠ
사진 제대로 찍으러 다시 가야 하나... (결론 왜 이래.)
어쨌든 이렇게 양념 없이 소금간만 살짝 한 생장어-
식당도 허름하고, 서비스도 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장어는 정말, 진심, 매우, 엄청 실하다.
인정.
장어 자체도 싱싱하고 살이 토실하게 잘 올라 있는 데다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정말 잘 구워주신다.
장어 특유의 냄새가 거슬린다든가, 느끼하다든가,
그런 미각적 부작용 따위는 전혀 없이 맛나기만 합디다.
메뉴는 장어, 장어, 그저 장어.
몇인분인지만 말하면 된다.
2인분 시키니 4만원 나오더라.
... 이 사진 내가 찍은 건데 왜 난 이거 보고 침 나오지...
신혼 신랑에게 양보해줘야 한다는 장어 꼬리.
... 우리는 해당 사항 없으므로 무념무상 상태로 섭취해줌.
장어를 불판 양쪽에 올려놓으시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것 -
이름을 알 수 없는 모종의 찌개를 놓아야 하기 때문.
새우 및 각종 컨텐츠가 잔뜩 들어간 매콤한 찌개.
장어쌈이랑 한 입씩 먹어주면 궁합이 촘 마이 괜찮다.
찌개는 찌개대로 끓고.
그 옆에서 장어는 계속 지글지글 익고.
윤기 작살.
장어님 전신샷.
이렇게 싸먹어보아효.
평소에는 입에 안 댈지언정 장어 먹을 때만은 생강 1-2조각이 개념.
싸먹는 것도 좋지만 장어 고유의 맛을 느끼려면
그냥 따로 먹는 것 또한 필히 경험을 해야 할지니.
김치는 나오지도 않거니와 괜히 김치 바리바리 넣어서
장어의 맛을 망치는 우매한 짓 또한 하면 안 되리라.
이건 후반부에 나오는 장어 비빔밥용 밥.
비법 소스 (아마도...) 를 살짝 뿌린 상태로 나온다.
이렇게 야채와 남은 장어 쪼가리를 넣어서...
(찌개 국물은 넣지 말라고 하시네. 장어향 죽는다고.)
비벼준다.
맛은 상상에 맡기겠음.
장어뼈 튀김.
식사 다 하고 나서야 눈에 들어왔...
장어 굽는 모습도 슬금슬금 촬영-
아저씨가 아주 흔쾌히 촬영에 협조해주셔서 :)
지글지글 장어.
다소 무서운 -_- 날장어샷.
이건 차마 확대 못 하겠더라.
다 찍고 나서 감사합니다- 하고 물러나는데
아저씨가 진지하게 "숯불도 찍어야지!" 하시길래
바로 발걸음을 돌려서 또 열촬영 ㅋㅋㅋ
이 아저씨가 맛집 포스팅을 좀 아시네예...
그래서 숯불샷-
아닌 게 아니라 이 숯불이 그야말로 급 중요한 것이...
아무런 양념도 없는 그저 생장어 구이인지라
맛을 제대로 내려면 숯불향이 잘 나줘야 하거든.
스트레스 지수 상승하는
야근 금요일 저녁에
그나마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일미장어.
물론 나는 먹고 나서 숯불과 장어 냄새 폴폴 풍기면서
야근하기 위해서 편집국으로 터덜터덜 들어갔지만.
(...)
다음에 식도락 걸즈 모아서 다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