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창/양화, 이 쪽은 평소 내 동선과 도통 거리가 먼데
지난 달에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찾아간 적이 있다.
이번의 주 목표 중 하나는 : 숯불구이 장어 무한리필.
구룡천 (九龍天)
(02) 2679-0505
서울시 영등포구 양화동 153-8
위치는 참말로 애매하기 그지 없다.
양화동 자체가 워낙 나와는 동떨어진 데다가
식당 위치 또한 공항대로에서 염창 방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있어서 접근성이 꽤나 떨어진다.
결국, 차가 있어야 그나마 갈 만한 위치인 건데
메뉴 특성상 술을 먹게 되는 집이라 그것도 곤란;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이고, 어쨌든 장사는 잘 되는 듯.
날씨만 허락한다면 염창역에서 슬슬 걸어가도 된다.
다만, 내가 갔던 날은 칼바람이 죽도록 불던 날 ㅠㅠ
골수가 냉동될 것 같은 추위를 뚫고서
식당에 도착하니 우리가 저녁 첫 손님이더라.
... 하긴, 금요일 저녁 6시도 되기 전에 갔으니...
우리는 그냥 홀 한가운데에 퍼질러 앉았지만
안쪽에 각종 규모의 단체손님용 방도 있었다.
담백하고도 구수한 숯불 냄새가 난다 했더니
식당 한 옆에 이렇게 장작으로 피우는 불이 :)
메뉴와 가격표입니다.
민물장어 1마리 27,000원
바다장어 16,000원
바다장어 무한리필 29,000원
바다장어 소주 무한리필 34,000원
점심 장어 정식 19,000원
내가 고른 건 당연히 소주까지 무한리필 -_-b
난 그루폰 쿠폰을 이용해서 20% 할인 받았다.
사실 소셜 할인율 20%이면 간에 기별도 안 가는데
이건 특별히 할인을 많이 받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오, 이런 데도 있구나! 가봐야지!" 라는 개념이지.
채썬 생강에서 확 느껴지는, 장어의 예감.
그리고 아스라하게 느껴지는, 소주의 예감.
난 소주보다는 청하 취향인데 아쉽게도 없더라.
별 생각 없이 먹었는데 매우 맛났던 매생이죽!
호, 장어만 맛있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왔건만...
매생이죽 퍼묵퍼묵하는 동안에 준비된 숯불.
불 준비하면서, 그리고 장어를 구우면서 내내
서비스가 매우 후해서 더더욱 마음이 편했다.
장어님들 등장!
내가 여태 먹어본 장어는 대개 토막으로 손질해서
불판에 올려놓던데 여기는 정말 통으로 굽는다.
직원분이 내내 옆에서 굽고 자르고 뼈 발라내고
먹기 좋게 손질해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음!
... 장어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주문한 계란찜...
돼지고기든, 소고기든, 대창이든, 장어든 간에
난 계란찜이나 찌개 등 사이드가 꼭 있어야 하기에;
이거 내가 먹은 장어고, 내가 찍은 사진인데도,
다시 보니까 맛나보이고 부럽고 뭐 그러네???
사실 "장어 무한리필" 이런 문구에 늘 혹하지만
장어라는 음식의 특성상 많이는 못 먹는다.
첫 입은 맛있지만 먹다 보면 느끼하고 짜서;
그런데 이 날 구룡천에서 먹은 건 민물이 아니라
"바다장어" 를 소금 양념만 해서 숯불에 구운 거라서
먹어도 속에 부담이 없고 매우 담백한 것이 특징!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달달하고 느끼한 맛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난 이게 더 좋구먼.
주문할 때마다 저렇게 2마리씩 내오는데 양이 꽤 많다.
그렇게 리필하고 리필해서 결국 둘이서 6마리를 먹음.
(하지만 내가 먹은 건 약 1.5마리라고 주장하고 싶네!)
사장님 추천대로 생강과 함께 간장 깻잎 조림에 싸서!
장어 자체가 짜지 않기 때문에 균형이 맞는다.
장어는 낼름낼름 잘 먹지만 꼬리는 아직 적응이 안 돼;
꼬리는 너 먹어. 많이 먹어. 6개 다 먹어.
아아, 칼바람 뚫고 미친듯이 걸어온 보람이 있었어.
기분 좋은 휴무일에 더더욱 기분 좋은 식사였지.
꼭 할인이 아니라도 저 가격에 저 무한리필 구성이면
언제고 다시 가도 결코 돈 아깝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장어도, 술도, 잘 먹는 일행들과 함께라면.
보다 서울 시내 쪽에 있었더라면 더 비쌌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