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특히 산정호수나 명성산 주변에는 카페가 많고도 많겠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갔던 곳을 소개해본다. 사실 포천은 가을이 성수기라서, 이런 한겨울에는 문 닫은 곳도 많고, 식당가 밀집 지역도 분위기가 영 휑한데, 개중에서 그나마 활기가 느껴지는 곳이었음.

 

점심 먹고 나서 적당한 카페를 찾고 있었는데 그럴싸한 곳들은 다 산정호수 주차장 너머에 있어서 입장료가 있네 마네 하고 거리 또한 멀었다. 그냥 주차장 주변에 있는 아무 카페나 가지 뭐, 라면서 허름해보이는 카페 주변에 기껏 주차를 했는데, 알고 보니 폐업했고... 이런 식으로 방황하다가 갑자기 발견한 곳이다. (산정호수 주차장 남단, 차로 한 5분 거리?)

 

 

 

 

 

 

지도에 안내된 바로는 카페도 아니고 '전통찻집' 이래서 황토집에서 대추차 파는 곳인가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간판에는 cafe 라고 써있네. 여튼 일반 카페보다는 전통 발효차 등의 토속적 테마가 있는 편임. 사실 우리는 영업 중이며 주차가 가능하고 잠시 따끈한 걸 마시면서 쉴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겠지만! 알고 보니 차도 커피도 맛있어서, 결국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고 있는 거 아니겠어.

 

 

 

 

 

 

이건 나중에 우리가 나오기 전, 손님들이 좀 있는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우리가 들어갈 때만 해도 사람 하나 없이 내부는 찬 공기가 휑하니 불었었지. 이렇게 경양식풍(?) 홀에 테이블 좌석들도 있고...

 

 

 

 

 

 

이렇게 한식 마루방도 있다. 칸막이나 창호지 풍의 조명, 각종 도자기 소품 등 주인이 나름 신경을 쓴 구석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런 난데 없는 조합은 왜죠 ㅋㅋㅋㅋㅋㅋㅋ 한식방에서 내다보이는 거친 터치의 푸른 카우보이 ㅋㅋㅋ

 

 

 

 

 

 

거참 신기해서 나오는 길에 가까이서도 찍어봤음. 뭐랄까, 이 집 사장은 가게를 이윤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활동으로 하는지,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는 딱히 돈을 아끼지 않고 쓴 게 보이는데, 그와 동시에 취향이 종잡을 수 없는 듯. 혹은, 넘치는 예술적 영감을 주체하지 못한 건가효...?

 

 

 

 

 

 

여튼, 인테리어는 그렇다 치고, 좌석도 제법 널찍하고 (비록 한겨울 비수기인 데다가, 공간이 넓어서 좀 춥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차들이 하나 같이 맛이 좋았다. 그냥 대강 티백 담그거나 휘휘 저어서 내오는 차가 아니라, 이 집에서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다고 함.

 

아울러 도자기 판매도 하는 곳이라서 잔들도 손맛 나고 개성이 있음. (아, 이래서 카페는 그냥 취미활동으로 운영하는 건가. 안 그래도 정기 휴무일도 엄청 많던데.)

 

 

 

 

 

 

목에 좋은 모과차는 이렇게 주전자에 따끈하게 나온다. 너무 달지 않을까 잠시 우려도 했는데, 적당한 단맛과 새콤한 맛이 보드랍게 어우러져서 매우 만족! 시중에 파는 설탕덩어리 모과차 유자차들과는 맛이 다르구나.

 

 

 

 

 

 

'찻집'이래서 나는 차를 시켰지만, 남편은 커피를 시켰... 는데, 아??? 일단 커피가 아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사발 st. 잔에 나오는 건 차치하더라도, 맛이 좋다? 이 집, 커피 원두도 엄선하고 내리기도 잘 내린다? 직접 담그는 차야 그렇다 쳐도 커피에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난데없이 훌륭한 이 맛, 뭐죠?

 

 

 

 

 

 

기본 티푸드로 나온 유과와 과일 또한 '내가 고작 차 한 잔 마시는 이 값에 이렇게까지 누려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건만, 한참 앉아서 얘기를 하다 보니 이렇게 토스트까지 서비스로 내주신다.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유자청을 살짝 흩뿌린 게 이토록이나 잘 어울리는지 처음 알았어! 이건 집에서도 해봐야지! 우리의 유일한 문제는, 너무 배가 불렀다는 것... 흠흠.

 

 

 

 

 

평일에는 정오에 열고, 모든 5의 배수 날짜에는 다 쉬고, 카페 치고는 영업시간이 그리 빡빡하지 않다. 물론 도심이 아니라 포천 한갓진 곳에 위치한 곳이라 어차피 아침 일찍이나 밤 늦게 열 필요는 없겠지만. 여튼 분위기 자체가 아등바등 돈 벌려고 운영하는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소.

 

암튼, 성수기 비수기 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규모도 좀 있는 데다가, 나름 주요 지표인 산정호수 주변이긴 한데 완전 주차장 주변 붐비는 곳은 아니고 살짝 여유 있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가족 나들이객들 그리고 휴가 나온 듯한 군인들도 간간히 들르더라. 이런 한겨울 아니라 더 따스한 계절에는 사람들이 많을 듯.

 

 

 

 

 

 

그렇게, 포천 겨울 여행을 포근하게 마무리했네.

 

 

 

 

 

 

 

 

검색해보니까 포천에 '하늘별리'가 2군데 있는데

한 군데는 포천시청 주변의 비교적 시내에 있고,

우리가 간 곳은 여기, 산정호수 남단에 위치한 곳.

경기도 평화 교육 연수원 바로 옆에 붙어 있더라.

 

 

 

 

 

 

  

 

 

 

파주 체육 부부와 함께 1박으로 다녀온, 포천 여행.

2015년 11월의 늦가을 풍경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기억에 꽁꽁 얼어붙은 산정호수를 추가하게 됐네.

 

 

 

 

 

 

여유로운 마음으로 포천을 향해 출발! 유독 기온이 낮고 하늘은 청명한 겨울 날씨, 포천 여행에 딱이다. 어차피 숙소에서 쉬고 산정호수 산책이나 좀 하고, 주로 온천을 즐길 거라서 날씨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추우면 추울수록 온천욕이 즐겁고 산정호수의 겨울 풍경도 돋보이겠지, 라는 생각!

 

 

 

 

 

 

파주팀은 오후 늦게 오기로 해서 우리끼리 주변 탐사 겸 산책을 하는데, 아 이거 제대로 얼어붙었는데? 재작년 11월 말, 엄마와 함께 왔을 때에도 제법 한파가 닥쳤을 때라서 추운 기억이 가득한데, 그래도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는 추위와, 한 계절 동안 누적된 혹한과 얼음은... 차원이 다른가보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마저 꽝꽝 얼어붙어 있는 이런 풍경들. 그리고 방문객들마저 별로 없어서 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 우리만 있는 듯한, 기분 좋은 고립감. 눈 닿는 곳마다 북적이지 않는 이 시원시원한 여백. 모든 것이 얼어있거나 시들어있거나 말라있는 이 창백한 색감.

 

 

 

 

 

 

등산로 같은 산책길을 걸어올라가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마주한 산정호수는... 아, 이런 거대한 얼음판이 되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에 감탄하며 이 모습을 어찌 사진으로 담아낼까, 이런 즐거운 고민도 잠시... 말 그대로 '살을 에이는' 칼바람에 금방 카메라는 쏘옥 넣어버리고 패딩 모자까지 눌러쓰고 종종 걸어왔지.

 

11월 말 새벽에 만난 물안개도 신비로웠지만, 아예 통으로 얼어버린,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듯한 얼음호수도 압도적인 매력이 있구나. 올해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겨울 풍경이 없었는데, 이번 겨울의 기억은 바로 이거다. 차갑게, 고요하게, 얼어붙은 산정 호수의 풍경.

 

 

 

 

 

 

사진으로 보니 저게 다 얼음이라는 실감이 더 나네. 실제로 보면, '마땅히 물이 찰랑거려야 할' 호수가 미동도 없이 매끈하게 얼어붙어 있어서 기묘한 이질감마저 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때때로 들려오는, 쩌저적 얼음이 어긋나는 소리하며.

 

 

 

 

 

 

안 그래도 춥고 손 시린데, 니콘 FM2의 메탈바디 덕분에 더더욱 손마디가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체험하신 이 분... (그래도 제법 작품 몇 장 건지지 않았소!)

 

 

 

 

 

 

숙소로 돌아오는 길, 파출소 앞 인적 드문 골목에서 만난 오리들! 오동통한 자태로 얌전히 줄서있는 모습이 주변의 황량한 겨울 풍경과 대조되어서, 손 시린데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겨울은,

얼어붙은 가을.

 

 

 

 

 

 

개울가의 살얼음... 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조차 제법 두껍고 단단하게 얼어서 발로 쾅쾅 쳐도 깨지지 않을 정도! 물론 그렇다고 위험하게스리 밟고 올라선 건 아니고... 돌 위에 앉아서 운동화 뒷축으로 콩콩 쳐본 것 ㅎㅎㅎ

 

 

 

 

 

 

파주팀이 생각보다는 일찍 도착하여! 인근에 찜해둔 식당에서 뜨끈하게 두부전골로 저녁을 먹고 곧바로 온천으로 직행했지. 평소에 사우나는 갑갑해서 오래 못 있는다는 김갬을 시원한 노천탕의 세계로 인도하였음에 보람을 느끼는 바 ㅋㅋㅋ 아울러, 체육 부부에게 고급 사케의 매력 또한 전파하였음에도... 후후후.

 

 

 

 

 

 

과연 우리가 새벽에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정말이지 쓸데 없었다... 필요 이상으로 일찍 깨어버려서 따끈하게 드립백으로 커피도 내려 마시고 사과도 한쪽씩 나눠먹고서, 든든하게 무장하고 산정호수를 향한 새벽 산책을!

 

 

 

 

 

 

내가 찍었지만 참 예쁜 구도의 커플샷이로고...

잠이 덜 깬 이른 아침의 민낯을 보호해드림 ( '-')

 

 

 

 

 

 

오늘도 필카로 작품 생산에 열심이신 남편군 :)

 

 

 

 

 

 

이 크나큰 호수가 통으로 얼면서, 여기저기 얼음의 크기와 두께가 다르게 생성된다. 이에 따라서 경계선이나 무늬도 생기고, 때로는 얼음판과 얼음판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또 바람이 불 때마다 콰지직- 소리가 나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무늬가 생기기도 한다고! ㅎㅎㅎ

 

 

 

 

 

 

산봉오리 너머에서는 이미 겨울 해가 떠있다. 솟아오르는 해의 빛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어느덧 얼음에 비친 산의 자태가 더 밝고 또렷해진 것을 느낀다.

 

 

 

 

 

 

여전히 손 시렵게 하는 FM2의 메탈 바디...

 

 

 

 

 

 

이 날 아침의 얼음 호수 풍경을 단 한 장으로 요약한다면, 바로 이 사진이 아닐까. 다시 봐도 입김이 날 것 같은 그런 기분.

 

 

 

 

 

 

호수에서 한화리조트 방향을 향해 떨어지는 작은 폭포. 온 호수가, 모든 물이 얼어있는 듯 해도, 이 폭포만은 힘차게 콸콸콸 흘러내린다.

 

 

 

 

 

 

우리가 밤 늦도록 사케 마시고 수다 떨던 그 시간에, 개울은 한층 더 얼어붙었구나. 진짜 사람이 올라가도 안 깨질 판. 물론, 올라가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격동의 2016년을 지나 2017년을 맞이하여,

정유년이 시작하는 음력 설을 바로 앞두고...

 

눈에는 겨울 풍경을 가득 채우고,

마음에는 여유로운 기억을 가득 담아온,

 

포천 겨울 여행.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의 포천

Posted by 배자몽 여행기록장 : 2017. 1. 1. 17:30

 

 

 

2015년 11월 말에 엄마와 다녀온 포천 온천 여행.

그 당시에는 여행 다녀오자마자 바빠지는 바람에

사진 정리나 블로그 포스팅을 따로 안 했었는데...

조만간 포천 한화 리조트로 놀러갈 일정이 잡혀서

이참에 어언 1년이 넘은 이 기록을 새삼 꺼내본다.

 

 

 

 

 

 

그때 우리가 묵었던 곳은 바로 포천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점. 산정호수를 둘러싼 주요 숙소들 중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각종 시설도 과락 없이 구비되어 있어서 가족여행 숙소로도 제법 인기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한화리조트 중에서는 비교적 근래에 전면 리뉴얼을 단행해서 꽤 단정하다는 것 또한 장점. 마침 여기를 지인 통해서 할인 받을 수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그리고 엄마랑 가는 여행은 펜션보다는 리조트가 더 적절한 것 같단 말이지.

 

'방 깨끗하고, 목욕 실컷 하면 돼' 정도의 마음으로 예약했는데, 사실 만족도가 매우 컸기에 '포천 여행 다시 가면 꼭 한화리조트'라고 마음 먹었는데, 마침 올해 초에 파주 체육 부부와 함께 다시 찾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포천은 더운 계절보다 추운 계절에 더 매력이 있기에, 그리고 한화리조트의 꽤 훌륭한 온천 대욕장을 양껏 즐기려면 역시 겨울이 제격이기에, 이번 여행도 기대됩니다 >_<

 

 

 

 

 

 

우리 방에서 보이는 뷰는 이렇게 마운틴뷰..라기보다는 주차장뷰 ㅋㅋㅋ 그런데 방향이 다르다 해도 주변 지형 구조상 딱히 호수가 보이는 뷰는 없다. 산정호수 자체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구조가 아니기에. 그래서 별 불만도 없거니와, 어차피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온천에서 보냈지.

 

 

 

 

 

 

거실 외에 침실이 하나 별도로 있다. 방이 너무 따숩어서 더위 많이 타는 엄마는 중간에 깼던 것 같긴 하지만; 여튼 침대가 무지하게 편해서 파워 숙면 취했네. 산정호수 새벽 물안개 보겠다고 엄청 일찍 일어났는데 잠이 너무 달아서 못 일어날 뻔 ㅋㅋㅋ

 

 

 

 

 

 

'이번 여행에는 음식 좀 챙겨오지 말라니까'

'내가 많이 안 챙겨왔으니까 이 정도지 (당당)'

 

네 ㅋㅋㅋ 평소보다 자제한 건 인정요 ㅋㅋㅋ

 

 

 

 

 

 

정말 시리게 추운 포천의 늦가을 날이었는데, 그 공기 속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일단, 체크인을 했으니까, 어디 슬슬 점심을 먹으러 나서 볼까!

 

 

 

 

 

 

원래는 걸어갈 수 있는 주변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당시 생일자였던) 엄마가 꼭 손두부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결국 숙소로 돌아와서 차를 끌고 나섰다. 하지만 오가는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두부였음!

 

 

 

 

 

 

그려... 엄마가 좋다니까 된거지 뭐 ㅋㅋㅋ

참 맛있는 거 사드리는 보람 있는 분일세 ㅋ

 

 

 

 

 

 

두부 한상차림 비포 & 애프터...

찌개까지 하니 양이 꽤 많아서 손두부는 결국

포장해와서 밤에 숙소 방에서 안주로 먹었다-_-v

 

 

 

 

 

 

이 추운 계절에 (추울 때 나다니지 않음...)

손수 운전해서 (평소에 가급적 운전 안 함...)

엄마랑 단둘이 여행 온 나녀석... 기특하구나!

 

 

 

 

 

 

점심을 잘 먹었으니 이제 움직여줘야지!

산정호수로 내려가는 길의 풍경은 이렇듯

고즈넉하고 쓸쓸하고 어딘가 다소 아련하다.

 

여름 휴가철의 생기보다도,

가을 억새축제 때의 활기보다도,

이런 서늘한 외로움이 되려 더 매력적인 포천.

 

 

 

 

 

 

그 풍경의 고즈넉함에 대비해서 너무 신난 모녀 ㅋ

 

 

 

 

 

 

주변이 황량해도, 사람이 없고, 날씨마저 추워도,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이 풍경만으로도 행복하다.

 

 

 

 

 

 

점심으로 먹은 두부 정식으로 속은 따숩고,

공기는 시리게 맑고, 여행 기분도 양껏 나고,

신나서 힘차게 걸어가시는 그녀의 뒷모습 ㅋ

 

 

 

 

 

 

주변이 별로 개발이 되지 않은 덕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산정호수.

 

인근 주민이나 상인 입장에서는 아쉬울지 몰라도

오랜만에 이 조용한 풍경을 마주한 방문자로서는

이런 한결같음이, 고즈넉함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10월 억새축제 때는 미어터집니다요...)

 

 

 

 

 

 

아니, 뭐, 왁자지껄 억새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이렇게 억새 풍경은 충분히 만나볼 수 있는걸.

 

 

 

 

 

 

사진 촬영에는 언제나 적극 협조적인 문여사님 :D

 

 

 

 

 

 

그리고, 이때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첫 눈은 이미 내린 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5년 내가 기억하는 첫 눈은 이 순간이다.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고즈넉한 산정호수 둘레길,

그 시리게 찬 공기를 뚫고 물과 억새 위로 내린 첫 눈.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경계의, 포천.

 

 

 

 

 

 

헤헤 :D

 

 

 

 

 

 

이 춥고 손 시린 와중에도 내가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들을 실시간 와이파이 공유해드린 고로 ㅋㅋㅋ

틈날 때마다 친구들한테 자랑하느라 바쁘십니다 ㅋ

 

 

 

 

 

 

아, 보람찬 식후 산책이었어!

그런 의미에서 찐 옥수수 먹을래?

 

네? 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우리 점심 배터지게 먹었어...

 

 

 

 

 

 

그리고,

온천, 온천, 또 온천이었다.

 

뜨끈한 노천탕에서 노곤하게 앉아있다가

살짝 내리는 서늘한 빗방울도 맞이해보고

더워지면 잠시 나와서 돌 위에 걸터 앉았다가,

그렇게 몇 시간이고 질리지 않고 노닥노닥노닥.

 

역시 온천욕은 엄마랑 같이 하는 게 제맛이여-_-b

 

 

 

 

 

 

그렇게 말랑말랑 따끈따끈해진 상태로 방에 와서

각종 안주들을 꺼내서 우리 나름의 와인 디너를 :D

 

'거봐, 내가 이렇게 챙겨오길 잘 했지?

근데 이제 보니 뭐 더 가져올걸 싶고 그렇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합니다...

 

 

 

 

 

 

엄마가 여행 갈 때면 어디든지 챙겨가곤 하는

스테인리스 계량컵에 와인을 듬뿍 따라서 건배!

우리 이번 포천 온천 여행 완전 성공적이야 >_<

 

 

 

 

 

 

와인 다 마시고 술이 더 땡긴다고 하는 엄마의 요청에

밤 12시가 다 되어서 리조트 편의점에까지 다녀왔다...

 

사실 이미 배도 부르고 새벽 기상을 하려면 자야 해서

맥주 사와봤자 별로 못 마시고 남길 건 알고 있었지만

뭐 생일자가 땡긴다는데 맥주 사러 가는 게 대수랴 ㅎ

그것도 다 여행의 추억이고 함께 남기는 기억인 것을...

 

 

 

 

 

 

그 다음날, 알람까지 맞춰가면서 새벽 기상에 성공!

왜냐하면, 산정호수의 새벽 물안개를 꼭 보고 싶어서!

심지어 비장하게 일어났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서

아침에 드립커피까지 한잔씩 내려마시고 나왔다. 훗.

 

그리고,

눈부비고 일어나서 추위를 뚫고 나온 보람은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침 전 날 흩날린 눈발 덕분에 소복한 눈길에다가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듯 고요한 겨울 호수의 자태.

 

 

 

 

 

 

차갑게,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겨울철 호수의 물안개.

새벽의 풍경들이 사진에는 미처 다 잡히지 않았지만

이 장면이, 이 기억이,  내 삶에 남아서 참... 행복하다.

 

 

 

 

 

 

짜릿하고 벅찼던, 겨울맞이의 장면들.

 

 

 

 

 

 

좋다, 좋다, 정말 좋다.

 

 

 

 

 

 

아, 근데 엄마, 우리 둘 다 세수도 안 하지 않았음...?

 

 

 

 

 

 

호수를 한 바퀴 돌 때 즈음에 해가 완연히 떠오르면서

산과 호수에, 그리고 주변 공기에 새로운 빛이 감돈다.

아까의 새벽 어스름 어느덧 빛 속에 녹아 사라져있다.

 

그 스러지는 순간을 엿봤다니, 참 멋진 아침이 아닌가.

 

 

 

 

 

 

마치 언제 어두웠었냐는 듯이 말끔히 밝아오는 하늘.

 

 

 

 

 

 

사실, 한화리조트는 산정호수에 바로 붙어있어서

주차장을 가로질러서 바로 계단만 올라오면 되는데

지리를 잘 몰라서 '산정호수 주차장'을 네비에 치고

굳이 차를 몰고 갔는데 알고 보니 이렇게 코 앞이었...

 

뭐지 ㅋㅋㅋ 삽질한 건가 ㅋㅋㅋ 뭐 그래도 괜찮아!

걸어왔더라면 길지 않았던 매직아워를 놓쳤을지도!

 

 

 

 

 

 

... 그래도 다음에 다시 올 때를 위해 지리를 익힙시다;

 

 

 

 

 

 

벅찼던 새벽 호수 산책을 마치고, 다시 한번 온천욕을 실컷 한 다음에, 엄마가 먹고 싶다던 김미자 갈비집에서 알찬 포천 온천 여행을 마무리하였도다. 사실 이쪽 동네의 양념갈비는 내 입에는 좀 달고 짜고 자극적이어서 딱히 취향은 아닌데, 여행의 마무리 방점으로는 나름 괜찮았네. 엄마는 안 그래도 배불러서 식곤증 온다면서 냉면까지 시킨다길래 냉철하게 저지하였지...

 

 

 

 

2017년에 다시 만나게 될 포천은 어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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