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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09 갈 때는 봄, 돌아올 때는 겨울... 파란만장한 하남 자전거 투어; 12

 

 

 

요즘 올리는 포스팅들이 연이은 일본 여행 포스팅 그리고 그 이후로는 얼추 독서일기들 뿐이라서... 중간에 쉬어가는(?) 의미루다가 간만에 난데없는 일상잡기록. 그런데 사실 집을 나서서 1박을 하고 온 거니까 여행기록장으로 분류를 해야 하는 걸까. 여튼 어느날 뛰쳐나갔던 봄날(이라고 생각했던 날)의 자전거 대장정. (3/5-6)

 

 

 

 

 

 

주말도 없이 연이어 일하다가 드디어 제대로 된 주말, 게다가 월요일 대휴까지 쓰니까 세상이 다 내 것 같더이다. (난 고비 끝에 쓰는 대휴였지만, 월차 연차 남아돌고 휴가 사용이 자유로운 남편은 덩달아 걍 휴가-_-) 게다가 막상 별다른 일을 안 한 토요일에는 날이 이토록 봄스럽고 맑아서 그만 방심(?!)했던 걸까. 일요일에 갑자기, 난데없이, 조금은 충동적으로... 자전거를 끌고 무작정 동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돌아올 거 생각하지 말고, 부담없이 가는 데까지 한번 가볼까? 아예 미사리 조정 경기장까지 가는거야! 돌아올 만하면 돌아오고, 뭐 아니면 아무데나 숙소 잡고 하루 자고 오든지? 응??? 어차피 우리 둘 다 내일 쉬잖아!

 

가끔 20km 이상의 거리를 자전거로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동선이 주로 서쪽, 김포 현대 아울렛을 기점으로 했던지라 동쪽, 그것도 잠실을 넘어서 하남 남양주 권역까지 노려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간만에 느껴지는 봄 기운, 그리고 흔치 않은 월요일 휴가, 이런 날을 보내기에 딱 좋은 건수(?) 같아서 신나서 출발했다.

 

 

 

 

 

 

집 근처 당산중학교에서 자전거 바퀴에 바람 빵빵하게 넣고, 간 김에 포켓볼 충전도 빵빵하게 하고 (응? ㅋㅋㅋ 당산중학교 정문의 비석이 포켓스탑임 ㅋㅋㅋ) 뭔가 엄청 기운차게 조오타고 한강으로 출격!

 

 

 

 

 

 

가다가 잠실대교 부근 편의점에서 조우한, 세상에서 제일 속 편한 고양님. 기온은 다소 싸늘하지만 그래도 제법 포근한 봄볕을 쬐며 이렇게 늘어져있는 생물을 보고 있자니 우리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달려가는가,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ㅋㅋㅋ 어쨌거나 우리는 갈 길 간다 ㅋ

 

 

 

 

 

 

그런데 잠실을 너머 암사 권역으로 들어서면서, 나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위 사진은 그 권역 진입 전이고 ㅋㅋㅋ 해당 구간에서는 여유가 없었기에 사진 따위 못 찍음 ㅋ 암사에서 죽음의 오르막 구간이 있는데, 결국 중간 지점에서 GG 치고 자전거 끌고 걸어 올라감...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 조금만 더 요령이 있었으면 30%는 더 갔지 싶은데, 뭐 암튼 그때는 눈 앞이 아찔했음요...

 

그런데 여기를 넘어서고 나니까 또 서울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면서 제법 '어딘가로 나들이 나온 기분'도 나고, 내친 김에 더 가고 싶어지는 거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남까지 가자! 마침 고기 먹고 싶은데 하남돼지 본점 가서 저녁을 먹을까! 그 다음 행보는 먹고 나서 생각할까! 이렇게 되어서... 또 끝없이 동쪽으로, 하남으로, 하남 들어서는 동남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 유명한 하남 스타필드를 넘어서 하남돼지 본점까지 도착크! 물론 요즘 예전과 달리 고기가 땡기기도 하고, 그 중에서는 하남돼지 프랜차이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본점까지 찾아올 열정은 굳이 없었는데, 이렇게 얼결에 본점 투어까지 하는 극성 고객이 될 줄이야?! 게다가 우리가 도착한 게 약 4시 56분... 영업 개시하는 5시를 목전에 둔 순간이었음... 놀라운 건 이때도 이미 대기줄이 있었다는 점;

 

 

 

 

 

 

평소 같으면 뭔가를 기다리기까지 하면서 먹는 일 따위 없겠지만, 이 인근에는 뭐가 없는 데다가 오늘은 여기로 정해버렸기 때문에 ㅋㅋㅋ 기꺼이 기다려주었다. 그래봤자 뭐 한 5-10분 정도? 주말 피크 타임에 오면 30분은 넘게 기다릴 것 같은 포스였지만, 오픈 때 맞춰서 오니 이런 이득이 있근영.

 

 

 

 

 

 

갈매기살1, 목살1, 버섯구이에 계란찜... 으로 굳어진 우리의 주문 양상. 사실 갈비살 등이 포함된 세트 메뉴도 늘 눈여겨 보지만 딱히 우리 입맛이 아닌 데다가 양도 많아서, 그건 고기er 파티원이 있을 때를 위하여 보류해두기로 한다.

 

 

 

 

 

 

우리 집 인근 한강변에서부터 하남돼지 본점까지의 거리가 대략 37.7km, 총 소요 시간은 2시간 47분. 시간 의식하고 치열하게 간 게 아니라 중간에 멈춰서 슬렁거리기도 하고 오르막에서 걷기도 했더니 이렇게 되네. 기록 단축의 의지를 가지고 갔더라면 한 2시간 20분 되려나?

 

이 기록에 근거해서 돌아올 때도 엇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맞바람 더군다나 기온 급강하 칼바람이 불어서 망 ㅋㅋㅋ 날 좀 더 따뜻해지면 다시 가봅시다 ㅋ

 

 

 

 

 

 

하남돼지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동물성 단백질 식사를 하고 (어찌나 단백질인지, 밥도 면도 안 시키고 고기랑 버섯 계란만 먹음...) 집으로 바로 돌아갈지 어쩔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단 스타필드 구경이나 해볼까'가 되었다. 뭐 가는 김에 스타필드의 찜질방 영업 시간도 보고 말이야. (24시간 운영이면 여기에서 씻고 자고 그 다음날 귀가할 생각도 있었기에)

 

뭐 알고 보니 찜질방 운영은 밤 12시까지이고 아마도 워터파크는 더 일찍 닫는 듯. 그래서 포기하고 쇼핑몰 구경이나 하는데 사실 사이즈가 크고 동남권 최초이자 최대의 복합몰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일 뿐, 컨텐츠는 그리 새로울 게 없습디다. 개중에 조만간 영국의 드럭스토어 브랜드인 부츠가 입점 예정인 게 특이사항 정도? 그래서 어슬렁거리다가 결국 따끈한 음료에 디저트나 하러 갔다. 르타오는 압구정에서 인기 끈 카페인 걸로 아는데, 명성에 걸맞게 치즈 케익의 퀄리티가, 흠 상당하긴 하더라. 가격은 비싸면서 사이즈는 쪼매난데 많이 먹으면 질릴 맛이라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작게 내줄 거면 가격을 낮춰줬으면 싶지만 이거 만드는 공정 생각하면 또 그리는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여튼, 큰 흥미 없던 스타필드를 나서서 자전거 안장에 다시 앉아보니... 하, 밤바람이 그새 너무 싸늘한거지. 어이쿠, 안 되겠다. 이대로 서울까지 강행군하면 그대로 감기 걸릴 예감이라서 바로 포기하고 인근 하남시청 근처에 적당히 아무 숙소나 잡고 하루 쉬고 가기로. (혹여라도 이럴까 싶어서 간단한 짐은 챙겨갔지롱) 남편이랑 나들이 나오니까 이게 참 편하네. 오늘 못 들어간다고 집에 전화할 필요도 없고 ㅋㅋㅋ

 

'잠만 자면 된다'는 마음으로 아무데나 갔는데 의외로 신축이고 청결 관리 상태로 무슨 상도 받았다고 하고 가격마저 저렴해서 '뭐지, 하남 좋은 곳이다, 가끔 놀러올까' 이런 소리들을 지껄이면서 인근 편의점에 캔맥주 사러 다녀왔음. 또 가는 김에 포켓볼 충전하고, 서울에는 잘 안 보이는 하남시 특화(?) 포켓몬들도 좀 잡고-_-*

 

본격적으로 '여행 갈거야' 라고 나섰던 여정이 아닌데 이렇게 생각지도 않게 여행 같은 주말로 이어져서 더더욱 신났던 시간들. 사실, 이렇게 자전거 타고 우연히 흘러와서 하룻밤 자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다른 여행지들을 다 두고 굳이 하남에 와서 식사를 하고 숙박을 하고 또 이렇게 낯선 도시에 와있음을 느끼고... 이런 시간들이 있었을까.

 

별 거 아닌데, 우리는 매우 즐거웠다.

일상이 곧 여행 같다, 고 느낀 기억들.

 

이러고 숙소 돌아가서 뜨끈하게 씻고 캔맥주 따고 앉아서 케이팝스타 본방을 보다가 바스락거리는 침대에서 잠드는데 모든 감각이 완벽하게 행복했음. 후하하.

 

 

 

 

 

 

그리고 놀라운 건... 그 다음날이 월요일이라서 웬만한 식당에서 '평일 런치' 할인이 돼 ㅋㅋㅋㅋㅋㅋㅋ 숙소 바로 근처의 하남 쌈쟁이라는 샤브/월남쌈 집에 갔는데 세상에 이 모든 게 무한리필이며 가격은 인당 9,900원! 우와, 하남 좋은 곳이네 ㅋㅋㅋ 역시 종종 와줘야겠어 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뽀인뜨에서 감탄하면서 참방참방 챱챱 잘 먹었음...

 

 

 

 

 

 

잘 쉬고, 잘 먹고, 이제 다시금 집을 향해 나서는데... 미세먼지가 꽤나 있었던 전 날과는 달리 하늘이 파르라니 맑았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기온도 밤새 많이 내려가서 우리가 서울을 출발할 때의 날씨가 아니었어... 하지만 이때만 해도 아직 별 경각심을 못 느끼고, 풍경 좋다며 이렇게 사진 찍어대고 있었지...

 

 

 

 

 

 

남편이 연사로 찍어놓고 꼭 gif 파일로 만들라고 신신당부했던 장면들 중 일부. 실로 하남-암사 구간은 사람도 적은 데다가 자전거/인라인 도로도 잘 닦여 있고 물도 상수원 구간이라서 맑고 여러 모로 기분이 탁 트이는 멋진 곳이다. 서울 서부 경인 아라뱃길 등지에서 느끼는 나들이 기분과는 또 완전 다른 인상!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가끔 하남에 자전거 타고 가줘야 하나 싶을 정도.

 

 

 

 

 

 

하남 끄트머리에서 암사로 넘어가는데, 바람이 차다는 게 슬슬 느껴진다. 아, 뭐지, 이거 뭐지. 돌아가는 길에 역풍 불 건 알았는데 생각보다 빡세게 밀어대는 이 공기 흐름 뭐지. 에이, 아니야, 움직이다 보면 더워지겠지. 이 구간만 유독 바람이 좀 센 거겠지. 이러면서 불안을 잠재우고 열심히 달리는 나.

 

아냐 ㅋㅋㅋ 가다 보면 더 추워져 ㅋㅋㅋ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는 거 없어 ㅋㅋㅋㅋㅋㅋㅋ 넌 당산까지 가는 길에 몇번 헬게이트를 맛보게 된단다... 자전거를 길에 팽개치고 택시 타는 상상을 하게 될걸...?!!

 

 

 

 

 

 

무조건 첫 카페에서 따끈한 거 마시고 쉬자! 라고 외쳤는데 그 첫 카페라는 게 하남 암사 다 넘어서 잠실대교까지 와서야 등장하게 된다. 평소에는 엔젤리너스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브랜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자녀. 여기에서 일단 생명력을 그러모으고 갑시다;;;

 

 

 

 

 

 

내가 한라봉 청귤티를 호록거리면서 원기옥을 모으는 동안, 미러 선글라스 셀카(?)를 찍으신 남편군. 그는 자전거 체력이 나보다 좋은 데다가, 날씨 영향도 덜 받는 편이고, 마스크까지 끼고 있어서인지... 별로 힘들어하지 않더라. (아, 그러고 보니 장갑은 손가락이 뚫린 걸 꼈을텐데? 대다나다...)

 

내가 자꾸 중간에 멈춰서 우리 여정의 발목을 잡은 것도 같지만, 이 칼바람에 어쨌든 왕복 8-90km를 완주했다는 점에 의의를 둡시다, 남편...

 

 

 

 

 

 

음? 이건 언제 찍었지? 내가 아니라 남편이 찍은 건가? 초상권 셀프 보호되신, 자전거 행인A님. 디게 씩씩하게 잘 가시네요. 뭐지, 나도 좀 힘내봐야할 것 가트다...

 

 

 

 

 

 

칼바람에 내가 헉헉거리니까 잠실종합운동장 부근에서 남편이 진지하게 '역 근처에 자전거 묶어두고 지하철로 귀가하자, 내가 차 갖고 나와서 자전거 픽업할게' 까지 제안했으나... 그러기에는 느므 아쉽고 또 자존심도 상하는거라! 그래서 꾸역꾸역, 쉬엄쉬엄,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나아갔다.

 

집까지 가서 잠실까지 차로 왕복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라 남편한테 그런 민폐를 끼치기도 싫고, 설령 정 못하겠어서 그런 유사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최소한 고속터미널/동작 인근까지는 가야 한다는 내 나름의 목표의식에... 죽어라 계속 밟았음 ㅋㅋㅋ

 

뭐 또 그러고 가다 보니까 바람이 뜸해지는 구간도 있고, 관성이 생겨서인지 어떻게든 가지더라고. 평소에 자주 오가던 동작대교를 넘어서니까 '이쯤 왔으니 이제 내가 알만한 그 거리만 더 가면 집인데 뭐' 싶어서, 끝이 보여서 또 힘이 나는 것도 있고.

 

그러나 어느 순간, 손에 부르르 떨릴 정도로 기 빨리는 걸 느끼고... 편의점에서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라면을 하나 끓여서 나눠 먹었다. 이때 먹은 이 몇 입의 라면이 막판에 필요한 그 한 줌의 힘을 준 것 같아. 생명의 물약 같은 거?!

 

 

 

 

하, 총 8-90km 정도의 거리, 특히 돌아오는 길은 난데없는 꽃샘추위 칼바람에 극기훈련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 마치고 집에 오니까 즐겁고 뿌듯해서 '다음에 날 풀리면 또 가자'를 외치게 되는, 마성의 자전거 투어였다. (정신을 못 차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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