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타이에서 몇 시간 빈둥빈둥 잘 놀고 난 후 저녁 먹으러 찾아간 곳. 합정 빠넬로. 사실, 남편이랑 외식할 때 파스타/피자집은 잘 안 가는 편인데 (왜냐면... 파스타는 그냥 집에서 휘리릭 만들어 먹기 쉬운 메뉴니까...) 여기는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일부러 찾아갔다.

 

나의 기대감의 근거는 : 입 짧고 취향 까다롭기 그지 없는 해룡이가 여기를 일컬어 합정 최고의 파스타 맛집이라고 해서... 이런 촘촘한 고기능성 필터가 세상 어딨어 ㅋㅋㅋ 얘가 그렇게 극찬을 했다면, 그보다 훨씬 무던한 내 입에는 당연히 맛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연 그러했도다-_-b

 

 

 

 

 

 

합정 주차장 및 롤링홀 근처의 골목에 있어서 오며가며 자주 보기는 봤지만, 해룡이가 극찬하기 전까지 너는 그저 내가 지나가는 골목의 풍경에 불과했다... 추천을 받고서 '아, 거기' 하고 인지를 하고 보니까 그제서야 비로소 이 집의 아늑함이 눈에 들어오더라.

 

 

 

 

 

 

별다른 일정이 없는 주말 저녁, 아로마 마사지 받고 따스한 실내에서 만화책 보면서 실컷 쉬다가 온 거라서, 이런 소소한 풍경들도 다 여유롭게 스며든다. 생각난 김에 글라스 와인도 한 잔 할까...?

 

 

 

 

 

 

테이블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서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일 듯! 우리는 대책 없이 그냥 갔지만, 다행히 딱 한 테이블이 직전에 비어서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의 갯수도 그렇지만, 공간의 배치 자체가 이렇게 중앙부에 화덕과 요리 공간이 더 주를 이루기 때문에 대규모 모임보다는 2-4인의 소규모 모임에 더 적합할 듯. 광활한 게 아니라 자그마해서 더 아늑하고, 와인 홀짝이면서 도란도란하기에는 딱 알맞은 분위기.

 

 

 

 

 

 

오늘은 '음주'로서의 와인이 아니라,

'오붓한 디너 데이트에 곁들임'으로.

 

 

 

 

 

 

프로슈토 샐러드... 였나. 내 이럴 줄 알았어. 그새 메뉴 이름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림. 여튼 이건 까프레제도 아니고 만조도 아니니까 아마도 프로슈토 샐러드겠지. 샐러드는 특별히 감흥이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재료들이 다 무던하고, 짭쪼름한 프로슈토와 상큼한 레몬의 조화가 꽤 괜찮았던 기억.

 

 

 

 

 

 

Tagliatelle al Ragu

 

오랜 시간 동안 볶은 고기와, 와인을 넣은 볼로냐 소스, 생면 딸리아뗄레... 로 만든 라구 파스타. 평소에는 미트/토마토 소스의 파스타보다는 해산물/오일 또는 마늘/채소 계열을 선호하는데, 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맛있었다. 맛이 그냥 '고기맛' 또는 '토마토맛' 이 아니라 보다 깊고 복합적이어서 한 입씩 음미하면서 먹게 되더라고. 무엇보다도 이 집에서 직접 반죽해서 만든다는 생면이 담백하고 탄력 있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었음.

 

그래, 이렇게 변별력 있는 맛과 식감이라면 굳이 나와서 이 돈 주고 사먹어도 좋아. '에이,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되겠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Maccheroni alla Bottarga

 

숭어알을 염장시킨 후 건조시킨 '보따르가'를 듬뿍 올린 마케로니 파스타. 이건 그야말로 '홈파스타와는 확연히 다른 재료와 맛'일 듯 해서 내가 고른 건데,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혀 끝에서 그 맛이 기억날 정도로 인상 깊었다. 염장 재료와 치즈 때문에 약간 짠 경향은 있지만, 그걸 극복할 정도로 재료의 개성이 담뿍 느껴졌지.

 

너무 푹 퍼지지 않게, 살짝 꼬들꼬들하게, 그러나 너무 설익지는 않게, 절묘하게 잘 익힌 원통형 마케로니 파스타의 충만한 식감. 여기에 비릿하지는 않되 고소하고 어류의 풍미가 살폿 느껴진는 숭어 보따르가의 이질적인 기억이 더해지니, 정말 '새로운 맛'이었다. 뭐, 집에서 캔참치 따먹듯이 일상적으로 숭어알 요리해 먹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로서는 충분히 새로운 미식 체험이었던 셈!

 

 

 

 

 

 

허기에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천천히 즐기고 기억해두는 시간.

 

 

 

 

 

 

 

 

피자와 파스타의 가격대는 1만원 중반대에서 2만원 후반대까지. 마르게리따 피자나 아라비아따 파스타처럼 재료가 단순한 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와인 가격대는 병당 3만원에서 6만원대까지, 글라스로 나오는 하우스 와인은 아마도 글라스당 8천원 부근이었던 듯.

 

 

 

 

 

 

빠넬로, Panello, 피자도우라는 뜻이었군. 나폴리 피자협회에서 재료와 기술을 인증받은, 정통 나폴리식 피자를 구현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파스타보다는 피자 쪽이 더 특기인 건가? 그런데 우리는 피자 말고 파스타만 먹었네 ㅎㅎㅎ 그런데 그 파스타 2종에서 이미 빠넬로의 반죽과 조리 실력을 느끼고 단박에 신뢰도가 형성되었어... 그러니까, 조만간 피자를 테마로 재방문해봅시다!

 

 

 

 

 

 

아로마 오일 마사지 받고 와서 얼굴 번들거리고 모발은 떡진 2인... 이 아니라 나만 그런 건가?! 여튼, 저녁식사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상태 불구하고 남편과 투샷을 남김 ㅋㅋㅋ

 

 

 

 

 

 

맛있게, 즐겁게, 여유롭게... 주말의 디너 데이트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 그의 등짝은 아름답군요. 그래봤자 어차피 공용 카드로 계산하는 거지만... 후후후... 이러고서 헤어지지 않고 같은 집으로 귀가하는 거 완전 좋다 :D

 

 

 

 

 

 

 

진짜,

제대로 만드는 집 맞다.

 

정통식으로 잘 만든 피자,

섬세하게 재료를 구상한 파스타,

아늑한 규모에 로맨틱한 분위기.

 

인정한다.

합정 빠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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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교동 400-22 | 빠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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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30 09:41 해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바로 그사람인데여, 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존맛이지 않습니꽈???

  2. 2017.04.02 23:32 imm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혼자 가서 먹어도 되는 분위기 인지 궁금!

2월의 2번째 주말, 2인의 시간들.

Posted by 배자몽 일상잡기록 : 2017. 2. 12. 23:59

 

 

 

개별 가게 후기 등은 별도 포스팅으로도 올릴 생각이지만, 일단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기 이전에 이번 주말의 기억들을 마무리하는 간단한 사진 일기부터 남겨둡시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바쁜 한 주를 보내고 맞이한 주말의 휴식이었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집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걸로. 좌측은 남편의 취향, 팬케익과 애플 컴포트. 우측은 나의 취향, 치킨 샐러드와 낫또. 그리고 공통의 분모로는 신선하고 따끈한 드립 커피. 고작 2인이면서 1인 1메뉴를 차리다니... 호화롭군. 후후후. (그래봤자 샐러드랑 낫또는 그냥 있는 거 꺼낸 것 뿐이지만?)

 

평일 아침에는 캡슐 커피로 만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차분하게 내려서 마시는 드립 커피를 대할 때면 유독 '주말 기분'이 들곤 한다. 원두 커피를 주로 공수하는 곳은 당산역 커피 지존 '수노커피' 여기도 별도로 찬양 후기 한번 써야 하는데!

 

 

 

 

 

 

날씨가 추워져서 그럴까, 이번 주 내내 '비엔나 커피'가 그토록이나 마시고 싶어서 이 날 운동 다녀와서 미적대다가 드디어 비엔나 커피 탐방을 나섰다! 합정역 지하에서 겨울 데이트 기분 양껏 내면서 오뎅꼬치도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먹고... 그런데! 이때부터 펑크의 연속으로, 가려던 카페들이 하나 같이 만석이거나 시끄럽거나 멀리 있거나... 물론 어차피 편하게 걷자고 나온 거니까 좀 멀어도 걸어가면 되는 거였지만, 그렇게 연달아 실패하면서 왠지 애당초 목적이었던 비엔나 커피 자체에 시들해져버렸달까;;;

 

 

 

 

 

 

'뭐지, 커피 집어치울까.'

'낮술이나 할까, 막막???'

 

이러면서 정처없이 걷던 와중에 문득 눈에 들어온 홍대 마사지 카페 '마이타이' (아, 물론 여기는 별도로 자세히 후기를 쓸 예정!) 예약도 없이 무작정 왔지만 혹시 되려나? 이렇게 털레털레 들어가봤는데... 빙고! 1시간 커플 아로마 마사지 가능에, 커피 간식 만화방 무제한 이용까지 포함! 와, 이 추운 겨울 주말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게 다 여기에 모여있었네? 아, 뭐, 카페 비엔나가 다 무슨 소용이람???

 

 

 

 

 

 

하, 만약에 오늘 본격적으로 '마사지 받으러 가자' 하고 나왔던 거라면 이토록이나 짜릿하진 않았을 거야. 세상이 다 따사롭고 편안하고 내 편인 것 같고 그러네? 이게 다 카페 비엔나가 나를 거부한 덕에 일어난 일이다...

 

 

 

 

 

 

1시간 녹작지근 마사지 받고 내려와서는, 만화카페 무제한 이용! 으악, 세상 행복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페 비엔나 따위 필요 없어!!! 환한 실내, 편안한 소파 자리에 앉아서 고전 만화책을 잔뜩 쌓아두고 급한 일정도 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노라니... 후, 더이상의 서술은 생략한다.

 

 

 

 

 

 

남편의 코난과 나의 유리가면 ㅋㅋㅋ 이 와중에 아로마 마사지 받아서 머리는 떡졌는데 뭐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다. 보송한 모발로 추운 거리를 정처없이 헤매이느니, 난 떡진 머리로 따뜻한 실내에서 마사지와 커피와 만화책을 즐기겠어 ( '-')b

 

 

 

 

 

 

심지어 저녁식사까지 완벽! 어디를 갈지 나름 고민을 하다가 1순위로 들어간 화로구이 집이 뭔가 우리 정서에 잘 안 맞았던지라, 내가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빠넬로'에 갔는데, 과연 충만한 맛입디다. 사실 파스타는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는 데다가, 엥간해서는 내가 만든 게 밖의 음식에 비해 내 입맛에는 더 잘 맞는지라, 결혼 후에는 파스타 먹으러 별로 안 다니는데, 여기는 과연 갈 만한 가치가 있었다. 과하지 않게 딱 한 글라스씩만 곁들여 마신 하우스 와인까지 모든 게 완벽 :)

 

 

 

 

 

 

토요일 브런치가 팬케익이었으니... 일요일 아침인 간장새우장 비빔밥??? 사실 재고 처리의 목적에 충실한 메뉴였지만; 설 연휴 때 엄마가 싸준 새우장이 내 마음의 숙제였는데, 새싹채소를 두르고, 새우장을 올리고, 국물을 끼얹어서 비빗비빗. 메인인 비빔밥이 짭쪼름 계열이니 반찬은 간을 하지 않은 버섯과 두부구이.

 

 

 

 

 

 

... 저렇게 잘 먹고서 남편군은 (또) 출장을 떠났다고 한다... 뭐, 역마살의 좋은 예라니까 정말. 그 와중에 또 출장짐 깔끔하게 꾸린 것이 뿌듯해서 사진 찍어둔 나. 음, 아름다운 균형이로고.

 

 

 

 

 

 

김포공항으로 남편 배웅을 하고 나서는, 광화문으로 날아와서 엄마와 함께 '훈데르트바서' 전시전을 관람했다. 원래는 평일 휴무 때 갈 생각으로 초대권을 아껴뒀는데, 당분간 일정 보아하니 평일 휴무 따위 없겠더군... 그래서 주말이지만, 날씨도 춥지만, 미루지 말고 갈 수 있을 때 가자! 라는 컨셉으로 모녀 출동.

 

 

 

 

 

 

솔직히 나는 예술적 식견도 없고, 건축에 대한 지식도 없거니와, 훈데르트바서도 이름은 들어봤지만 업적에 대해서 별 특별한 관심은 없었는데... 우연히 가게 된 이 전시 하나로 완전히, 송두리째, 그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단지 '색감이 화려하네' 라거나 '아이디어가 기발하네' 의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자연을 세상을 우주를 바라보는 이토록 멋진 시각이 있다니! 정말이지 그가 선보인 모든 예술작품과 이에 깃들어있는 일관된 세계관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멋진 기회를 선물해주신 당산동 주민느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정말이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해지게 하는, 그런 멋지고 가치있는 전시였다네.

 

 

 

 

 

 

조만간 나홀로 올레길 걷기 투어를 간다는 엄마에게 제주도 여행 서적을 사드리고, 전시 관람평을 여유있게 나누기 위해서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리던 와중에... 아, 맞다, 나 폴바셋 아이스크림 1+1 기프티콘 있었지! 그리고 바로 내 눈 앞에 보이는 폴바셋 매장... 이건 뭐 운명인가요. 선물받은 초대권으로 전시 관람하고, 기프티콘으로 아이스크림 누려주고, 뭔가 오늘 하루 공짜 인생 같고 엄청 이득 보는 것 같고???

 

 

 

 

 

 

저녁은 청계천 중국집 '원흥'에 가서 그 맛나기 그지 없다는 짬뽕을 맛보려고 하였건만 (그리고 일요일에도 영업한다는 글까지 확인하고 갔건만!) 아니, 이거 언제부터 일요 휴무로 바뀐 거여... 뭐 그렇지만 우린 그 짬뽕에 목숨 건 사람들은 아니니카! 바로 맞은편에 불이 환하니 켜져있는 '청키면가'로 직행해서 따끈하게 1인 1면하면서 즐겁게 모녀의 데이트를 마무리하였지. 후후후.

 

이 '청키면가'는 홍콩의 맛집 격이지만... 엄마는 홍콩에 아직 안 가봤고, 나도 출장으로 얼핏 들르기만 해서 그런지, 우리 둘 다 이 집의 에그누들을 먹고서 '홍콩'이 떠오른 게 아니라 함께 여행했던 '마카오'가 떠올랐다. 마카오 구 시가지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완탕 국수 한 그릇 들이키고 즐겁게 다니던 시간. 유명하다는 레스토랑들 다 제치고 뒷골목 기웃거리다가 찾아낸 정취 넘치는 식당에서 주문했던 채소 볶음.

 

그 맛의 기억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 신나는 여행의 기분, 눅눅하게 휘감기는 듯한 마카오의 공기, 비 개인 후에 바라봤던 촉촉한 산성의 풍경, 골목골목의 숨겨진 모습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이미 공유하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는 기억이란 이토록이나 멋진 것이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당산 주민느와 조우하여, 파주에 드라이브 갔다가 내 것까지 사왔다는 빵을 받아들고, 못다한 수다가 아쉬워 잠시 집에 들어가서 맑고 따끈하고 살짝 달콤하기까지 한 꿀차를 대접받고, 함께 지난 주말의 일본 여행을 되새김해보며 (고작 1주일 전의 이야기라니!) 주말의 막을 내렸다.

 

느슨한 듯, 가득 찬,

2월의 2번째 주말.

 

이런저런 둘만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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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14 07:14 아쿠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옷! 훈테르트바서 전시회가 있었군요..올해 직접 그동네(빈) 여행계획이 있는데 미리 전시회보러가야겠네요! 좋은정보 얻고갑니다~글 재밌게 봤어요~^^

    • 배자몽 2017.02.14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와아아아아아, 부럽습니다!!! 저는 훈데르트바서에 별다른 지식 없이 갔는데도 그의 세계에 흠뻑 빠졌어요! 전시를 계기로 친구들과 함께 장기 프로젝트로 오스트리아 여행을 기획해볼까, 이러고 있기도 하고 ㅎㅎㅎ (참, 전시는 3/12까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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