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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29 잘 만든 피자, 맛있는 파스타로 승부하는 - 합정 빠넬로 (Panello) 4

 

 

 

마이타이에서 몇 시간 빈둥빈둥 잘 놀고 난 후 저녁 먹으러 찾아간 곳. 합정 빠넬로. 사실, 남편이랑 외식할 때 파스타/피자집은 잘 안 가는 편인데 (왜냐면... 파스타는 그냥 집에서 휘리릭 만들어 먹기 쉬운 메뉴니까...) 여기는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일부러 찾아갔다.

 

나의 기대감의 근거는 : 입 짧고 취향 까다롭기 그지 없는 해룡이가 여기를 일컬어 합정 최고의 파스타 맛집이라고 해서... 이런 촘촘한 고기능성 필터가 세상 어딨어 ㅋㅋㅋ 얘가 그렇게 극찬을 했다면, 그보다 훨씬 무던한 내 입에는 당연히 맛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연 그러했도다-_-b

 

 

 

 

 

 

합정 주차장 및 롤링홀 근처의 골목에 있어서 오며가며 자주 보기는 봤지만, 해룡이가 극찬하기 전까지 너는 그저 내가 지나가는 골목의 풍경에 불과했다... 추천을 받고서 '아, 거기' 하고 인지를 하고 보니까 그제서야 비로소 이 집의 아늑함이 눈에 들어오더라.

 

 

 

 

 

 

별다른 일정이 없는 주말 저녁, 아로마 마사지 받고 따스한 실내에서 만화책 보면서 실컷 쉬다가 온 거라서, 이런 소소한 풍경들도 다 여유롭게 스며든다. 생각난 김에 글라스 와인도 한 잔 할까...?

 

 

 

 

 

 

테이블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서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일 듯! 우리는 대책 없이 그냥 갔지만, 다행히 딱 한 테이블이 직전에 비어서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의 갯수도 그렇지만, 공간의 배치 자체가 이렇게 중앙부에 화덕과 요리 공간이 더 주를 이루기 때문에 대규모 모임보다는 2-4인의 소규모 모임에 더 적합할 듯. 광활한 게 아니라 자그마해서 더 아늑하고, 와인 홀짝이면서 도란도란하기에는 딱 알맞은 분위기.

 

 

 

 

 

 

오늘은 '음주'로서의 와인이 아니라,

'오붓한 디너 데이트에 곁들임'으로.

 

 

 

 

 

 

프로슈토 샐러드... 였나. 내 이럴 줄 알았어. 그새 메뉴 이름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림. 여튼 이건 까프레제도 아니고 만조도 아니니까 아마도 프로슈토 샐러드겠지. 샐러드는 특별히 감흥이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재료들이 다 무던하고, 짭쪼름한 프로슈토와 상큼한 레몬의 조화가 꽤 괜찮았던 기억.

 

 

 

 

 

 

Tagliatelle al Ragu

 

오랜 시간 동안 볶은 고기와, 와인을 넣은 볼로냐 소스, 생면 딸리아뗄레... 로 만든 라구 파스타. 평소에는 미트/토마토 소스의 파스타보다는 해산물/오일 또는 마늘/채소 계열을 선호하는데, 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맛있었다. 맛이 그냥 '고기맛' 또는 '토마토맛' 이 아니라 보다 깊고 복합적이어서 한 입씩 음미하면서 먹게 되더라고. 무엇보다도 이 집에서 직접 반죽해서 만든다는 생면이 담백하고 탄력 있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었음.

 

그래, 이렇게 변별력 있는 맛과 식감이라면 굳이 나와서 이 돈 주고 사먹어도 좋아. '에이,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되겠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Maccheroni alla Bottarga

 

숭어알을 염장시킨 후 건조시킨 '보따르가'를 듬뿍 올린 마케로니 파스타. 이건 그야말로 '홈파스타와는 확연히 다른 재료와 맛'일 듯 해서 내가 고른 건데,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혀 끝에서 그 맛이 기억날 정도로 인상 깊었다. 염장 재료와 치즈 때문에 약간 짠 경향은 있지만, 그걸 극복할 정도로 재료의 개성이 담뿍 느껴졌지.

 

너무 푹 퍼지지 않게, 살짝 꼬들꼬들하게, 그러나 너무 설익지는 않게, 절묘하게 잘 익힌 원통형 마케로니 파스타의 충만한 식감. 여기에 비릿하지는 않되 고소하고 어류의 풍미가 살폿 느껴진는 숭어 보따르가의 이질적인 기억이 더해지니, 정말 '새로운 맛'이었다. 뭐, 집에서 캔참치 따먹듯이 일상적으로 숭어알 요리해 먹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로서는 충분히 새로운 미식 체험이었던 셈!

 

 

 

 

 

 

허기에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천천히 즐기고 기억해두는 시간.

 

 

 

 

 

 

 

 

피자와 파스타의 가격대는 1만원 중반대에서 2만원 후반대까지. 마르게리따 피자나 아라비아따 파스타처럼 재료가 단순한 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와인 가격대는 병당 3만원에서 6만원대까지, 글라스로 나오는 하우스 와인은 아마도 글라스당 8천원 부근이었던 듯.

 

 

 

 

 

 

빠넬로, Panello, 피자도우라는 뜻이었군. 나폴리 피자협회에서 재료와 기술을 인증받은, 정통 나폴리식 피자를 구현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파스타보다는 피자 쪽이 더 특기인 건가? 그런데 우리는 피자 말고 파스타만 먹었네 ㅎㅎㅎ 그런데 그 파스타 2종에서 이미 빠넬로의 반죽과 조리 실력을 느끼고 단박에 신뢰도가 형성되었어... 그러니까, 조만간 피자를 테마로 재방문해봅시다!

 

 

 

 

 

 

아로마 오일 마사지 받고 와서 얼굴 번들거리고 모발은 떡진 2인... 이 아니라 나만 그런 건가?! 여튼, 저녁식사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워서 상태 불구하고 남편과 투샷을 남김 ㅋㅋㅋ

 

 

 

 

 

 

맛있게, 즐겁게, 여유롭게... 주말의 디너 데이트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 그의 등짝은 아름답군요. 그래봤자 어차피 공용 카드로 계산하는 거지만... 후후후... 이러고서 헤어지지 않고 같은 집으로 귀가하는 거 완전 좋다 :D

 

 

 

 

 

 

 

진짜,

제대로 만드는 집 맞다.

 

정통식으로 잘 만든 피자,

섬세하게 재료를 구상한 파스타,

아늑한 규모에 로맨틱한 분위기.

 

인정한다.

합정 빠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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