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큐슈에서 번화한 도시인 데다가, 원체 먹방으로 알려진 곳인 만큼, 후쿠오카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스시'라는 항목으로 검색하면 필시 뜨는 2곳을, 우연히도 이번 여행에서 다 가보게 되어서 이 참에 비교를 해볼까 한다.

 

첫번째는 '100엔 스시'로 알려진 '우오베이 스시' 하카타점. 역에서 가깝기도 하고, 마침 우리 숙소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후쿠오카에서의 첫 식사지로 무던하게 선택되었다. 사실 원래 지인들의 평이 좋았던 효탄스시에 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본점은 텐진에 있지만, 하카타에 분점이 있음) 아무래도 대기줄이 긴 편이라고 해서 패스했다. 우리는 숙소 체크인 전이라서 캐리어도 끌고 가고 하는데 그 식당 하나 가겠다고 1시간씩 기다리는 건 좀 아닌 듯 해서 말이지. 대형 체인이어서 맛은 고만저만할지라도 동선이 편하고 대기줄이 없는 곳에 가겠다! 터치 스크린에 한국어 주문 기능도 있다고 하니 편하겠지!

 

두번째는, 바로 그 효탄스시 텐진본점. 굳이 여기를 찾아서 갈 생각까지는 없고, 그냥 혹시 몰라서 구글맵에 표시만 해뒀는데, 마지막 날 텐진에서 점심을 안 먹은 채 2시가 넘어가니 '뭐 기왕 이 위치 이 시간이면 효탄스시 도전해봐도 되겠는데?' 싶어서 찾아간 게 적중했다. 마침 2시반 브레이크타임 직전의 라스트오더여서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점심정식 2인분 주문하고 세이프! 후후후...

 

여튼, 둘 다 대중적이면서 각기 다른 특색의 스시집들이니까 간단하게 소개를 해봅시다.

 

 

 

 

# 1. 우오베이 스시 (하카타점)

 

 

 

 

다이 좌석에 일렬로 앉아서, 터치 스크린으로 주문하는 게 특징인 우오베이 스시. 영어/한국어 기능도 제공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본어를 잘 못 하는 관광객에게 최적화된 구조랄까. (물론, 저렇게 구글 번역기 오역 같은 표현들이 나올 때도 있지만... 뾰루지, 대체 왜죠...) 스시는 물론, 사이드 디쉬, 디저트, 주류까지 한꺼번에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고, 다 먹고 나서는 계산서 정산까지 가능한 구조다. '현지의 아늑한 맛집에 온 기분'은 덜할 수도 있지만, 편리하고 효율적인 건 확실해.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 입에는) 충분히 맛있다!

 

 

 

 

 

 

스크린에 주문을 누르면 스시 접시들이 이렇게 기차(?)를 타고 슝- 하고 자리까지 배달이 되어 온다.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어서 신선도 면에서는 최고인 셈. 게다가 벨트 위를 빙빙 돌면서 '먼저 집는 자가 임자' 식으로 눈치게임할 것도 없이, 내가 주문한 건 나에게로 배달이 된다는 거니, 난 매우 속 편하고 좋았어 :)

 

 

 

 

 

 

첫 판부터 이것저것 눌러댄 결과... 달걀초밥은 워낙에 좋아해서 각자 먹자고 2개로 눌렀더니, 2점이 아니라 2접시가 왔네?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고, 둘 다 먹으면 되지 뭐? ㅋㅋㅋㅋㅋㅋㅋ

 

 

 

 

 

 

이것저것 시키다가 우니(성게알) 초밥이 좀처럼 안 보이길래, 내친 김에 우니가 포함된 10피스짜리 세트를 하나 시켜보았다. 호, 한번에 오니까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편하고?

 

 

 

 

 

 

물론 연어 참치 등은 여태까지 먹은 것과도 일부 겹치지만, 이 역시 어차피 좋아하는 맛인까 한 입 더 먹어도 상관은 없... 지만 이제 배가 불러오는 게 가장 큰 문제로고만.

 

 

 

 

 

 

왜냐면 우리 쪽은 스시 뿐만 아니라 술도 마셨기 때문이줴! 간만에 하이볼이 땡겨서 나는 하이볼, 히워니는 기린 생맥 시켰는데, 둘 다 마셔본 결론은 역시 나마비루가 먹어준다... 였음. 뭐가 됐든 여행지 도착해서 첫 식사에 첫 술, 심지어 메뉴들까지 너무 맛나서 신나게 들이켰다...

 

맥주와 연어/아보카도 계열의 초밥에 집중한 우리와는 달리, 민느/밍기 팀은 참치뱃살을 위주로 다양하게 먹는 거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여튼 넷이서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맛나게 신나게 배부르게 먹고서, 총액은 7,443엔 그러니까 7만원 중후반대로 나왔다. 우리 여행 일정 통틀어서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큰 지출이었는데 (모쯔나베는 정민느가 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스시를 이만큼 잘 먹고 인당 2만원이 안 나왔다는 거니까, 대만족!

 

게다가 '저렴하고 편리하니까 맛은 덜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물론 더 고급스럽고 맛이 섬세한 스시집도 물론 있겠지만, 이 대중적이고 달달한 맛의 스시도 우리 입에는 매우 즐거웠는걸.

 

일본어 구사가 잘 안 되는 사람, 인원이 많아서 가성비 좋게 초밥을 먹고 싶은 사람, 이 터치 스크린과 기차 배달 시스템이 재밌어서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 등등에게는 이 우오베이 스시도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다만, 평소에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를 자주 다니거나, 매 끼니의 맛에 기대하는 바가 크거나, 혹은 아늑하고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낫겠지.

 

우리 일행의 평점은 : 10점 만점에 8점은 될 듯!

 

 

 

 

# 2. 효탄 스시 (텐진 본점)

 

 

 

 

우오베이 스시가 왁자지껄하고 전자 주문 시스템이 갖춰전 대형 체인점이라면, 효탄스시는 그보다 자그마하고 아날로그하며 눈 앞에 주방장들이 초밥을 쥐는 모습이 보이는, 그야말로 좀 더 전통적인 스시야의 모습이다.

 

원래는 식사 시간에는 대기 1시간은 기본이라는데, 우리는 2시 20분 쯤에 갔더니 1-2분 안에 바로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들어가보니 과연 가게 규모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규모에 비해서 종업원 수는 넉넉한 편이었지만) 스시라는 게 인스턴트 음식도 아니어서 만드는 데에 시간도 걸리는지라, 피크아워에는 줄이 길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듭디다.

 

 

 

 

 

 

심지어 운 좋게 다이 좌석으로 안내받았다! 스사 접시가 테이블로 배달되는 것보다도, 바로 내 눈 앞에서 주방장이 쥐어서 바로 내주는 이런 걸 원했는데! 주문 마감 직전이었기 때문에 자리만 있으면 어디든 앉았겠지만 그 와중에 내가 딱 좋아하는 다이 구석 자리라니, 오늘 여기에 오게 된 것부터 해서 뭔가 일이 잘 풀리는데?

 

주문 마감까지 10분도 안 남았으니까 고민 따위 하지 말고 런치 정식으로 시킵시다. 980엔짜리 효탄정식과 870엔 점보정식이 있는데, 우리는 마끼 없고 달걀초밥이 있는 점보정식으로 결정!

 

 

 

 

 

 

주문까지 성공하고 나니까 여유가 생겨서 주방장들이 초밥 쥐는 것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우리의 성공적인 점심식사'를 양껏 기뻐했다. 물론, 혹자에 의하면, 비행기는 뜰 때까지는 뜬 게 아니고, 음식은 나올 때까지는 나온 게 아니라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촉촉 탱글한 초밥들이 금방 나왔는걸! 점심정식 메뉴라서 초밥 재료가 전형적인 데다가, 브레이크 타임 직전이라 그런지, 어쩐지 더 빠르게 서빙된 듯한 기분... 그릇 역할을 하는 저 나뭇잎 위에 기본 김초밥이 3개 얹혀 있고, 여기에 초밥 4개씩 총 2차례, 그리고 마지막 한 차례는 별도의 접시에 내어 주신다.

 

 

 

 

 

 

첫 판은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흰살과 붉은살 생선들로! 물론 내가 원체 좋아하는 계열이니까 맛은 좋았다. 사르륵 녹는 듯한 식감이 포인트. 그리고 이 맛이 과연 차별화될 맛이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하겠다. '미들-로우 급의 스시야인데, 재료 순환과 가성비 면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곳이다' 라고.

 

하나하나가 대단히 섬세하게 숙성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무던하고 대중적인 맛이랄까. 그와 동시에 순환이 원체 빠른 인기 식당이다 보니까, 재료도 차질 없이 관리되고, 특히나 점심 정식은 인당 만원 부근의 가격에 이렇게 모듬초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에서 최고점을 받을 만 하다.

 

우오베이에서는 이것저것 시키고 술까지 마셨는데 인당 2만원이 안 나왔다는 점에서 가격 만족을 했다면, 이 효탄 스시의 점심 정식은 이렇게 하자 없는 맛과 구성의 스시 오마카세를 1만원 가량에 즐길 수 있어서 대만족한 셈. 물론 저녁식사에 반주까지 곁들인다면 단가는 더 올라가겠지만, 점심식사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에는 두 스시집의 가격 만족도는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나에게는.

 

 

 

 

 

 

두번째 판은 새우와 조개, 한치 등 특수 어류 위주로. (저 위에 보이는 연어와 참치는 첫 판에서 내가 아직 다 안 먹은 거...) 특히나 이 판의 스시들이 맛이 달았다. 그게 입에 거슬리고 인공적인 단 맛이 아니라, 야들야들하게 잘 손질한 초새우/한치 등에서 오는 단 맛, 그리고 과하지 않은 양념과의 조화... 였달까.

 

 

 

 

 

 

마지막 판은 달달한 달걀초밥과 쫄깃 짭쪼름한 문어초밥으로 마무리! 딱 이렇게 초밥 12점이 나오는데 (기본으로 나오는 미니 김초밥 제외하고) 다 먹고 나면 딱 기분 좋은 포만감, 그리고 마지막 한 점이 남긴 약간의 달달함이 감돈다. 그와 동시에 '아, 정말 멋진 점심식사였어' 라는 생각도 함께.

 

'여기는 필수 코스'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1시간씩 기다려가며 이 집을 꼭 가야 한다는 소리는 못하겠지만, 여행지에서 발걸음 떠도는 대로 이렇게 운 좋게 들어오면, 필시로 기분 좋은 초밥 한 끼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우리의 텐진 일정에서 행운의 상징이었던, 효탄스시.

 

덧붙임. 시골이 아니라 후쿠오카 시내의, 제법 잘 알려진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서 현금 결제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번 신용카드 사용 제한을 겪었는데도 왜 우리는 그 다음에 간 디저트 카페에서는 카드 결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여튼, 일본 여행시에는 비록 장소가 도심이라고 할지라도 현금 구비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였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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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베이와 효탄의 차이점?

 

(1) 규모와 주문 시스템

우오베이는 상대적으로 큰 매장에, 터치 스크린 주문, 그리고 즉시 주문 즉시 제작 배달 시스템. 오붓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없지만 왁자지껄하게 후쿠오카 시내에서의 먹방을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일본어 주문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영어/한국어 지원되는 터치 스크린이 반갑기도 할테고.

효탄은 본점도 분점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니어서 좌석도 한정적이고 이에 따라서 대기줄도 길다. 나무 소재의 다이, 전통적인 스시야의 외형 등 포근하고 아날로그한 분위기는 장점.

 

(2) 가격은 엇비슷 (점심 기준으로)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우오베이는 여자 4명이서 실컷 먹고 주류까지 추가해서 7만원 후반대, 그러니까 인당 2만원이 조금 안 나왔고 (사실 술 안 마신 멤버들은 1만원 중반대까지도 떨어질 것 같다... 총액은 음주인들이 올려놓은 듯...)

효탄은 점심 정식이 870엔/980엔 그러니까 각 1만원 부근의 가격이니까, 결국 지출로 따지자면 우오베이와 크게 다른 건 아니다. 다만, 효탄은 이런 정식이 아니라 개별 접시로 주문하면 총액이 우오베이에 비해서는 좀 더 높게 나올 것 같긴 함.

 

(3) 맛... 은 어차피 개인의 취향...

솔직히 어느 쪽이 월등히 우월하다고 보기에는 애매한데, 굳이 따지자면 대량 생산하는 우오베이보다는 효탄이 식재료를 조금 더 세심하게 손질하는 감이 있긴 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숙성된 단 맛'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러나 우오베이는 대량 체제인 만큼 식재료 폭이 넓은 것이 또 장점이라. 맛으로는 어느 쪽의 압승은 아니었고, 둘 다 무던하고 대중적인, 그럼에도 밋밋하지는 않고 상당히 맛깔스럽고 만족스러운, 그런 초밥들이었다.

 

(4) 결국, 동선/대기시간/분위기로 결정...

그러니까, 후쿠오카에 머무는 동안 둘 중 한 군데에만 갈 수 있는데 어디를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각자의 동선과 여유시간 등에 따라서 결정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게 나의 사견.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 길게 기다릴 수 없다, 고 한다면 우오베이. 번잡스러운 분위기는 별로다, 난 식사시간을 살짝 피해서 가서 대기시간을 줄여보겠다, 이런 사람이라면 효탄.

 

 

 

 

 

 

 

 

 

  

 

 

 

여행 후기는 미루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번 일본 여행 후기는 후딱후딱 사진 위주로 얼렁 올려보자! ... 라고 해봤자 또 중간중간 말이 길어질 나 자신을 난 잘 알고 있지... 여튼, 중간중간 부족한 게 있더라도 발빠르게 업로드해버리자는 게 취지입니다요. 테마별 상세 후기는 필요시에 따로 쓰고, 일단은 2박 3일 일정을 하루씩, 시간 순서대로.

 

(같이 찍은 사진들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얼굴 공개 꺼리는 애엄마 둘은 스티커 처리하고, 뭐 초상권에 연연치 않는 블로거 민느양은 마구 실사 방출 ㅋㅋㅋ)

 

 

 

 

 

 

아기다리 고기다리 우리 여행 출발일!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어찌 되었든 드디어 떠난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야심차게 제주항공 체크인 데스크를 향해 직진하는 민느와 밍기. 문제는, 이 분들이 너무 직진만 하셔서 ㅋㅋㅋ 중간에 뒤에서 방향 설정을 해드려야댐 ㅋ 거기서 왼쪽이요, 잠깐 스톱, 저기서 에스컬레이터 올라가요, 등등... 실제로 동영상에서 '왼쪽이요, 왼쪽' 이라며 남편이 목소리 등장하셨지...

 

 

 

 

 

 

무사히 체크인 완료! 발권 대기도, 면세 픽업 대기도, 시간이 길어질 거라고 빡쎄게 예상을 하고 시간을 잡았던 덕에 중간중간에 깨알 같은 시간 여유가 생겼다. 이래서 일정을 짤 때는 앞뒤 빡빡하게 할 게 아니라, 여기저기에 버퍼를 둬야 하는 건가봐. 게다가 가장 우려했던 지방 거주자님도 예상보다 일찍 도착 예정이라고 하니, 기획자 및 인솔자(?)로서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요. 퓨퓨.

 

저 Tripful 매거진은 마침 첫 호가 후쿠오카를 주제로 발간됐길래 여행 이틀 전에 주문했다. 떠나기 전에 표지 한번 못 펼쳐보고 비행기 안에서 읽었는데 사이즈도 적절하고 편집도 여유롭게 잘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듭디다. 물론 딱히 거기에 기재된 정보대로 움직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출발 이틀 전에 난데 없는 대마왕 뾰루지가 애매하게 터지는 바람에 난 요모양 요꼴이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지. (사실 흔적이 저렇게까지 거대한 건 아니었는데, 최대한 회복을 시켜보고자 붙인 습윤밴드 사이즈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것도, 일본을 가는 것도, 심지어 후쿠오카 방문조차도 처음은 아니지만... 거의 15년째 알고 지낸 이 여자들과 함께 가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야! 졸업, 취업, 시험, 중간중간의 연애, 결혼, 육아, 진급 등 각자 인생의 중요한 시기들이 다 미묘하게 엇갈려서 동시에 'Go-!' 를 외치고 해외 여행을 훌쩍 갈 수 있는 시기는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고 일정이 바쁜 와중에도 촘촘하게 수다 떨고, 시간 내서 만나고, 때로는 함께 스튜디오까지 대여해서 사진도 찍고, 호텔을 1박 예약해서 함께 숙박하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교집합이 모여서, 드디어 함께 떠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심지어 4명 중 절반인 2명이 아기 엄마, 그 중 1명은 애 둘의 엄마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이번 여행은 즐거움의 총량이 100% 라면 그 중 51% 정도는 - 나의 동행자들의 행복이 나에게 투영되면서 스며드는 반사적 즐거움... 이었다. 요컨대, 니가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아!

 

 

 

 

 

 

그리하여, 누군가는 야근하느라 미뤄둔 잠을 자면서, 누군가는 간만의 육아에서 해방됐음을 만끽하면서, 누군가는 최근에 가장 큰 즐거움을 주었던 음악을 들으면서, 또 누군가는 후쿠오카를 예습하면서... 각기 자기 할 것을 하면서도 온전히 다 함께, 우리 여행의 첫 경유지인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하카타역으로 가야 하는데, 지하철을 탈까? 버스를 타도 괜찮아? 우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을 할까? 뭘 하든 간에 다 같이 사진 찍게 일단 좀 모여봐! (그러고 보니 이 사진은 왜 이리 유독 얼룩덜룩하게 나왓지... 게다가 난 비행기 안에서만 하고 있을 요량이던 습윤밴드 아직 안 뗐다...)

 

아마, 이 여행을 올해가 아니라 3년 전에만 왔었더라면 난 매 단계마다 조금씩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후쿠오카 국제공항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온 데다가 내가 길을 그리 생생하게 기억하는 편은 아니라서 셔틀 타는 곳이 어딘지, 지하철 연결 통로가 어딘지, 이런 디테일은 생각이 안 나서 일일히 확인하고 지도를 봐야 했거든. 내가 '인솔한다'고 인지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모든 걸 파악하지 못하고서 일일히 알아보고 연구해야 한다면, 아마 예전의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을 거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괜찮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과정이고 추억 그 자체다, 게다가 이 사람들도 그걸 다 알고 있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걸 인지하고 나서부터 나의 마음 속이 더 널찍해졌지.

 

우리 저기 가서 지도 보고 가자! 그래! (가방 끌고 돌돌돌) 우와, 여기로 가면 되나봐! 맞네, 대박! 가자! 이런 순간 하나하나가 사진에도 영상에도 기록되지 않을지언정, 그 여행의 순간이고, 기록이고, 추억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물론 그럼에도 성정상 꽤 바쁘게 뽈뽈거리고 다니긴 하지만...)

 

 

 

 

 

 

캐리어가 좀 낡은 듯도 한데, 일단 아주 오랜만에 (아니,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여자친구들끼리 떠나는 여행에 신나서 일단 뭐든 간에 챙겨가지고 나온 여자.

 

'난 쇼핑할 거 별로 없고 짐도 적은데 집에 있는 캐리어가 너무 크네. 그렇다고 메는 가방은 번거로우니까 자리가 남아도 좀 큰 캐리어를 쓰자'라면서 끌고 온 여자.

 

채도 높은 색상을 좋아하고, 물건을 그리 아껴쓰지 않으며, 게다가 부부가 쌍으로 출장/여행을 자주 다녀서 각종 수화물 표가 덕지덕지 붙은 캐리어를 사용하는 여자.

 

작년에 세상이 무너져내려도 기필코 크로아티아 여행을 가겠다며 티케팅 2회 무산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급형 새 캐리어를 구매했으나 아직 본격 개시 못한 여자.

 

 

 

 

 

 

후쿠오카 공항에서 하카타역에 도착하고 나니, 숙소 체크인까지 애매하게 1-2시간이 남아서, 그렇다면 이때 점심을 먹자! 는 데에 모두가 동의하여... 숙소 가는 방향에 있는 '우오베이 스시'로 진격하였지. 아니, 원래 1안이던 '효탄 스시'가 대기줄이 하도 길대서 시간과 동선 효율화를 위해서 여기에 온 건데, 여기에도 대기줄이? 하지만 테이블 순환이 생각보다 빠른 데다가, 다들 캐리어 끌고 굳이 다른 건물로 가봤자 딱히 더 마음에 드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기다렸다. 그리고, 그거슨 옳은 선택이었다.

 

 

 

 

 

 

터치 스크린을 바라보는 바 타입의 좌석에 나란히 앉는 거라서 둘둘씩 나눠 앉는데, 아니 그렇다면 음주 2인끼리는 당연히 뭉쳐야디효 ㅋㅋㅋ 사실 나는 반주를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혼자서는 안 마시는 타입인데, 육아 탈출 1인께서 '마치 내일이 없는 것 마냥' 먹고 마시는 모드라서! 내 기꺼이 응대해드렸고요?

 

'언니, 일단 나마비루는 너무 마시고 싶고 (그렁그렁)'

'어, 마셔마셔, 뭐든지 다 시켜, 내가 다 같이 마셔줄게'

 

내 같이 맥주잔 기울여드리는 것으로 그대의 여행을 즐거이 해드릴 수 있다면야, 까이꺼 뭐 어려울 것 있겠소 ㅋㅋㅋ 그리하여 첫 라운드는 나마비루와 하이볼로 시작쿠-

 

 

 

 

 

 

각각 장염과 위궤양의 여파로 금주 명령을 받으신 2인께서는 모여 앉아서 비음주 초밥으로 열심히 달리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장염/위궤양 여파가 있었던 사람들 치고는 밥은 너무 잘 먹었는데들-_-???

 

 

 

 

 

 

후쿠오카에서 보내는 단 하룻밤이자 우리 여행의 첫 날 밤은, 하타카역 남단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에어비앤비' 룸으로 정했다. 물론 이 주말에 일정 가격대 이하의 어지간한 호텔 룸들이 다 만실이었던 탓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정말 이번 여행의 베스트 초이스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에어비앤비 후기는 별도로 자세히 올릴 예정이지...)

 

에어비앤비 사이트에도 거의 호스트 Arisa님을 향한 러브레터 수준의 후기를 올렸지만, 뭐랄까, 여기에서 묵은 시간은 '숙박업소에서 묵은 1박'이 아니라 마치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모여서 파자마 파티하고 논 주말 밤' 같았다. 심지어 사진에 미화가 없었어! 실제 공간과 사진이 동일해! 화장실/욕실/청소상태 등은 되려 실물이 더 나아!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별도 포스팅에서 풀어내는 걸로 하고, 후략.

 

 

 

 

 

 

숙소에 짐들을 내려놓고, 잠시 쉬면서 재정비도 하고, 이제 좀 더 가뿐한 상태로 캐널시티를 향해 가봅시다! 대형 쇼핑몰인 캐널시티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된다, 식이었지만 다들 '프랑프랑'에 눈을 반짝여서 그렇다면 의기투합해서 가보기로!

 

 

 

 

 

 

가는 길은 꽤 단순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사람을 끌고 간다는 사명의식이 구글맵을 들여다보면서 열심히 걸어갔다. 가는 길에 보였던 가게와 카페 풍경들은 언뜻 '여기가 광화문인가, 후쿠오카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런 감상을 나누면서 넷이서 꼬물꼬물 걸어가는 것조차 나에게는 충분히 '여행의 기분'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과도하게 낙천주의자인 걸까.

 

후쿠오카역 앞 사거리에서는 DHC 외판원 아가씨한테 샘플도 받아들고, 사진 찍어주겠다는 그녀의 제안에 선뜻 폰을 맡겨서 (셀카 아닌) 4명의 단체샷을 찍기도 하고, 뭔가 하나하나 난데 없고 뜬금 없지만, 아 모르겠다, 그냥 다 좋다. 그대들이 기뻐해서 나도 너무나 신나고 보람차다. 이렇게 내가 신나고 보람차 하니까 그대들은 한층 더 즐겁다.

 

 

 

 

 

 

그리하여 도착한... 프랑프랑이라는 이름의 쇼핑 개미지옥. '후쿠오카 가면 프랑프랑 매장은 필수죠' 이런 의견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데, 마침 다 생활소품에 관심 많은 데에서 교집합 빅뱅해서 결국 우리도 여기에 오게 되었네. 매장에서 뒤로 돌기만 하면 한국어가 들린다는 ㅋㅋㅋ 한국 여성 관광객들의 종착지 같은 ㅋ 프랑프랑... 그런데 아닌 게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곳입디다-_-b

 

 

 

 

 

 

1순위로 3/4의 눈길을 빼앗은 건 역시나, 미키마우스 3절 접시들! 이미 해외 직구까지 해서 이 그릇을 애용 중이던 민느와, 아이가 있어서 멜라민 소재 및 화사한 색상의 분할 접시에 관심이 많은 2인이 죄다 여기로 달려가서 색상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난 이 접시는 취향은 아니지만, 왠지 남이 고르고 구매하는 걸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즐거운 거???

 

 

 

 

 

 

비행기 수화물 부칠 걱정만 없었더라면, 예쁜 찻잔 몇 개 쯤은 샀을지도 몰라. 그러나 오늘은 이렇게 눈요기만 하고 갑니다...

 

 

 

 

 

 

보는 순간, 사야만 했던, 코덕 풍 무늬의 테리 손수건. 구매자의 성향이 반영되며, 실제로 활용도가 높으며, 가격이나 부피가 부담스럽지도 않은 물건... 내가 생각하는 여행지 기념품의 이상적인 스펙이로고만. 후후후.

 

 

 

 

 

 

밍기가 매우 마음에 들어했던, 캐널시티 분수쇼. 그래서 우리 여행 영상에도 이 장면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넣었단다. 심지어 나중에 애니메이션 '원피스' 테마의 분수쇼를 한다고 하니까, 그게 보고 싶어서 마구 뛰어가서 사람들 사이를 기웃기웃했던 너. 왠지 잠시 딸내미를 데리고 디즈니월드에 온 부모 심경을 1%나마 알 것 같았어...

 

 

 

 

 

 

기대에 비해서는 딱히 볼 것도 살 것도 없었던 무지 매장. 카레 등의 즉석식품류가 한국에서 워낙 비싸니까 가격차가 많이 나면 여러 개 사올까 했는데... 아니, 뭐, 그건 일본에서도 비싸더라고... 아마도 무지가 한국에 런칭하기 전이라면 여기에서 눈 깨나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캐널시티 지하에 있는 드럭스토어 '마쓰모토키요시'는 가격이 미묘하게 비싸서 구경하고 주요 품목 가격 확인만 해보고 패스! 어차피 여행이 이틀이나 더 남았으니 웬만한 쇼핑은 마지막 날 텐진에서 몰아서 하는 걸로!

 

 

 

 

 

 

사실 뭐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그러고 보니 막상 밍기는 세잔느 치크를 구매했었네? 하긴, 얘는 마지막 날 텐진 쇼핑을 안 했으니까 여기에서 미리 사기를 잘 한 셈이지. 세잔느 치크, 가격도 저렴하고 케이스도 가볍고 브러쉬도 내장되어 있으며 발색도 맑고... 쏼라쏼라... 여튼 너 잘 샀어 ㅋㅋㅋ

 

 

 

 

 

 

자, 다들 쇼핑 미션도 완료하셨고... 이제는 가장 중요한 일과가 남아있따. 바로 (음주를 겸한) 첫 날의 저녁식사! 메뉴는 후쿠오카식의 곱창전골인 모쯔나베로 정해놓고, 식당은 어딜 가든 괜찮다, 는 식이었는데... 하, 그게 우리가 가고 싶다고 가지는 게 아니었어... 몇 군데를 시도해도 다 만석... 혹은 식당 자체를 찾을 수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 하카타 시티 건물 이렇게 구조 복잡했나요...

 

일행 중에서 가장 곱창전골이라는 메뉴에 관심 없는 내가, 되려 불타올랐다. 아마도 '내가 먹고 싶은' 메뉴였더라면, 괜히 내 욕심에 일행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을 터인데, 다른 사람들이 먹고 싶어하는 듯 해보이니 쓸데없이 목표의식 불타오르고...?

 

결국 뭔가 다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먹거리 사서 숙소로 갈까, 라는 옵션이 1안으로 떠오르기 직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한 군데 더 시도해보자고 모두를 끌고 나섰다. 그나마 '혹시 몰라서' 그럴싸한 식당 여러 군데를 구글맵에 미리 표시해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그렇게 지친 모두를 이끌고, 구글맵을 돌려 돌려 가며, 바지런히 총총총 걸어서 도달한 골목에서, 식당 이름 못 찾아서 돌아설 뻔도 하다가 간신히 발견한 그 이름... 야마야! 밍기가 저기! 야마야! 를 외쳤을 때 다들 귓가에 나팔소리 쯤은 들려왔을 것 같다...

 

을지로입구 페럼타워에 있는 야마야의 체인? 후쿠오카 본점? 암튼 연계된 가게 같은데, 아니 뭐 알 게 뭐람 ㅋㅋㅋ 뭐가 됐든 여기가 오리지널이겠지.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무사히 후쿠오카에서 모쯔나베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러나 다들 지쳐 널부러진 사진은 남기고 봅시다. 카메라를 든 나만 빼고 죄다 어둠 속으로 아웃포커싱 ㅋㅋㅋ 그런데 이거시 진실이다 ㅋ 혼자 식당 찾겠다고 쫄랑쫄랑 앞서서 반쯤은 뛰어가는 여자 1인과, 피곤하고 발 아프고 졸렵고 왠지 숙소로 가고 싶지만 그 와중에 모쯔나베가 먹고는 싶은 여자 3인...?

 

 

 

 

 

 

이런 우리 모두에게, 치얼쓰.

이럴 때 마시는 첫 입의 맥주는 천상의 맛이지요.

 

 

 

 

 

 

식당을 찾아서 모쯔나베를 주문했다는 안도감, 오랜만에 많이 걸어서 놀란 발을 진정시키고 나니 찾아오는 편안함, 아늑한 조명과 테이블에 앉아서 느끼는 오늘 하루에 대한 뿌듯함, 주변에서 들려오는 일본어에 새삼 '우리가 같이 여행을 오긴 왔구나'라는 성취감.

 

그리고 전골냄비 안에서 고소한 모쯔나베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정다운 소리까지.

 

 

 

 

 

 

곱창이라는 메뉴를 원래 좋아하는 이도 있다.

혹은 나처럼 내장류를 즐기지 않는 이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곱창을 덜 선호하면 맛만 보고 두부와 배추 위주로 즐기고, 무엇보다도 맥주를 마시면 되는 것을. 그보다 이 아늑하고 즐거운 자리에 모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평소의 일상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거면 됐지.

 

 

 

 

 

 

술을 물처럼 마시는 2인과, 물을 술처럼 마시는 2인의, 합동 건배! 중간에 이럴까 저럴까 망설인 때도 있었고, 누군가는 발이 너무 아파서 더이상 걷고 싶지 않았던 때도 있었겠지만, 결국 이 하루의 마무리는 이렇게 다 같이 하는 건배로 기록되는 거다. 이것만으로도, 야마야까지 찾아온 보람은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 면서 호쾌하게 카운터로 걸어가시는 이의 뒷모습은, 아니 옆모습 앞모습까지도! 360도 파노마라 써라운드로! 어찌나 아리따우신지?! 그 공로를 기리기 위해서 결제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고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고요-_-v

 

 

 

 

 

 

어찌 보면 여행 가서 '먹는 것'이 마냥 중요한 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다만,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다 담아두기에는 인간의 기억이 미약하여, 결국 하루를 통틀어서 '마디가 되는 장면' 위주로 기억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런 장면은 대개 차분하게 한 자리에 앉아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오감 중 하나를 채우는, 이른바 식사 시간이 되기 쉬운 거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먹으러 가는 것'만은 아니지만,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긴 장면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은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후쿠오카 파워 워킹 일정의 끝에, 간신히 찾아낸 오아시스 같던 우리의 모쯔나베 식당 '야먀야'는 기억 속에 진하게 남을 것 같다. 이 하루의 기승전결에서 '전'과 '결' 사이를 이어준, 그런 마지막 디딤돌로.

 

 

 

 

이렇게 후쿠오카 하카타역 인근에서 보낸 여해의 첫 날 후기까지 마무리... 헥헥. 아, 역시 짧게 간단하게 써서 일단 업로드하고 보겠다던 나의 계획 따위 골로 갈 줄 알았어, 내가. 하지만 계속 기운 내서, 이틀째 사흘째도 열심히 써보겠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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