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이 바닥(?)에
발 들여놓았을 때에는 향수 애호가로 시작했다.

원래 후각이 좀 예민한 편인 데다가
돈 없고, 꾸밀 줄 모르는 학생이
그나마 만만하게 덤빌 법한 분야가 바로
향수 (물론 미니어쳐) 이기 때문.

그러다가 점점 분야가 넓어짐에 따라서
향수장까지 규모 있게 유지할 수가 없어서
향수 포션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서 이제는 쓰는 것만 쓰는 편이지만,
어쨌든 여전히 향기의 매력, 그리고 위력을 믿는다.

그리고 다른 어떤 감각보다도 강렬한 후각의 감성 자극력을.



그토록 향수에 열광하며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하고,
또 그 향들을 다 뇌에 각인시키고 다니던 시절에도
내가 나름 본처 삼았던 제품들이 몇가지 있지.

봄 : [안나수이] 수이 러브 EDT
여름 : [엘리자베스아덴] 그린티 EDP
가을 : [살바토레페라가모] 써틸 EDP
겨울 : [겔랑] 랑스땅 EDP





이게 바로 나의 영원한 가을 향수 -

살바토레 페라가모 써틸 팜므.

몇년 전에 100mL 대용량으로 획득해서 오래오래 잘 썼는데
그거 비워내고 나서는 딱히 재구매를 않고 있었지.
가끔 그립기는 했지만, 뭐 다른 향수들도 많아서.

그런데 꼬몽이가 이거 판다고 했을 때 무심코 찜해놓고
최근에 그녀가 서울 방문했을 때 드디어 받아봤다.
(물론, 그때까지는 내가 이거 사기로 한 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 복작거리는 종로 갈매기살 집에서 (...)
이 매끈한 페라가모를 받아봤을 때 -
순간 나 혼자 몰래 찡하고 울컥했잖아.

잊은 것 같아도
둔감해진 것 같아도
여전히 향기의 추억 연상력이란
백마디의 말보다도 강력하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이 향기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써틸의 이 향은 나에게는 영원히 2003년도 가을과 초겨울.
다른 어떤 누구보다도 그대와 함께 했던 그리운 시간.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냥 이 향과 함께 영원히 기억 날 몇몇 순간들이 있어.
그날의 날씨, 내가 입었던 옷들까지 다 기억나.
정말 덤블도어가 밀봉한 기억을 펜시브에 풀어놓듯이,
어쩜 그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다 떠오르는지.





오랜만이야, 옛 친구.
간혹 사람들은 네 향이 플라워 바이 겐조와 비슷하다는데 -
당치도 않은 소리.

이 깊고 고혹적이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향을
어찌 다른 향수의 서브로 분류하랴.

게다가 겐조에 비해서 페라가모가 결단코
급이 낮은 디자이너도 아닐진대 말이지.
이건 뭐, 남편 계급 따라서 서열 정해지는
군인 사옥에서의 마누라들 관계도 아니고.




페라가모 특유의 이 배배 꼬인 라인마저 나에게는 매력 그 자체.
그런데 희한하게 같은 모양에 색만 투명한 페라가모 팜므 클래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향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매혹이라는 건 대체가 안 되는 거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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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0 22:04 부산고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의 글과 비유에는 늘 감탄하오..! 글 만으로도 매장으로 테스팅하고 싶은 이 욕구가 밤 10시 족발먹고 싶은것 많큼 치밀어 오르오..

  2. 2009.11.18 23:19 큰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한 사람은 바로 저!ㅎㅎㅎ
    겐조보다 훨씬 깊이감 있는 것 같아요 +_+
    글구 디자이너 급으로 치면 겐조가 훨씬 애송이 아닐까요.........흐흐....

    • 배자몽 2009.11.19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겐조 플라워 좋아하는 사람들은 버럭! 할지도 ㅋ
      하지만, 이 제품이 정말 훨씬 깊이가 있는그얼♡
      나 이 속도로 가다가는 올 겨울 끝나기 전에 공병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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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렘피카에서 새로이 출시한 향수, <포비든 플라워>입니다.



달콤하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정원에서
갓 피어난 신선하고 관능적인 꽃을 형상화한
'포비든 플라워'는 양면적인 두 가지 향으로 새로움을 선사한다.
자연스럽지만 화려한 압생트 플라워의 향과
순수하고 아름다운 향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
압생트 꽃 부케는 그린과 감싸 안으면서도
상큼한 스트로베리 잎과 미모사 줄기향이 어우러진
녹색의 작은 폭포와도 같은 향의 조화를 이뤄낸다.
또한 피오니 꽃의 파우더리한 향이
온화하게 감싸오는 바이올렛과 아름답게 믹스돼 있다.
여기에 아니스드 플라워가 세심하게 가미돼 만들어진 압생트 향이
육감적인 즐거움을 위한 욕망을 일깨워준다.




... 라고 설명하네요 ^^



사실 저도 예전에는 롤리타렘피카가 프랑스 수입 브랜드인 줄 알았어요.
사실 백화점 매장에서 때로는 "프랑스에서 인기 제품이에요" 라는 말만 하고
"우리나라 브랜드에요" 라는 말은 생략하곤 하더라구요;
아예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 수입 브랜드 이미지로 미는 듯?
아모레퍼시픽에서 프랑스 현지 판매를 목적하고
철저히 로컬화시킨 전략 제품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요.

홈페이지를 봐도 마찬가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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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Parfums
Lolita Lempicka
Paris
라고 써있답니다.
헷갈릴 법도 하죠;

쨌든!
브랜드 정체성은 이만 하고 -

롤리타렘피카의 첫 향수를 한번 돌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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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제 취향에 잘 맞는 제품이 나왔군요.


롤리타렘피카의 오리지널 버전, 롤리타렘피카입니다.

금단의 과일을 따먹고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녀의 욕망...
으로 다가왔어요.

이 향수는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 강하죠.
탑노트부터 플로럴에 머스크향, 그리고 스파이시한 아니스향이 나요.
이 온도 높은 향이 몸에 착- 달라붙어서 오래오래 가죠.

전 사실 머스크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이 향수는 특별히 즐기지 않았어요.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 일까요.
평소에는 좀 더 가볍고 신선한 시트러스향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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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롤리타렘피카를 보다 가볍고 신선하게,
그러나 더욱 관능적인 컨셉으로 재해석한,
금단의 꽃
Forbidden Flower

불어로 Fleur Defendue 라고 써놓으니까
Fleur de Mal (악의 꽃) 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금단'의 것이지만 선과 악을 연상시키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
아름답다.
가지고 싶다.
이런 욕망의 컨셉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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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스터는 요렇게 두 제품 받았어요~
둘 다 Eau de Parfum 인데 사이즈만 다른 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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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쬐끄만 휴대용 스프레이!
요새 늘 파우치에 넣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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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 이 아이가 5mL 미니어쳐.
본품이랑 똑같은 디자인이에요.
스프레이가 아니라 보틀형이라는 것만 빼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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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박스는 비슷한데
제품 자체는 연녹색으로 훨씬 더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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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라 +.+



첫향은...
플로럴입니다.
사실 오리지널과 비슷한 라인이기는 해요.
하지만 진한 머스크의 느낌보다는
신선하고 촉촉한 꽃의 느낌이 강조되었죠.
금단의 꽃, 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리고 뒤로 갈수록...
달콤한 프루티, 그리고 따스한 머스크와 아몬드향이 나요.
오리지널처럼 몸에 밀착되어서 오래 지속되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어딘가 알 수 없게 훨씬 더 가벼워요.
머스크의 느낌이 약간 완화되어서 저는 매우 마음에 듭니다.

오리지널여자가 되고 싶은 소녀...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
따뜻하고 포근한 머스크.

포비든 플라워는 보다 여유있는 여인...
숲 속 엘프의 유혹.
과즙이 연상되는 달콤 신선한 프루티 플로럴.

기존의 롤리타렘피카가 부담스럽던, 저 같은 사람들은
이 재해석이 참 반가운걸요.

후기가 늦은 데다가
생각보다 자세히 쓰지 못해서
우수후기는 아마도 날아갔겠지만 -_-;;
정품을 따로 구매할 생각이 듭니다.



EDP 버전으로 출시되었고
5만 6천원 / 30mL
8만 3천원 / 50mL
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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