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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7 공범자들 by 뉴스타파 : 대한민국의 논픽션 블랙 코미디 4

 

 

 

8월 17일,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스크린 신작,

<공범자들>이 극장가에 개봉했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10년 동안

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여

모든 반대의 목소리를 통제하고

이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급기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에

일선 현장의 소리를 듣지 않고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남기기까지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방송 언론인들의 투쟁에 이르기까지

 

방송의 몰락을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사실,

굳이 내가 설명하기 않아도,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 듯한,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외침이다.

 

 

 

 

 

 

주연 :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김장겸 (현 MBC 사장)

고대영 (현 KBS 사장)

 

감독의 무대 인사에

주연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아니, 사실은 출연을 거부한(!)

작품.

 

그러고 보니

최승호 PD의 작년 개봉작이었던

<자백>에서도 이런 주연들이 있었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전작인 '자백' 때는 늦게 알아서

후원이나 펀딩에 참여는 못 하고

극장 관람으로 내 나름 응원했는데

 

이번 '공범자들'은 스토리펀딩 첫날에

주저 없이 후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펀딩 후원 몫으로 시사회 티켓이 나와서

관심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두루 선사함.

 

남편과 나는, 맞는 날과 시간으로 하다 보니

어제인 8/16 저녁, 신촌 메가박스로 골랐음.

 

공교롭게도 극장 개봉일 바로 전 날,

그것도 3타임 중 가장 마지막에 걸려서

결국 개봉 전 최종 시사회에 간 셈이 되었네.

 

덕분이랄까.

관람 후에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밀도 있었지!

 

 

 

 

 

 

신촌 메가박스 건물이 워낙 황량하고

영화관 외에는 뭐가 아무 것도 없어서

 

여기가 맞나, 싶은 기분으로 찾아갔는데

상영층 입구에 이렇게 대문짝만한 MB가...

 

우리의 눈과 귀를 속여온 공범자들. 두둥.

 

이 날, 행사 과정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티켓 배부 장소, 시간, 줄서기, 일정 변경 등)

 

'이 사회의 병폐를 뿌리뽑는 데에 일조하고자

후원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편하다 ㅋ

 

 

 

 

 

 

관람 후에, 감독과의 대화 시간!

 

손정은 (MBC 아나운서, 부당 좌천)

김민식 (MBC 피디, 부당 출근 정지)

최승호 (뉴스타파 PD, 전 MBC PD)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전 KBS 기자)

 

조금 전에 스크린으로 봤던,

마치 첩보 영화 같던 장면들이,

그 안에서 울분을 터뜨리는 이들이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람들.

 

 

나의 질문 :

전작인 자백은 작년, 그러니까 정권 교체 이전에 개봉했고 이번 공범자들은 정권 교체 이후 시점에 제작 마무리 및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각각 작품 개봉시에 관객의 반응이나 사회 분위기에 어떤 차이를 느끼시는지?

 

최PD 답변 :

자백 개봉 당시에만 해도 당시 박근혜 정권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을 때였다. 자백 같은 작품을 후원하거나 영화관에 보러 간다고 대놓고 말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서 몰래 영화관에 와서 관람하고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간 분들도 있다. 이제는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됐잖아요? ㅎㅎㅎ

 

 

 

 

 

 

'공범자'들은 -

영화인 듯, 뉴스 같고,

픽션인 듯, 다큐멘터리이며,

비극인 듯, 블랙 코미디인 듯도 하다.

 

논픽션 블랙 코미디... 라고 하면 되려나.

 

(덧붙이자면,

전작 자백에 비해서 여러 모로 발전함.

시나리오나 편집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해학 천재 김민식 PD의 합류 덕도 있고!)

 

관객들은 양껏 울고 웃고 박수쳤지만

사실은 못마땅한 사람들도 수두룩하겠지.

 

'아니, 저 감독은 왜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얘기 안 하겠다는 사람들을 저렇게 밀어붙이나'

'맨날 일은 안 하고 데모만 해쌓고 저래서 되나'

이렇게 혀를 찰 애국(?) 어르신들 깨나 있을 거다.

 

좋다.

괜찮다.

불편하라고 만든 작품이기도 하니까.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닫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계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통제된 언론, 왜곡된 정보 때문에

진실이 가리웠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호소하는 것이니까.

 

 

 

 

 

 

뉴스타파의 다큐를 제작 후원하고, 시사회에 다녀와서, 당당히 SNS에 인증하면 '좌파네' 소리 듣기 십상이다. 뭐, 보수 우파는 아니니까 이걸 애써 부인하려고까지 하진 않겠지만... 사실 그보다 나의 핵심적인 가치는 '할 말을 하고 살 수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건 -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국가 지도자에 대한 지지의 문제도 아니다.

 

할 말이 있는데, 아니 꼭 해야만 하는 말들이 있는데, 이권의 이유로 이걸 틀어막고 짓누르고 밟고 잘라버리는 그런 사회를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 한 소리 해주고 싶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면, 그 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양껏 응원하고 후원하고 홍보해주고 싶다.

 

 

 

 

답답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감시 기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다시금 낱낱이 들여다보는 것이.

 

괘씸했다.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비열하게, 악랄하게, 제 밥그릇들만을 위해서 옳고 그름을 무시하고 모든 소리에 눈과 귀를 향해 달려가는 권력이. 그 권력의 공범자(부역자)들이.

 

통쾌했다.

철옹성 같은 권력의 숙청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온 수많은 사람들, 특히 뉴스타파 제작진을 비롯한 모든 저항 언론인들의 모습이.

 

보람찼다.

이 작품이 탄생하는 데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감독과 소통하며, 제작진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가족 친구들이 이 작품을 보도록 지원 격려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이 모든 일이 하루이틀, 한 두 해도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내가 사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때로는 무지해서, 때로는 무심해서, 마땅히 주어야 할 시선을 제때 주지 못하고 이렇게 한발 늦게 재조명하게 되어서... 그래서 미안했다.

 

 

 

 

 

공범자들.

이제는 끝을 낼 때가 되었다.

 

Criminal Conspiracy. No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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