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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30 어쩌다 보니... 프랜차이즈 카페 투어 at 경주 6

 

 

 

 

경주에서 2박 3일을 보내는 동안, 어쩌다 보니 프랜차이즈 카페 투어를 하게 됐다. 기왕이면 소규모 업체들 매출을 올려주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관광 인프라가 그리 촘촘하게 발달하지 않은 경주에서는 동선상 그런 카페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게다가 특정 가게를 가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지금 너무 덥고 다리가 아프니, 당장 지금 보이는 저 카페에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예측 가능한 아이스 음료를 마시자' 라는 식으로 되어서.

 

게다가 '맛집 없기로 이름난' 경주였기 때문에, 꼭 현지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프랜차이즈면 뭐 어때' 라는 마음가짐으로 다닌 탓도 컸던 듯. 하기사, 도착한 날 점심은 맥도날드에서 슈비버거 세트 먹을까도 잠시 생각했을 정도니까.

 

그러고 보니 가장 많이 보인 건 스타벅스였고, 실로 스타벅스 스탬프 투어로 경주에 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우리는 스타벅스만 빼고 얼추 다 갔네. 투썸플레이스, 카페베네, 그리고 엔젤리너스로 마무리.

 

 

 

 

 

 

경주에 도착한 날, 불국사로 스쿠터 라이딩을 다녀온 후에 잠시 시원한 것 마시면서 세월아 네월아 좀 쉬어보자며 들어간 투썸 플레이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스쿠터 반납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보이는 카페라서 들어간 건데, 그래도 경주라고 이렇게 깨알 같이 신라 디테일이 있긴 하더라. 내부에 나무 평상 자리도 널찍하게 조성해놔서 나름 한국적인 맛도 나고. 뭐, 그래봤자 우리는 CJ 포인트를 적립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평범한 창가 소파 자리에 앉았지만;

 

 

 

 

 

 

여튼 간에, 느긋하니 부담 없는 일정 와중에, 뚜벅이 여행 기분에 충실하게 스쿠터도 타보고, 내 생애 처음으로 불국사에도 드디어 가보고... 여유로우면서도 뿌듯한 기분으로 맑은 여름 하늘을 바라보면서 잘 쉬었다. 이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좋은 여행이야.

 

 

 

 

 

 

둘째 날, 경주 시내에서 황남동과 교촌 한옥마을을 걷고 걷고 또 걷다가 드디어 얻은 한 자락의 휴식. 이번에는 카페베네다. 평소에는 커피 맛없다고 좀처럼 돌아보지도 않는, 자그마치 카페베네;

 

저녁에는 안압지 야경을 보러 가기로 하고, 낮에는 정해진 일정 없이 돌아다니는데, 땡볕에 몇 킬로씩 걸어다니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급격하게 발이 피곤해지는 거다. 그런데 점심에 먹은 돼지고기 불백은 소화가 좀 안 되고 (난 역시 돼지고기랑 잘 안 맞아...) 저녁은 밥 대신에 한옥마을 주점에 가기로 했는데 그 중간에 카페를 가자니 너무 배가 부대낄 듯 해서 잠시 고민.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정해놓은 거 없이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아니었던가. 저녁식사도, 주점도 다 포기하고, 지금 당장 내키는 걸 하자! 라면서 에어컨 빵빵 나오는 카페베네로 흘러들어가서 망고빙수를 시켰다. 그래, 이렇게 느긋하게 충분히 쉬고 체력을 회복해서 다음 컨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 바로 이거지.

 

그런데 여기에서 또 의도치 못한 효과가 하나 있었으니... 망고빙수를 나눠먹고 푹 쉬고 나니까, 아까까지도 부대끼던 속이 되려 편해지면서 소화가 되는 거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향상된 탓도 있겠지만, 남편 말로는 '망고가 소화 촉진 효과를 냈던 듯' 하다고. 거참,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네 이거 ㅋㅋㅋ 덕분에 한결 충전된 상태로 안압지 야경을 보러 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아, 사진 속 저것은 남편몬이 시킨 플레인 와플~

 

 

 

 

 

 

셋째 날이자 서울로 돌아오는 날. 캘리포니아 비치에서 실컷 물놀이하고 나와서 신경주역으로 가는 700번 버스 도착 시간을 알아보는데 너무 간격이 한참 벌어져서 '그럼 그냥 택시 타고 가고, 남는 시간 동안 어디 카페에 들어가서 좀 쉬자' 라고 되었다. 그런데 조금 후에 700번 버스가 슝하니 지나가서 잠시 까비! 를 외쳤으나, 뭐 생각해보니 이렇게 재충전 좀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네. 어차피 물놀이 빡시게 하느라 사지도 좀 쑤시는 것 같고. 다만, 기왕 마지막까지 버스를 타고 갔더라면 '뚜벅이 여행'에 보다 더 충실할 수 있었는데 싶어서 조금 아깝긴 했다.

 

여기에서도 기왕이면 소규모 개인 카페 매출을 올려주고 싶... 었으나, 주변에 당최 그런 데가 잘 안 보여;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전주는 되려 카페 춘추전국시대라서 혼잡하다는데 경주 사람들은 非프랜차이즈 카페 창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건가. 여튼, 역시 동선 안에 보이는 곳이 엔젤리너스 밖에 없어서 별 선택의 여지 없이 여기로. 투썸이야 서울에서도 가끔 가지만, 베네랑 엔젤리너스는 평소에 자발적으로는 가지 않는 곳인데 이렇게 여행지에서 연달아 만나게 되니 묘하네.

 

 

 

 

여튼, 이번 경주에서의 카페 투어(?)가 남긴 단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발길 닿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다녔던 여행의 자유로운 기분.

 

또 다른 하나는,

결국은 대기업이 선택받게끔 되어 있는 시장 구조에 대한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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