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는 그냥 편한 코덕 수다를 풀어놓는 곳이라서 막 제품 성분이나 안전성 따지고 그러지 않는다. 사실 남에게 전달할 만큼의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게다가 어떤 제품이 나한테 좀 안 맞는다고 해도 남에게도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냥 "나한테는 안 맞았다" 정도의 소감으로 정리해버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건은 홍익인간 정신에 불타서 좀 공유하고, 가급적이면 다른 유저들에게 주의도 좀 주고 싶네.

 

 

 

 

문제의 제품은 바로 :

 

 

 

 

아이허브에서 구매한 마드레랩스 (Madre Labs) 위치하젤 토너, 무향 버전.

 

기존에 세이어스 위치하젤 무알콜 로즈 토너를 주구장창 잘 써오긴 했는데 요즘 장미향이 조금 질리기도 하고, 다른 제품들도 탐구해보고 싶어서, 이 마드레랩스와 험프리 (Humphrey's) 위치하젤 토너를 하나씩 구매했다. 세이어스가 구매 엑세스도 넓고 편하지만 "이것 말고도 좋은 제품이 있을 것 같아"라는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그런데 위치하젤 토너 유저들 중에서 "험프리는 좋았는데 전 마드레는 트러블 올라왔어요" 라는 피드백이 두어 건 들어와서 마음에 좀 걸리긴 했다. 그래도 내가 극민감성도 아니고 여태까지 토너에 딱히 거부 반응을 느낀 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괜찮겠지 싶었다. 게다가 지가(?) 그래봤자(???) 구성 성분 대부분이 정제수이거늘 뭐 큰 변별력이야 있으랴, 했는데... 그랬는데!

 

어제 아침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이걸 개시했는데... 자극이 느껴진다! 뭐랄까, 성분으로 인한 화한 느낌이라기보다 어딘가 물리적인 따끔따끔함에 가까운? 물론 아주 심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꽤 잘 맞는 제품들도 간만에 새로 개시하면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촉이 와서 그대로 더 사용 안 하고 냉장고에 고이 넣어두었다.

 

그리고 "무향"이라고 하지만 정말 향이 없는 건 아니고, 쾌쾌한 발효스러운 향과 플라스틱이 섞인 듯한 향이 난다. 사실 "무향"이라는 건 "따로 가향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그럴 수는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불쾌한 향에 또 거부감이 상승.

 

그러고서 밤에 남편한테 여차저차 얘기를 하고 성분을 좀 봐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결혼 후에는 에센스나 크림, 자외선 차단제 등을 구입할 때는 남편한테 사전 성분 검토를 받는 편인데 (이런 거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되려 본인이 더 호기심을 느끼면서 들이파신다;) 토너 쯤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고 그냥 구매했기 때문.

 

 

 

 

그런데 표시 성분상으로는 딱히 걸리는 게 없어서 처음에는 갸우뚱했다. (무슨무슨 추출물이라고 표시된 건 그 성분과 용량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마드레랩스 토너는 사실 세이어스와 거의 동일하다. 적어도 표시 기준상으로는. 다만, 세이어스에 들어가는 인공장미향이 빠지는 것 뿐.

 

그러다가 남편이 문득 "이게 뭐야?" 라고 물어보면서 토너 병 바닥을 가리켰다.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해당 물질을 병 밖으로 추출해내기 위해서 병을 뒤집어봤다.

 

과연 저렇게 하얀 섬유질 같은 것들이 잔뜩 엉켜있었다. 침전물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아예 제품의 컨셉상 허브 등의 고형 침전물을 넣는 제품도 있으니까. (e.g. 키엘 카렌듈라 토너) 하지만 이 마드레랩스 제품에는 그런 컨셉도, 설명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의아한 것. 게다가 구성 성분상으로도 고형의 침전물이 생길 만한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뒤집은 상태로 침전시켜서 병 뚜껑 분량의 토너를 덜어내고 거기에서 저 이물질을 분리해냈다.

 

 

 

 

 

 

잘 보이게 검은색 종이 박스 위에 올려놓았다. 부스러지기 쉬운 질감이라서 족집게로 조심조심 하나하나.

 

 

 

 

 

 

이렇게 잔뜩 나온다.

 

 

 

 

남편의 1차 소견 :

육안상으로는 글래스 파이버, 즉 유리섬유와 유사해 보인다.

다만, 성분상으로는 글래스 파이버가 생성될 이유가 없다.

 

상세 관찰 후 2차 소견 :

세라믹 파이버, 그러니까 유기물이 아니라 무기물 섬유질인 건 확실하다.

그 중에서도 글래스 파이버인지 여부는 100% 확신할 수 없다.

 

글래스 파이버에 대한 소견 :

충격에 쉽게 바스라지고 아주 작은 단위까지 쪼개지기 때문에

그 날카로운 입자가 피부에 침투해서 자극을 줄 수 있다.

 

생성 요인 추정 :

성분 반응으로 생겨난 건 아니다.

추정컨대, 정제수를 정화해내는 과정에서 정수기 내부 소재의 문제로 생겨난 것 같다.

 

그 외 기타 :

정제수가 문제라면 아마도 제품의 생산 배치 (batch) 마다 편차가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같은 마드레랩스 무향 위치하젤 토너라고 해도 케바케... 라는 것.

정제수 저장 분량 중에서 이렇게 침전물이 생긴 아랫 부분을 사용한 경우가 문제 될 듯.

겨울에 배송받기는 했지만 낮은 기온 영향으로 생성됐을 가능성은 없다.

아울러, 인공적이고 플라스틱스러운 향도 이 침전물의 영향인 것 같다.

 

 

 

 

 

 

혹시 몰라서 파이버 물질 일부를 증거물(?)로 모아뒀다.

 

이 정도면 퀄리티 컴플레인 걸어도 될 정도인데, 직구 사이트인 아이허브를 통해서 사기도 했고, 해외에 있는 국내 미수입 브랜드에 컴플레인 걸 만큼의 열정은 없는지라... 아마 이렇게 주변에 내용 공유만 하고 말 것 같긴 하지만;

 

여튼, 결론은 :

- 추정컨대 정제수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

- 제품 batch 따라서 케바케지만 잘못 걸리면 저런 세라믹 파이버가 침전됨.

- 모르고 그냥 사용하면 날카롭고 세분화된 그 입자가 피부에 파고 들어서 자극을 줌.

- 잘못 걸리면 리스크가 크고, 대체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웬만하면 쓰지 맙시다.

 

 

 

 

 

 

 

내친 김에, 세이어스 / 마드레랩스 / 험프리 3가지 위치하젤 토너들에 대한 간단 사용평도 해보자.

 

마드레랩스 :

- 향은 무향이라는데 건초+플라스틱+발효??? 자극적인 향이 난다. 근본적으로 제품 성분 때문인 건지, 아니면 파이버 생성물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튼 자극적이고 인공적인 향이 난다.

- 배치 잘못 걸리면 세라믹 파이버... 난 그냥 돈 몇 천원 낭비한 셈 치고 그대로 버리련다. 일단은 혹시 퀄리티 체크를 더 하려나 싶어서 조금만 뒀다가 더 필요 없어지는 순간에 그냥 콸콸콸 다 따라서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볼 생각.

 

험프리 :

- 라일락 향인데, 물론 천연 라일락의 싱그러운 향은 아니고, 적당히 달달하고 약간 무겁고... 뭐랄까, 좀 저렴한 향초에서 날 법한 그런 라일락 향이 난다. 향이 딱히 매력 요소는 아님.

- 세이어스나 마드레에 비해서 성분이 복잡하고 아로마 오일이 여러 가지 함유되어 있다. 그 요인으로 사용 후의 피부 촉감이 촉촉하고 쫀쫀함. 이런 면에서 "험프리 토너가 더 효과 좋았어요"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 성분상으로 문제도 없고, 이물질도 안 생기는데, 닦아낸 직후에 묘하게 싸한 기분이 있다. 다만 마드레에서 느낀 물리적인 자극은 아니고 아마도 일부 오일로 인한 쿨링? 수축? 효과로 추정됨. 사실 이 느낌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순하게 닦아내기만 해주면 안 되겠니, 쫌.

- 험프리에 다른 토너들도 있는데 거의 다 알콜 함유 버전이라서 무알콜로 고르다 보니 이 라일락으로 산 건데. 이렇다면 험프리도 재구매는 안 할 가능성이 농후함.

 

세이어스 :

- 저렴하고, 순하고, 판매처도 많은 편이고, 이래저래 만만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너 알고 보니 기본에 충실한, 꽤 훌륭한 토너였구나 ㅠㅠㅠㅠㅠㅠㅠ 특별한 장점이 없다면서 너를 경시했던 나를 용서하렴;

 

 

 

 

결론 :

마드레랩스 위치하젤 토너, 제조공정상에 문제 있는 걸로 추정된다. 사지 말자.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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