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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7 마카오 : 출장으로 시작해서 여행으로 이어진.

 

 

 

그렇다.

또 다녀왔다, 마카오.

거참 희한하게 마카오 출장 복이 많네.

 

작년에 다녀온 행사라서 흐름을 대강 아는 데다가, 공식 일정은 화수목인데 그 뒤로는 바로 금토 휴무가 붙고, 행사 마지막 날에는 내가 들어야 할 내용은 없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잔머리를 좀 굴렸다. 찾아보니까 마카오를 오가는 저가항공은 에어마카오와 진에어! 에어마카오는 갈 때는 오전 비행 오후 도착, 돌아올 때에는 밤 비행 새벽 도착! 진에어는 밤 비행에 오밤중 도착, 돌아올 때에는 늦은 오전 출발! 그리고 진에어는 수요일 인천발 비행기가 있다! 환불 조건 등을 최저로 설정하면 왕복 티켓 가격은 24만원대!

 

안 그래도 마카오는 이미 3번째 방문이어서 나 혼자 뭔가를 더 구경하려는 뜻은 없었고, 처음 든 생각은 '남편이 목금 이틀 휴가를 쓰면 왕복 비행기 가격에 약간의 추가 가격만 내고 함께 마카오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혼자 보는 마카오는 이제 그만, 하지만 그 풍경 속에 누군가가 함께 있다면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그러나 아쉽게도 남편군은 목요일에 빠질 수 없는 4시간짜리 회의가 있었고... 결국 마카오 찬스는 (또) 엄마에게 돌아갔다. 4월에 일본 여행 다녀온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1달도 채 지나지 않아 마카오 여행까지 함께 하게 된 셈. 올 봄의 테마는 엄마와 여행 다니기인가!

 

여차저차해서 목금 시내 호텔비 및 소소한 비용은 내가, 엄마의 왕복 항공료는 동생군이, 엄마의 여행 용돈은 아빠가, 그리고 House of Dancing Water 공연은 남편... 각계 인사들의 성원과 협찬 덕분에 더 고마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 일정 :)

 

이번 포스팅은 엄마가 수요일 밤 비행기로 마카오에 오기까지의 이런저런 기억들. 나는 월요일 밤 비행기로 가서 화수 이틀은 휘몰아치게 일하고, 남는 시간에 엄마랑 어딜 갈지 사전 답사도 해보고 산책도 하다가, 우리의 본격 여행은 목요일부터 시작했더랬지.

 

 

 

 

 

 

진에어 첫 체험! 일본 갈 때에는 티웨이, 돌아올 때에는 제주항공, 그리고 마카오 갈 때에는 진에어를 탔으니... 올 봄에 저가항공 탑3를 줄줄이 다 타봤네. 승무원들 유니폼이 청바지라 활동적이고 실용적으로 보이긴 했는데, 타이트한 진을 입고 짐 올리거나 몸을 숙일 때에는 '포멀한 유니폼보다 되려 더 불편한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조금 되긴 합디다. 항공료가 저렴한 대신에 기내식은 시늉만 하는 수준이고, 그 외의 모든 식음료는 추가시 별도 요금이 붙는다. 뭐, 비행 시간이 긴 것도 아니니까 대강 허기만 채우면 되지만. 그리고 좌석 또한 좁지만 이 또한 그러려니. 내 그럴 줄 알고 통로 좌석을 확보해뒀지.

 

비행기 자체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다 그러려니 싶은데, 비행 시간 동안 가장 거슬린 건 사실 주변 탑승객들이었다. 중국 사람들 보고만 시끄럽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그보다 훨씬 더 목소리 크고 주변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한국 아저씨 무리가 떼로 타서 출발 전부터 도착하는 순간까지 어찌나 소음 방출하던지. 난 초반부터 아예 이어폰으로 귀를 막아버렸지만, 소리는 그렇다 쳐도 의자도 덜컹거리고 지나다닐 때 조심성 없이 여기저기 툭 치는 등, 진상짓이 상당하더라. 오죽하면 승무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소리로 "많이 시끄러우시죠? 죄송합니다" 라고 양해를 구하고 다닐 정도. 빨리 랜딩하고 마카오에 있는 내내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ㅋㅋㅋ

 

 

 

 

 

 

원래 마카오에서는 웬만한 이동은 다 호텔 셔틀을 이용하면 되는데, 진에어는 현지 도착 시간이 밤 12시가 넘는지라 호텔로 가려면 가이드 픽업 혹은 택시 밖에 없다. 택시 줄이 길다는 말을 익히 들었던지라 짐을 찾자마자 공격적으로 택시 승강장을 찾았는데, 우려와 달리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음. 잠시 줄 서있는 동안, 캐리어에서 와이파이 공유기를 꺼내서 폰에 연결했... 으나 공유기 충전이 다 안 되어 있어서 호텔에 가서 충전 후에 다시 연결하기로. 마카오는 일본에 비해서는 영어가 통하는 편이지만, 그나마 영어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은 거의 관광 산업, 특히 카지노 호텔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영어를 전혀 못한다. 하기사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중국인이니까 굳이 영업을 위해서 영어를 배울 필요까지는 못 느낄 수도. 그래봤자 호텔 이름 정도만 말하면 되고 그 외에 이야기를 나눌 일은 없기는 하지만, 난 내릴 때에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미터기에 기재된 기본 요금 외에 거리 비례 요금을 추가해서 지불하는 시스템인데 내가 이를 모르고 기본 요금만 내민 것. 그가 뭐라 뭐라고 하다가 그냥 됐다면서 손사레를 쳤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까 "더 내야 돼요" 라는 뜻이었나봐; 미안해요 아저씨; 그래도 금액 차이 거의 안 났으니까 다행이에요;

 

 

 

 

 

 

비행 시간이 길거나 내륙 이동 시간이 긴 것도 아니었지만 (타이파 카지노 지역은 마카오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출발 전까지 미친듯이 일하다가 밤 비행기 타고 와서 완전 오밤중에야 방에 들어오게 되니까 꽤나 피곤하긴 하더라. 바로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본격 일정 시작이라는 부담도 있었고. 게다가 올해 초에 신용카드를 체크카드로 교체하면서 비자 기능이 없어졌는데 호텔 deposit 을 깜빡했던 것;;; 으악; 다행히도 현금 deposit 도 받아주어서 잘 해결되긴 했는데 덕분에 체크인 시간이 더 길어졌음;

 

 

 

 

 

 

베네시안 마카오는 모든 방이 기본적으로 스위트 룸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한다. 체크인할 때 스위트 룸으로 예약됐다고 하길래, 겉으로는 태연하게 "아, 맞아요" 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오얼' 이랬는데 알고 보니까 이게 그냥 기본 룸이었어 ㅋㅋㅋ 어쨌거나 저쨌거나 혼자 쓰기에는 방이 심히 방대한 건 사실이다. 방이 너무 넓어서 일하러 나갈 때는 되려 불편하기까지 했어. 업무 관련한 모든 물품은 창가의 책상 위에 놨는데 나서기 전에 뭔가 빠뜨렸다 싶으면 방을 가로질러서 저기까지 가야 함;;; 바쁠 때 은근 동선이 길고 복잡해지는 부작용이; 혹은 내가 서민이라 드넓은 방에 적응이 안 돼서 그런 건가. 으음. 여튼 혼자 일이나 하면서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감이 있었는데 수요일 밤에 엄마가 합류하기로 해서 정말 다행이야 ㅋㅋㅋ

 

 

 

 

 

 

늘 그렇지만, 일할 때에는 사진이 별로 없다. 그래도 올해에는 행사가 열리는 베네시안 호텔에 묵어서 오가기가 편했어. 세션 끝나고 시간이 비는 경우에는 아예 방에 가서 일할 수도 있었고. 작년에는 건너편의 홀리데이인에 묵어서 오가는 데에 시간이 은근히 들었는데. 다행히도 2층 브릿지로 연결돼서 시원하고 편하게 실내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일정 내내 날씨가 대체로 흐렸고, 수요일에는 심지어 천둥 번개에 폭우까지 왔다. 어차피 휴양지 온 것도 아니어서 비가 오는 것도 썩 나쁘진 않겠다, 다만 엄마 오고 나서도 계속 비가 오면 이동할 때 좀 불편하겠다, 정도로 편하게 마음 먹고 있었다. 되려 30층에서 폭우가 유리창을 때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매력 있더라. 다행히도 폭우는 수요일까지만 왔고, 그 이후로는 중간중간 비가 오락가락 하는 정도여서 노는 데에 방해되진 않았다.

 

베네시안 마카오의 층 중간 방들은 갤럭시 마카오를 바라보거나 (건물 외쪽에 있는 방의 경우) 코타이 스트립 호텔들을 바라보는 풍경인데 (안쪽에 있는 방의 경우) 내 방은 날개 끝에 있어서 이렇게 바로 옆의 호수와 그 너머 타이파 빌리지 방향을 보는 뷰였다. 그래서 카지노 지역의 한가운데에 있는데도 방에만 있으면 고요한 기분이 들었지. 좋아.

 

 

 

 

 

 

일합니다.

 

 

 

 

 

 

 

 

일을 마치고 밤에는 나가서 걸으면서 근처 호텔들 구경도 하고. 사실 City of Dreams 클럽에서 한다는 디제이 파티 초대권도 받기는 했는데 혼자 가려니 역시 귀찮아져서 패th;;; 출장 기간 동안 최대한 구경을 하려고 들었더라면 여기저기 더 돌아다녔겠지만, 어차피 엄마가 도착하고 나서 본격 놀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첫 이틀은 다른 생각 없이 미치도록 일만 한 것 같다 ㅋ

 

 

 

 

 

 

그리하여 수요일 오후에 일을 다 털고 (만세!) 타이파 빌리지 쪽으로 건너가서 유유자적 쉬었다. 여기 건너와서 바라보는 카지노 호텔들은 역시나 좀 신기루 같아. 딱히 도박을 할 생각이 없다면 카지노 호텔들은 대략 구경만 하고 이쪽 타이파 빌리지에서 시간을 넉넉히 쓰는 게 내 취향에는 훨씬 더 좋더라.

 

 

 

 

 

 

딱히 식사를 할 생각은 없고, 어딘가 여유로이 앉아서 음악 듣고 사진 찍고 놀고 싶어서 찾아간 Old Taipa Tavern. 타이파 빌리지 뒷골목에 자리잡은 이 유럽풍의 펍은 작년에도 마음에 들어서 눈여겨봤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못 갔었건만, 이번에는 이렇게 인연이 닿았네.

 

 

 

 

 

 

환전해온 홍콩 달러의 상당수를 호텔 deposit 으로 맡겨놔서 현금이 부족했는데 (지갑에 USD도 있었는데, 그걸로 deposit 할걸;) 다행히 근처에서 환전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돈이 부족해서 뭘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고민했는데, 갑자기 돈이 생기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으로 기네스 드래프트 한 잔에 타파스로 감자튀김을 하나 시켰다!

 

 

 

 

 

 

그렇게 신선놀음 하고 있는데 테라스 밖으로 이렇게 또다시 폭우가 한 차례 지나갔다. 아늑한 펍에서 맥주와 음악과 여유를 즐기는 와중에 바라보는 비는 어찌나 시원한지.

 

 

 

 

 

 

 

호텔 쪽으로 돌아오는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갤럭시, 그리고 베네시안. 마침 비가 갠 후라서 더 맑게 잘 찍혔네. 그 다음 날, 엄마랑도 여기를 지났지만 그때는 하늘이 흐렸기에 미리 찍어두길 잘 했다 생각했지. 호호호.

 

 

 

 

 

 

방에서 남편군과 통화하면서 창문 셀카 :)

 

 

 

 

 

 

그리고 12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엄마를 픽업하러 공항에 다녀왔다. City of Dreams 로 걸어가서 공항으로 가는 셔틀 막차를 타면 간단한데, 괜히 중간에 더 편하게 가려다가 버스를 하나 잘못 타서 마카오 반도까지 넘어갔다 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시간 여유를 두고 나갔던지라 제 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사님 모시고 호텔로 돌아와서, 미리 사서 칠링해둔 칭따오 맥주로 웰컴 드링크를!

 

자,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카오를 함께 즐겨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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