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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8 제주도를 사랑한 여자의 작은 부엌 <미니키친> 6

 

 

 

난데없이 다녀온 제주 여행이 벌써 3달 전이던가...

여행 후기는 진작에 올렸지만 막상 이 글이 늦었다.

 

'언젠가는 우리 꼭 같이 가보자.

피차 출장이 아니라, 놀러 쉬러 가보자.'

라면서 마음 속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있던 제주로

단박에 떠나게 만들었던 이유, 제주도의 <미니키친>

 

 

 

 

일전에 여행기에도 썼듯이,

이 집은 내 지인이 새로이 개업한 식당이다.

 

<미니키친>의 '미니'를 담당(?)하고 있는 조민희양.

피아노를 전공하고 서울에서 음악 가르치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제주도와 사랑에 빠져서,

자격증을 따고 살림 챙겨서 훌쩍, 섬으로 떠난 여자.

 

그렇게 눌러앉은 제주도에서 아마추어 사진 작가로

활동도 하고, 이따금씩 서울에서 전시회도 하더니만,

 

'언니, 나 식당 주인 됐어.'

 

... 그리고 이 소식을 듣게 된 3월 말의 그 때 즈음에

남편의 '4월 3째주 제주도 워크샵'이 마침 잡혔더랬지.

 

안 그래도 워크샵 마치고 제주도에서 만나네 어쩌네

놀 궁리를 하고 있던 차라서 바로 밤 비행기를 예약!

그러고서 즉시 그녀에게 통보(?)를 날렸다. '나, 간다'

 

 

 

 

사람마다 여행의 패턴은 제각기 다 다른 법이겠지만

나는 '특정 식당에 가기 위해, 특정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편은 아니다. 제주도까지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때, 나의 제주도행 발걸음을 움직여준 것은

마침 타이밍 맞게 들려온 미니키친의 개업 소식이었다.

미니키친 하나만 보고 날아갔다면 그건 과장이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실천 단계로 발전시켜준' 요인이었지 :)

 

미리미리, 몇 달 전부터 계획하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이때다' 싶어서 떠나는, 별 준비 없이 가는 제주 나들이.

 

촘촘한 계획이 없다 보니, 마음도 일정도 동선도 편하고,

언제 어디로 가든, 어떤 곳에서 무얼 먹든, 상관 없었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미니키친에서 점심을 먹자' 해놓고

그 외의 모든 일정과 기대치는 백지 상태로 그렇게 갔다.

 

그렇게 여백을 잔뜩 둔 일정의 한가운데에 찾아가서인지

여유롭고, 담백하며, 싱그럽고 맛깔스러운 기억이 되었다.

 

 

 

 

 

 

서귀포시 성산읍,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근처.

올레길 3코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 귀퉁이.

제주스러운 돌담길 풍경 끄트머리에 자리잡았다.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동네도 아니거니와,

'제주도 맛집' 검색하면 뻔히 뜨는 곳도 아니라,

그냥 그렇게 동네의 풍경 속에 '툭'하고 놓인 듯.

 

 

 

 

 

 

주차장에서 안내를 따라,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널찍한 마당에 밭에 시골집 풍경이 펼쳐진다.

 

실로, 지인의 부모님이 쓰시던 집이 비게 되는 바람에

크게 손 안 대고 내부 공사만 해서 개업한 거라고 한다.

 

 

 

 

 

 

음악을 전공하고, 제주도와 사진을 사랑한 여자와,

미술을 전공하고, 요리를 사랑한 여자가 힘을 모아,

 

이렇게 요리하는 작은 공간을 제주도에 열었다.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반겨주며,

안에는 잔잔한 음악과 풍경 사진이 가득한 곳.

 

 

 

 

 

 

미니키친 Jeju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 뒤에 jeju 를 붙이긴 했지만

제주도가 아닌 곳에 분점을 낼 생각은 딱히 없어...'

 

 

 

 

 

 

들어서면 이런 아기자기 깜찍스러운 모습이다.

 

어찌 보면 제주도 시골 돌담길의 옛날 집이 아니라

여대 앞의 인기 있는 퓨전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가!

 

 

 

 

 

 

지금은 메뉴가 더 추가된 듯 하지만, 이때만 해도

오리고기 스튜와 파스타, 단촐하게 2가지만 있었다.

 

사실... 음식의 맛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주인장의 행보가 궁금해서 직접 가서 보고 싶었지만,

오리고기 스튜, 그리고 파스타라는 메뉴 자체가 왠지

'여대 앞 경양식 느낌'이어서 뭐 고만고만하려니 했다.

 

이 기대치를 보기 좋게 뛰어넘었어... 얼큰하고 맛나...

음식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계속하기로.

 

덧붙임.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스튜는 여름 동안에는 잠시 쉬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파스타와 크림카레를 판다고 한다!

 

 

 

 

 

 

골조는 시골집 그대로라서 이런 소품으로 느낌을 냈다.

레이스 커튼, 화사한 색의 꽃 장식, 사진 액자와 장식들.

 

 

 

 

 

 

커튼 안쪽으로는 이런 마루 좌석, 바깥 쪽은 테이블.

 

 

 

 

 

 

내부 공사하는 것에서부터 이런 전구 장식 하나까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둘이서 직접 했다고 한다...

공사 후일담 몇 가지만 들어도 고생이 느껴질 정도여.

 

 

 

 

 

 

그런 고생과 정성 덕분에, 깔끔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었네.

 

 

 

 

 

 

이 날, 미니키친 제주에서 보낸 우리의 여행 시간,

그 기분과 공기를 보다 잘 기억하기 위한 동영상 :)

 

 

 

 

 

 

우선, 오리고기 스튜 한상차림으로 식사를 시작!

단정한 비주얼의 테이블과 매트, 그리고 전골냄비.

여기에 화사한 색감의 식재료와 소스가 담겨나온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미니키친 오리고기 스튜!

사실, 재료만 봐도 맛이 없기는 힘들겠구나 싶다.

쫄깃한 오리고기에 화사한 색감의 호박과 채소들.

 

 

 

 

 

 

이건, 우리 둘의 입맛 교집합에 딱 들어맞는 거다 :)

다만, 우리가 예상 못했던 건 바로 저 국물의 맛이었다.

 

'스튜'라길래 방심(?)해서 국물을 미처 생각 못했네.

이렇게 진하고 얼큰하고 한국적으로 개운할 줄이야?

짜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은데, 아주 풍부한 맛이 난다!

그리고 매콤은 한데, 걸쭉하지 않고 개운하게 매콤해!

(동업자인 친구 어머님의 비밀 레시피라는데, 탐난다...)

 

뭐, 한 마디로 -

'크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런 맛 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오리고기의 비중을 딱 이 정도로 하고

단호박 두부 채소 등을 듬뿍 넣어서 균형이 더 좋았다.

 

 

 

 

 

 

급할 거 하나 없는, 봄비 내리는 날, 제주에서.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를 들으며 기다리는 기분.

 

 

 

 

 

 

뜨끈한 스튜를 호록거리고 있다 보니 파스타가 나온다.

 

 

 

 

 

 

게다가 내가 딱 좋아하는, 매콤 담백한 오일 파스타.

마늘과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서 감칠맛이 좋더이다.

'이름과 비주얼을 보면 서양식 퓨전인 듯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국물이 얼큰하니 토속적인' 스튜처럼,

파스타도 다양한 나이대와 취향에 두루 먹힐 것 같아.

 

다만, 양은 아마 성인 남자 기준에는 약간 부족할 듯?

많이 먹는 이들은 스튜 사이드로 시켜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진하고 자작한 국물이 있는 요리라면 마땅히...

밥을 볶아 먹어야 하지 않겠능가 ㅋㅋㅋ 김 팍팍 넣고!

'진하지만 짜지 않은' 국물이 졸아드니 그야말로 완벽해!

 

 

 

 

 

 

'찾아와줘서 고마워, 느긋하게 많이들 잡솨.'

 

 

 

 

 

 

'내가 식당을 하게 될 줄은 나조차도 생각도 못 했지.

사실 찾아나선 게 아니라 기회가 나에게 와준 것 같아.'

 

 

 

 

 

 

교사 겸 아마추어 여행 사진 작가로 활동하는 그녀답게,

식당 내부 여기저기에 카메라와 사진 액자들이 보인다.

 

 

 

 

 

 

그래, 이런 풍경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제주로 왔겠지.

 

 

 

 

 

 

건물 공사에서부터 장식까지 하나하나 직접 했다고 하니

구석에 놓인 이런 말린 꽃다발까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다 직접 말려서, 엮어서, 매달아 놓은 거야.'

 

 

 

 

 

 

'내가 어디 예쁜 카페나 식당 가면 눈여겨볼만한

그런 여성스러운 소품들을 아낌 없이 쓰고 싶었어.'

 

 

 

 

 

 

여성스럽고 빈티지한 내부 공간에서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제주도의 시골 돌담과 (자그마치) 귤밭이 있다.

 

귤이 많이 나는데 수확할 일손도 없고 수익도 안 나서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귤따기 체험을 제안할까 한단다.

일정 소액만 내고 '따는 만큼 다 가져가세요' 컨셉으로.

 

... 우리 엄마한테 얘기하면 바로 제주도로 날아갈 듯...

아예 솥이랑 도구들 챙겨가서 현장에서 귤잼 담글지도;

 

 

 

 

 

 

삼달로 193번길 77-10

 

 

 

 

 

 

 

 

 

제주도 시골의 소담스러운 풍경과

주인장들의 소녀스러운 취향 덕분에

 

이 곳은 웨딩스냅 장소로도 꽤 주목받았다고 한다.

제주도 스냅을 많이 찍는 아토스냅에서도 다녀감!

 

아토스냅 블로그의 해당 포스팅 보기여기 클릭 :D

 

 

 

 

 

 

느긋하게 여유롭게 행복하게 보낸 점심시간.

 

'가장 제주도다운 곳이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는

각자 다른 것, 다른 곳, 다른 풍경을 떠올리겠지만

이 계절, 우리 여행에는 이 곳이 가장 제주도다웠다.

 

제주도를 '관광'하는 게 아니라,

이 눈높이, 이 호흡으로 즐기는 것.

 

2016년 4월,

느슨한 제주 여행과도 참 잘 어울렸던

 

<미니키친>

 

 

 

 

 

 

 

(신) 서귀포시 삼달로 193번길 77-10

(구)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1271-2

 

주차 : 가능, 집 앞 공터에 자유로이

영업시간 : 11:30~19:00 (L.O. 18:30)

휴무일 : 수요일 & 일요일

 

인스타그램 : minikitchen_jeju (클릭!)

블로그 : blog.naver.com/minikitchenjeju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미술관 근처 맛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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