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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21 선유도의 향기 파는 책방, 프레센트 (Prescent. 14)

 

 

 

 

당산 권역 주민으로서 왠지 열심히 소개해야 할 것 같은, 선유도의 자그마하고 아늑한 책방. 요즘 안 그래도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테마와 개성이 뚜렷한 책방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한 군데가 마침 집 근처 선유도에 있다고 하길래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가 최근의 어느 주말에 드디어 방문해봤다.

 

 

 

 

 

 

프레센트

Prescent. 14

 

일명, 향기 파는 책방.

 

양평동5가 92 104동 105호

(선유도역 2번 출구, 도보 3분 거리)

 

 

 

 

 

 

당산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분위기가 많이 다른 선유도 권역, 오피스텔 건물 1층에 빼곰하니 자리잡고 있다. 계속 온라인에서 책방 소식만 확인하다가 가게 실물은 처음 본 거였는데,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예쁘고 세련되어서 기분 좋게 놀랐다.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지도에는 '프레센트' 라고 기재되어 있고, 가게 앞에는 이렇게 향기 파는 책방이라는 부제도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저 14라는 숫자는 뭔지 물어본다는 걸 깜빡했네.

 

 

 

 

 

 

사장님이 인테리어에 대한 식견과 취향이 확실한 걸로 보인다. 아늑하고도 세련되어서 가게에 들어서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일 정도.

 

 

 

 

 

 

잡지로서의 역할보다도 늘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더 가치를 인정받는 듯한(...) KINFOLK 잡지들도 놓여있고, 작은 공간이지만 엄선한 책들이 꽤 차곡차곡 알차게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

 

 

 

 

 

 

난 이 곳이 '책방'인 동시에 '북카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가게가 자그마하고 앉을 곳이 그닥 없어서, 카페 아닌 그냥 책방입디다. 선별된 책들을 훑어보면 왠지 사장님의 취향을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어.

 

 

 

 

 

 

 

 

단순히 책 장르가 아니라, 이렇게 나름의 감성적인 테마로 분류되어 있어서, 이 가이드들을 따라가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아무래도 '문학과 여행에서 얻는 위로와 풍요로움'에 가장 관심이 가네.

 

 

 

 

 

 

'향기 파는 책방' 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렇게 자체 브랜드로 방향제를 판매한다. 책과 함께 세트 구성도 가능해서, 운치 있는 선물로도 딱 좋을 듯. 게다가 이 아늑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책을 고르다 보면, 왠지 공간의 향기도 하나쯤 같이 사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든단 말이지.

 

그 외에도 이 책방의 중요한 개성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블라인드북.

 

 

 

 

 

 

이렇게 이렇게, 해시태그 키워드와 함께 종이로 꽁꽁 포장된 가지각색의 책들. 사실 이 책방에 대한 관심도 이 블라인드북에서 시작됐었던 것. 선택을 우연에 맡기고 그냥 한 권 사보고 싶기도 하고, 책과 함께 저 키워드들을 누군가에게 선물해보고 싶기도 했다.

 

 

 

 

 

 

멘토링을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꼰대와 멘토 사이' 라는 저 표현은 마음에 든다.

 

 

 

 

 

 

마력의 소설, 비틀어진 세상 속 고뇌, 목적이 있는 삶, 우리는 살아있는가! 내가 구매한 책이기도 한데, 포장을 뜯고 나니, 그리고 책을 읽고 나니까 왜 이런 해시태그가 붙었는지 알겠더라. 그때까지는 뭐가 나올까, 두근두근 기다리는 그런 맛.

 

 

 

 

 

 

창조적 잉여, 모든 것의 가능성, 쓸데 없는 것과 농담, 잉여의 자격... 이게 남편이 본인 취향에 근거해서 고른 블라인드북.

 

 

 

 

 

 

여담이지만, 대표님이 훈남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가게 구경하고 책을 고르는 내내, 별 간섭 없이 편하게 다른 일 하고 계셔서 난 더 좋았다. 게다가 남편의 추측으로는 이 책방은 부업? 취미? 로 운영하고 그 외에 별도의 비지니스를 하는 걸로 보인다고 함. 다행이에요. 이 책방 수익 안 난다고 쉽사리 문 닫고 그러지는 않을 거라는 소리잖아.

 

 

 

 

 

 

책들에도 테마가 있듯이, 향기에도 테마가 있다. 디퓨저가 사이즈 작고 스틱도 짧은 점이 마음에 든다. 화장대 안쪽 선반 등 작은 공간에도 가뿐히 놓을 수 있음.

 

 

 

 

 

 

책과 향기

향기 파는 책방

 

최승진 대표

 

 

 

 

 

 

날이 몹시 추웠던 주말 오전, 이 아늑한 가게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풍경은 이렇다. 선유도는 우리가 이사갈 뻔 했던 동네여서 그런지 괜스레 더 정감이 가고 그러네.

 

 

 

 

 

 

좋은 공간, 좋은 시간, 좋은 기억.

 

 

 

 

 

 

자, 그럼 어디 한번 오늘의 전리품(?)들을 뜯어볼까? 과연 마음에 드는 책일까? 뭐가 나올지 기대되는 순간 :)

 

 

 

 

 

 

남편의 '잉여' 테마 책은 김중혁의 산문 '뭐라도 되겠지'가 나왔다. 그리고 나의 '고뇌가 담긴 마력적인 소설'로는 이외수의 '들개'가 당첨되었네. 평소에 이외수 소설은 찾아 읽지를 않는 데다가, 책 소개에서 느껴지는 어둑어둑함에 잠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평소에 내가 손 뻗어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이 걸리는 이런 랜덤함이 블라인드북의 매력인 셈이니까!

 

여담이지만, 들개는 읽어본 바로는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왜 그동안 이외수 소설에 관심이 없었는지도 새삼 다시 알겠고. 그래서인지 남편은 아마도 내가 향후에 블라인드북을 재구매할 것 같지 않다고 하네. 한번 구매해본 재미는 있었을지언정, 나는 워낙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취향과 생각이 확고한 타입이라, 굳이 해시태그 추천으로 '남이 골라주는' 책이 나랑 그리 어울리지는 않는다며. 뭐,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번에 향기 파는 책방에 가면 블라인드북 말고 일반 책을 살지도? 아,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 선물용으로는 사보고 싶은 매력이 있단 말이야, 블라인드북.

 

여튼, 선유도에 숨어있는 멋진 공간이라서 꼭 소개하고 싶었던 곳, Prescent 14, 향기 파는 책방. (최근 업데이트를 보니까, 소규모 독서토론 모임도 운영하는 것 같던데, 한번 참여해볼까, 라는 생각도 살짝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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