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의 맛에 있어서
정인면옥이냐,
봉피양이냐 하는 것은
마치 콩국수는
여의도 진주집이냐,
서소문의 진주회관이냐
를 묻는 것과 다름이 없다.
뭐, 나에게는 그렇다.
우래옥, 을밀대, 을지면옥, 유진식당, 대동관...
서울에만 해도 내로라 하는 평양냉면 집들이
많을진대 왜 하필 저 2군데만 놓고 그러냐면,
내가 주로 가는 데가 저 2군데 밖에 없어서-_-
요즘에 일 관련 외에는 식사 약속을 잘 안 잡고
무슨 맛집이라고 찾아다니는 편도 못 되는지라
결국 가는 곳이 삼청동과 여의도... 로 축약된다.
상대적으로 육수 맛이 진하고 고소한 봉피양.
심심할 정도로 맑은 육수가 특징인 정인면옥.
뭐가 정통이네 분석할 능력은 나에게 없고...
다만, 오늘 정인면옥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첫 방문은 아니지만, 혼자서 간 건 처음이고,
이 내가 굳이 동선을 빙둘러가면서 들렀으니
오늘 저 시원하고 개운하면서 조금은 닝닝한
저 국물의 맛과 온도가 단단히 땡겼었던 모양.
돌아오는 길에 덥고 피곤하고 가방도 무겁고
아직 할 일이 여럿 남았음을 곱씹는 와중에도
'아, 힘내서 여기 들르길 잘 했다' 싶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늘 저녁 술자리로 찾았던 곳인데
혼자서 오로지 냉면만 먹고 일어나기도 처음.
그래서였나. 유독 기억에 남는 이 청량함이란!
그런데 -
평소에 나에게 랜덤으로 둘 중 하나 고르라면
어쩐지 봉피양으로 기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
사실 난 평양냉면보다도 콩국수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이 글의 결론은,
평양냉면에는 정해진 답이 없으며,
콩국수는 역시 여의도 진주집이라는 것?
덥고 습한 여름,
다들 즐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