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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28 '여긴 확실히 맛있었다' - 소소하고 주관적인 맛집 모듬 :) 3

 

 

 

이거 8말 9초 포스팅이었는데...

어느새 10월이 코 앞이고 그렇네???

 

휴, 이젠 뭐 놀랍지도 않다 뭐 ㅋㅋㅋ

 

여튼,

올해 무더위의 끝자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 속에서,

 

바쁘게 스쳐지나갈지언정

'아, 이 집 음식은 정말 제법 괜찮네'

싶었던 몇몇 군데를 모아모아 올려본다.

 

 

 

 

 

 

@ 라볼파이야, 연남동.

 

수년 전, 주말 청담동에서의 오찬으로 시작했다가 오후 내내의 낮술, 그리고 저녁 마무리 술자리까지 이어졌던(!) 그 만남. 그 시작 장소가 청담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볼파이야'였지.

 

이제는 다 같이 한 자리에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때처럼 충동적으로 내달릴 여력도 없는지라, '그땐 우리 그랬지, 와하하하' 하는 추억으로 기억하는 날이기도.

 

애피타이저 류가 제법 입맛에 맞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음식 자체보다도 그 날의 '꺄르르'한 기억 때문에 좋게 기억되는 곳이다. 문 닫기 전에 다시 갔더라면 과연 첫 방문의 기억만큼 맛있었을지, 그건 잘 모르겠네. 어쩌면 없어졌기 때문에 그냥 그 날의 기분 그 자체로 박제되어 버린 기억일 수도 있고.

 

그 라볼파이야가 청담동에서 장사 접은지도 어언 수년 된 걸로 아는데, 최근에 연남동 골목을 지나가다가 익숙한 간판과 로고를 마주치게 됐다. 알고 보니 당시 청담동 라볼파이야의 메인 셰프 하시던 분이 최근에 연남동에 가게를 여신 거라고.

 

정해진 계획 없이 연남동을 돌아다니던 어느 주말 저녁, 남편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봤지. 어찌 보면 연남동 등지에 많이 생겨난 레스토랑들과 별다를 것도 없고 실내는 약간 비좁은 듯도 하지만, 알던 이름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기분에 은은하게 즐거웠다.

 

그리고, 메뉴를 다양하게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파스타는 확실히 잘 만들잖아! 탱글하게 딱 맞게 조리된 얇은 면,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 부재료, 무엇보다도 풍미는 살아있지만 염도가 높지 않아서 편안한 소스까지. 평범한 듯 해도 한 입 한 입, 맛과 식감을 음미하면서 먹게 되는, 그런 한 접시. 파스타는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라서 1-2만원 돈 주고 먹으면서 그렇게까지 변별력을 느끼기가 어려운 항목인데 말이지! 음, 그래, 이 셰프 다른 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파스타 정말 잘 하네.

 

이대 후문 지노 프란체스카티의 꽃게 비스크 파스타도 훌륭했고, 합정 빠넬로의 보따르가 마케로니 역시 기억에 남는 맛이었지만, '저염도 풍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연남동 라볼파이야에서 먹은 이 감베로니 베르두레, 이게 가장 취향에 착 붙는 맛이었네. 개인의 취향이란 이런 것.

 

 

 

 

 

 

@ 베무쵸 칸티나, 연남동.

 

연남동 골목에 조용히 자리잡은 테이블 5개짜리 자그마한 식당, 그러나 멕시칸 푸드를 제대로 하는 것으로 이미 예전부터 입소문이 나서 대기자가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인기 많은, 베무쵸 칸티나. 멕시칸 푸드는 꽤나 좋아하면서도 대형 체인점에 왠지 모를 반감을 살짝 가진 나로서는 꼭 가보고 싶은 집이었다. (목동의 타코벳 역시 이런 취향에 근거해서 매우 마음에 들었던 곳!)

 

메인 요리 둘에 과카몰레를 시켰는데 내 입에는 이 부리또가 가장 신박하게(?) 맛있었다네. 재료 본연의 맛이 입 안 가득! 듬뿍! 나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다만, 지름도 크고 재료도 꽉 차있어서 먹을 때 도저히 품격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게 단점 ㅋㅋㅋ 내외해야 하는 자리라면 주문을 보류하는 것이 좋을 듯...

 

솔직히 내가 멕시코를 가본 것도 아니고, 멕시칸 음식도 (좋아는 하지만) 조예 깊게 대해본 것도 아니어서, 이게 정말 소위 정통 멕시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은 식당의 맛과 분위기는 내가 '막연히 꿈꾸는 멕시코'를 잠시 떠올리게 해주고, 그것만으로도 난 꽤나 멋지다고 생각해.

 

멕시칸 칵테일인 칠라다, 혹은 시원한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부리또 하나를 반씩 나눠먹고 있으면 연남동의 이 작은 식당이 멕시코의 어느 해변 펍처럼 느껴질 것만 같은 것. 다음 방문 때는 (왜냐면, 필시 재방문할 거니까!) 타코를 시켜봐야지.

 

아직은 뜨겁지만 한여름의 폭염이 다소 누그러진 햇볕을 받으면서 노닥노닥 멕시칸 푸드를 즐기는 평일 휴무의 여유로움과 함께 기억될, 베무쵸 칸티나.

 

 

 

 

 

 

@ 오시오 건강밥상(청국장), 상암동.

 

그냥, 예전부터 왠지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평범한 듯 하지만 재료를 성의있게 사용하고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는, 상암동의 밥집. 지도에 따라서 상호가 건강밥상으로 표시되기도 하고 청국장이라고 뜨기도 한다. 인기 메뉴는 오징어/목살 철판 볶음인데 이게 제법 괜찮더란 말이지.

 

메뉴 구성이 별난 건 아니어도, 먹을 때 흡족하고, 은근히 또 생각나고, 부담 없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어디 이런 식당이 일상 생활 속에서 그리 흔하던가. 집 앞에 있었더라면 요리하기 싫은 주말에 추리닝에 슬리퍼 끌고 가서 밥 한 끼 하고 싶을 식당.

 

 

 

 

 

 

@ 천지명, 서여의도.

 

내가 평소에 굳이 찾아먹지는 않는 메뉴, 양고기. 비지니스 런치로 잡힌 자리여서 장소 선정도, 메뉴 선택도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맡겼는데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먹어본 이 양갈비가 세상에 맛이 좋습디다. 안 즐기는 메뉴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다고 하면, 그건 뭐 게임 끝 아닙니카.

 

어릴 때 양고기 문화에 많이 노출됐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양고기 특유의 육향을 좋아하지 않고, 그걸 굳이 극복하면서까지 찾아먹을 정도로 육식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집의 양갈비는 보들보들하고 특유의 양고기 맛은 나되 누릿한 향이 없어서, 전혀 거부감 없이 먹히더라고.

 

물론, 내 돈 주고 다시 가서 먹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메뉴 우선 순위에서는 여전히 좀 밀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비선호 메뉴이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인상적이었던 천지명 양갈비.... 갈비... 갈비... (메아리)

 

 

 

 

 

 

 

@ 마마수제만두, 은평구 신사동 (6호선 새절역)

 

별도의 후기를 올릴 생각인데, 아주 그냥 찬양일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서울 외곽 새절역에 있는 마마수제만두 (마마수교). 지역주민들의 강력 추천에 의거하여 방문하였는데, 세상에 꿔바로우도 마파두부도 내 인생 최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비싸고, 더 유명한 중국집들도 가봤지만 이렇게 감명받은 적은 없었... 크흡.

 

입소문도 많이 난 맛집인데, 묵묵히 한 자리에서 정감 있게 오래오래 장사하시는 모습마저 마음에 들어! 진짜 영원히 번창하셨으면... 그런 의미에서 다른 메뉴들도 하나하나 정복하러 갑니다. 페북에 사진 올리니까 너도 나도 가겠다고 난리가 났는데, 모아모아 다 가보자구요, 어디.

 

흠, 쓰고 보니까 내 심경에 비해서는 글이 너무 절제된 것만 같잖아. 간단하게 말하자면 매우 엄청나게 무지하게 세상에 마상에 맛있었음. 기회 있으면 무조건 가보라고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강추 따따봉 날리고 싚드아ah-!!!

 

 

 

 

 

 

@ 옳은, 종로 익선동.

 

늘, 항상, 언제나 옳은, 익선동 옳은. 사실 여기에서 선후배 모임을 가지려 했던 날인데 여차저차 취소가 되었고, 마침 남편도 예정에 없이 일찍 퇴근을 하게 되어, 결국 남편과 데이트가 얻어 걸린(?) 날이었지. 사장님, 5인석 예약은 취소고 그냥 2인이서 가서 바(bar) 자리에 앉을게요...

 

이 날의 식전주는 자그마치 아직 정식 판매 전인 알폰소 셰리주. 포트 와인도 좋지만, 역시 더 담백한 셰리주가 입에 착착 감기는고만. 사장님 언능 정식 판매해주세요. 와서 또 단골 지수 팍팍 찍어볼게요.

 

언제 와도 아늑하고, 포근하고, 편안하고, 정취 있고, 맛깔스럽고, 옳은 집이여. 퇴근길 선상에 있었더라면 약속 없는 날 혼자 책 한 권 들고 와서 셰리주 한 잔 홀짝이면서 노닥이다가 가고 싶은 곳.

 

 

 

 

글을 쓰면서 새삼 생각한 거지만, 이 포스팅에 등장한 곳들은 다시 봐도 진정한 맛집 인정일세. 모든 기준은 지극히 소소하고도 주관적이나,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그런 기준에서 이루어지는 것!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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