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큐슈에서 번화한 도시인 데다가, 원체 먹방으로 알려진 곳인 만큼, 후쿠오카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스시'라는 항목으로 검색하면 필시 뜨는 2곳을, 우연히도 이번 여행에서 다 가보게 되어서 이 참에 비교를 해볼까 한다.

 

첫번째는 '100엔 스시'로 알려진 '우오베이 스시' 하카타점. 역에서 가깝기도 하고, 마침 우리 숙소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후쿠오카에서의 첫 식사지로 무던하게 선택되었다. 사실 원래 지인들의 평이 좋았던 효탄스시에 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본점은 텐진에 있지만, 하카타에 분점이 있음) 아무래도 대기줄이 긴 편이라고 해서 패스했다. 우리는 숙소 체크인 전이라서 캐리어도 끌고 가고 하는데 그 식당 하나 가겠다고 1시간씩 기다리는 건 좀 아닌 듯 해서 말이지. 대형 체인이어서 맛은 고만저만할지라도 동선이 편하고 대기줄이 없는 곳에 가겠다! 터치 스크린에 한국어 주문 기능도 있다고 하니 편하겠지!

 

두번째는, 바로 그 효탄스시 텐진본점. 굳이 여기를 찾아서 갈 생각까지는 없고, 그냥 혹시 몰라서 구글맵에 표시만 해뒀는데, 마지막 날 텐진에서 점심을 안 먹은 채 2시가 넘어가니 '뭐 기왕 이 위치 이 시간이면 효탄스시 도전해봐도 되겠는데?' 싶어서 찾아간 게 적중했다. 마침 2시반 브레이크타임 직전의 라스트오더여서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점심정식 2인분 주문하고 세이프! 후후후...

 

여튼, 둘 다 대중적이면서 각기 다른 특색의 스시집들이니까 간단하게 소개를 해봅시다.

 

 

 

 

# 1. 우오베이 스시 (하카타점)

 

 

 

 

다이 좌석에 일렬로 앉아서, 터치 스크린으로 주문하는 게 특징인 우오베이 스시. 영어/한국어 기능도 제공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본어를 잘 못 하는 관광객에게 최적화된 구조랄까. (물론, 저렇게 구글 번역기 오역 같은 표현들이 나올 때도 있지만... 뾰루지, 대체 왜죠...) 스시는 물론, 사이드 디쉬, 디저트, 주류까지 한꺼번에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고, 다 먹고 나서는 계산서 정산까지 가능한 구조다. '현지의 아늑한 맛집에 온 기분'은 덜할 수도 있지만, 편리하고 효율적인 건 확실해.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 입에는) 충분히 맛있다!

 

 

 

 

 

 

스크린에 주문을 누르면 스시 접시들이 이렇게 기차(?)를 타고 슝- 하고 자리까지 배달이 되어 온다.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어서 신선도 면에서는 최고인 셈. 게다가 벨트 위를 빙빙 돌면서 '먼저 집는 자가 임자' 식으로 눈치게임할 것도 없이, 내가 주문한 건 나에게로 배달이 된다는 거니, 난 매우 속 편하고 좋았어 :)

 

 

 

 

 

 

첫 판부터 이것저것 눌러댄 결과... 달걀초밥은 워낙에 좋아해서 각자 먹자고 2개로 눌렀더니, 2점이 아니라 2접시가 왔네? 그렇다고 문제될 건 없고, 둘 다 먹으면 되지 뭐? ㅋㅋㅋㅋㅋㅋㅋ

 

 

 

 

 

 

이것저것 시키다가 우니(성게알) 초밥이 좀처럼 안 보이길래, 내친 김에 우니가 포함된 10피스짜리 세트를 하나 시켜보았다. 호, 한번에 오니까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편하고?

 

 

 

 

 

 

물론 연어 참치 등은 여태까지 먹은 것과도 일부 겹치지만, 이 역시 어차피 좋아하는 맛인까 한 입 더 먹어도 상관은 없... 지만 이제 배가 불러오는 게 가장 큰 문제로고만.

 

 

 

 

 

 

왜냐면 우리 쪽은 스시 뿐만 아니라 술도 마셨기 때문이줴! 간만에 하이볼이 땡겨서 나는 하이볼, 히워니는 기린 생맥 시켰는데, 둘 다 마셔본 결론은 역시 나마비루가 먹어준다... 였음. 뭐가 됐든 여행지 도착해서 첫 식사에 첫 술, 심지어 메뉴들까지 너무 맛나서 신나게 들이켰다...

 

맥주와 연어/아보카도 계열의 초밥에 집중한 우리와는 달리, 민느/밍기 팀은 참치뱃살을 위주로 다양하게 먹는 거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여튼 넷이서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맛나게 신나게 배부르게 먹고서, 총액은 7,443엔 그러니까 7만원 중후반대로 나왔다. 우리 여행 일정 통틀어서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큰 지출이었는데 (모쯔나베는 정민느가 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스시를 이만큼 잘 먹고 인당 2만원이 안 나왔다는 거니까, 대만족!

 

게다가 '저렴하고 편리하니까 맛은 덜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물론 더 고급스럽고 맛이 섬세한 스시집도 물론 있겠지만, 이 대중적이고 달달한 맛의 스시도 우리 입에는 매우 즐거웠는걸.

 

일본어 구사가 잘 안 되는 사람, 인원이 많아서 가성비 좋게 초밥을 먹고 싶은 사람, 이 터치 스크린과 기차 배달 시스템이 재밌어서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 등등에게는 이 우오베이 스시도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다만, 평소에 미들급 이상의 스시야를 자주 다니거나, 매 끼니의 맛에 기대하는 바가 크거나, 혹은 아늑하고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낫겠지.

 

우리 일행의 평점은 : 10점 만점에 8점은 될 듯!

 

 

 

 

# 2. 효탄 스시 (텐진 본점)

 

 

 

 

우오베이 스시가 왁자지껄하고 전자 주문 시스템이 갖춰전 대형 체인점이라면, 효탄스시는 그보다 자그마하고 아날로그하며 눈 앞에 주방장들이 초밥을 쥐는 모습이 보이는, 그야말로 좀 더 전통적인 스시야의 모습이다.

 

원래는 식사 시간에는 대기 1시간은 기본이라는데, 우리는 2시 20분 쯤에 갔더니 1-2분 안에 바로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들어가보니 과연 가게 규모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규모에 비해서 종업원 수는 넉넉한 편이었지만) 스시라는 게 인스턴트 음식도 아니어서 만드는 데에 시간도 걸리는지라, 피크아워에는 줄이 길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듭디다.

 

 

 

 

 

 

심지어 운 좋게 다이 좌석으로 안내받았다! 스사 접시가 테이블로 배달되는 것보다도, 바로 내 눈 앞에서 주방장이 쥐어서 바로 내주는 이런 걸 원했는데! 주문 마감 직전이었기 때문에 자리만 있으면 어디든 앉았겠지만 그 와중에 내가 딱 좋아하는 다이 구석 자리라니, 오늘 여기에 오게 된 것부터 해서 뭔가 일이 잘 풀리는데?

 

주문 마감까지 10분도 안 남았으니까 고민 따위 하지 말고 런치 정식으로 시킵시다. 980엔짜리 효탄정식과 870엔 점보정식이 있는데, 우리는 마끼 없고 달걀초밥이 있는 점보정식으로 결정!

 

 

 

 

 

 

주문까지 성공하고 나니까 여유가 생겨서 주방장들이 초밥 쥐는 것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우리의 성공적인 점심식사'를 양껏 기뻐했다. 물론, 혹자에 의하면, 비행기는 뜰 때까지는 뜬 게 아니고, 음식은 나올 때까지는 나온 게 아니라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촉촉 탱글한 초밥들이 금방 나왔는걸! 점심정식 메뉴라서 초밥 재료가 전형적인 데다가, 브레이크 타임 직전이라 그런지, 어쩐지 더 빠르게 서빙된 듯한 기분... 그릇 역할을 하는 저 나뭇잎 위에 기본 김초밥이 3개 얹혀 있고, 여기에 초밥 4개씩 총 2차례, 그리고 마지막 한 차례는 별도의 접시에 내어 주신다.

 

 

 

 

 

 

첫 판은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흰살과 붉은살 생선들로! 물론 내가 원체 좋아하는 계열이니까 맛은 좋았다. 사르륵 녹는 듯한 식감이 포인트. 그리고 이 맛이 과연 차별화될 맛이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하겠다. '미들-로우 급의 스시야인데, 재료 순환과 가성비 면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곳이다' 라고.

 

하나하나가 대단히 섬세하게 숙성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무던하고 대중적인 맛이랄까. 그와 동시에 순환이 원체 빠른 인기 식당이다 보니까, 재료도 차질 없이 관리되고, 특히나 점심 정식은 인당 만원 부근의 가격에 이렇게 모듬초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에서 최고점을 받을 만 하다.

 

우오베이에서는 이것저것 시키고 술까지 마셨는데 인당 2만원이 안 나왔다는 점에서 가격 만족을 했다면, 이 효탄 스시의 점심 정식은 이렇게 하자 없는 맛과 구성의 스시 오마카세를 1만원 가량에 즐길 수 있어서 대만족한 셈. 물론 저녁식사에 반주까지 곁들인다면 단가는 더 올라가겠지만, 점심식사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에는 두 스시집의 가격 만족도는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나에게는.

 

 

 

 

 

 

두번째 판은 새우와 조개, 한치 등 특수 어류 위주로. (저 위에 보이는 연어와 참치는 첫 판에서 내가 아직 다 안 먹은 거...) 특히나 이 판의 스시들이 맛이 달았다. 그게 입에 거슬리고 인공적인 단 맛이 아니라, 야들야들하게 잘 손질한 초새우/한치 등에서 오는 단 맛, 그리고 과하지 않은 양념과의 조화... 였달까.

 

 

 

 

 

 

마지막 판은 달달한 달걀초밥과 쫄깃 짭쪼름한 문어초밥으로 마무리! 딱 이렇게 초밥 12점이 나오는데 (기본으로 나오는 미니 김초밥 제외하고) 다 먹고 나면 딱 기분 좋은 포만감, 그리고 마지막 한 점이 남긴 약간의 달달함이 감돈다. 그와 동시에 '아, 정말 멋진 점심식사였어' 라는 생각도 함께.

 

'여기는 필수 코스'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1시간씩 기다려가며 이 집을 꼭 가야 한다는 소리는 못하겠지만, 여행지에서 발걸음 떠도는 대로 이렇게 운 좋게 들어오면, 필시로 기분 좋은 초밥 한 끼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우리의 텐진 일정에서 행운의 상징이었던, 효탄스시.

 

덧붙임. 시골이 아니라 후쿠오카 시내의, 제법 잘 알려진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서 현금 결제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번 신용카드 사용 제한을 겪었는데도 왜 우리는 그 다음에 간 디저트 카페에서는 카드 결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여튼, 일본 여행시에는 비록 장소가 도심이라고 할지라도 현금 구비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였다 ㅎㅎㅎ

 

 

 

 

********************

 

우오베이와 효탄의 차이점?

 

(1) 규모와 주문 시스템

우오베이는 상대적으로 큰 매장에, 터치 스크린 주문, 그리고 즉시 주문 즉시 제작 배달 시스템. 오붓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없지만 왁자지껄하게 후쿠오카 시내에서의 먹방을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일본어 주문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영어/한국어 지원되는 터치 스크린이 반갑기도 할테고.

효탄은 본점도 분점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니어서 좌석도 한정적이고 이에 따라서 대기줄도 길다. 나무 소재의 다이, 전통적인 스시야의 외형 등 포근하고 아날로그한 분위기는 장점.

 

(2) 가격은 엇비슷 (점심 기준으로)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우오베이는 여자 4명이서 실컷 먹고 주류까지 추가해서 7만원 후반대, 그러니까 인당 2만원이 조금 안 나왔고 (사실 술 안 마신 멤버들은 1만원 중반대까지도 떨어질 것 같다... 총액은 음주인들이 올려놓은 듯...)

효탄은 점심 정식이 870엔/980엔 그러니까 각 1만원 부근의 가격이니까, 결국 지출로 따지자면 우오베이와 크게 다른 건 아니다. 다만, 효탄은 이런 정식이 아니라 개별 접시로 주문하면 총액이 우오베이에 비해서는 좀 더 높게 나올 것 같긴 함.

 

(3) 맛... 은 어차피 개인의 취향...

솔직히 어느 쪽이 월등히 우월하다고 보기에는 애매한데, 굳이 따지자면 대량 생산하는 우오베이보다는 효탄이 식재료를 조금 더 세심하게 손질하는 감이 있긴 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숙성된 단 맛'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러나 우오베이는 대량 체제인 만큼 식재료 폭이 넓은 것이 또 장점이라. 맛으로는 어느 쪽의 압승은 아니었고, 둘 다 무던하고 대중적인, 그럼에도 밋밋하지는 않고 상당히 맛깔스럽고 만족스러운, 그런 초밥들이었다.

 

(4) 결국, 동선/대기시간/분위기로 결정...

그러니까, 후쿠오카에 머무는 동안 둘 중 한 군데에만 갈 수 있는데 어디를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각자의 동선과 여유시간 등에 따라서 결정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게 나의 사견.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 길게 기다릴 수 없다, 고 한다면 우오베이. 번잡스러운 분위기는 별로다, 난 식사시간을 살짝 피해서 가서 대기시간을 줄여보겠다, 이런 사람이라면 효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