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혼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02.12 연남동 사이토 - 내가 꿈꾸던 바로 그 라멘집 :) 6

 

 

 

 

어딘가를 본격적으로 갈 계획이 없었던지라 카메라마저 챙겨나오지 않았던 설 연휴 직전의 어느 날... 그냥 홀린듯이 이끌려 들어가게 된 연남동 라멘집 '사이토'에서 미각을 후려치는(?) 라멘과 조우하게 된다.

 

말이 너무 거창한 듯도 싶지만, 지극히 전지적 내 멋대로의 시각에서는 스토리가 저렇지. 진짜, 내 머리 속에서 존재하던 '완벽에 가까운 라멘'을 만나게 해준 사이토. 아, 진짜 조만간 내가 DSLR 장착하고 재방문 예정이고요.

 

물론, 나는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일식이나 라멘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일본 현지에서 다양한 라멘을 섭렵해봤냐고? 그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먹는 '라멘'들은 다 내 입에는 짜거나 기름지거나 여하튼 뭔가가 부족하거나 넘쳤는데, 그 모든 단점을 보완하여 '적어도 내 입맛에는 완벽한' 그런 라멘을 만드는 곳.

 

내가 얼마나 감명을 받았으면 폰카로나마 열심히 사진을 찍어와서 이렇게 단독 포스팅을 올리고 있겄어. (평소에 폰 사진은 아무래도 눈에 덜 차서 페북에라면 모를까, 블로그에는 잘 안 올리는 편.)

 

어찌나 중요한지, 포스팅 초입에 가게 위치 및 주요 정보부터 뿌리고 봅시다. 연남동 철길 공원, 소위 연트럴파크 주변부에 있는데 살짝 골목으로 들어가야 해서 큰 길에서는 눈에 안 들어온다. 그리고 가게 외형 또한 그리 화려하지 않아서, 알고 찾아가는 자 혹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는 자에게만 보일지도...

 

 

 

 

 

 

* 주소 *

(신) 성미산로26길 43 104호

(구) 연남동 257-8 104호

 

* 전화번호 *

02-323-0723

 

* 영업시간 *

연중무휴

매일 11:00~22:00

Last order 21:30

 

* 주차 여부 *

연남동 골목 특성상, 주차는 불가 ㅋ

인근에 대고 걸어오는 것도 쉽지 않음;

 

 

 

 

 

 

 

요래요래 생겼다. 조용하고 정갈한 골목 한켠에 그렇게, 툭, 하고 놓여있다. 외형이나 간판 등으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지 않는 가게. 지나가다가 들어오려면 들어오세요, 라는 느낌으로 무심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런 형국.

 

이 사진은 우리가 다 먹고 나오면서 찍은 거라서 한 팀이 있는데, 우리가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갈 때만 해도 사장님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 영업하나요? 식사 되나요? 물어보게 될 정도로. 그렇게 물으면 뭔가 시크한 표정의 사장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앉으시라고 한다.

 

 

 

 

 

 

이 'ㄷ'형의 다이에 반해서 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길쭉한 다이 사이를 오가면서 사장님 혼자서 주문 받고, 요리도 하고, 중간중간 나와서 나마비루도 따르고, 여튼 바쁘십디다. 그러면서도 공간이 엄청 효율적이고도 아늑해서 '아, 저 공간에 앉아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식사를 다 하고 보니까 커피와 음료수는 무료였... 지만 어차피 알았더라도 마시지는 않았겠지. 사실 그것보다 땡기는 건 사케였지만, 그건 다음번을 기약해봅시다...

 

 

 

 

 

 

처음에는 메뉴가 딱 이 4가지만 있는 줄 알았다. 딱히 다른 설명도 없고, 벽에 붙어있는 게 이것 뿐이어서. 나중에 알고 보니 각종 덮밥류 등 더 다양한 식사 메뉴가 있다고 하네. 그런데 이건 가게를 둘러봐도 안 보이고, 요청을 해야 보여주시는 듯... 여기 라멘 전문점이고 라멘을 겁나 잘 맹그니까 엥간하면 라멘 시키소... 라는 뜻일까! ㅋㅋㅋ

 

쿠마모토 돈코츠

쿠라이

도쿠센

미소

 

4종이 있고 가격은 각 8천원으로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한 그릇씩 만드어내는 사장님의 정성을 보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멘의 맛을 보면!!! 8천원이 전혀, 단연코, 한 푼도 아깝지 않은 심경...

 

 

 

 

 

 

내가 시킨 게 담백한 미소 라멘 (좌측)

남편이 시킨 게 얼큰한 카라이 라멘 (우측)

 

사실 난 된장 베이스의 미소보다는 간장 베이스의 쇼유 라멘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사진 상으로는 미소에 차슈가 없어 보여서 이렇게 주문했다. (챠슈 별로 안 좋아함...) 그런데 알고 보니 미소를 포함해서 모든 라멘에 차슈가 다 같이 나오네? 뭐 기왕 나온 거 먹어나 보자. 그리고 입에 안 맞으면 (차슈를 잘 먹는) 남편에게 넘겨주자, 이렇게 생각했는데... 개뿔 ㅋㅋㅋ 넘겨주긴 뭘 넘겨줘. 한 톨도 남김 없이 내가 다 먹었다. 세상에, 내가, 차슈를, 그것도 맛나다고 감탄하면서 먹다니??

 

 

 

 

 

 

우선, 두 메뉴의 공통적인 요소부터 짚어봅시다.

 

내가 생각하는 라멘 (정통 일본식이든, 한국에서의 변형이든 간에) 의 가장 큰 단점은 '짜고 느끼하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내 미각이 참 싫어하는 두 방향이지. 국내에 정평이 난 라멘집들도 난 먹고 나서 늘 평이 저랬다. 짜다. 느끼하다. 뭐 구수하고 뜨끈하긴 한데 내 입맛에는 별로.

 

그런데, 그런 내 입에 사이토의 라멘들은 짜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닝닝하게 싱거울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라멘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염도를 조심스레 조절한' 듯한 그런 맛. 대신에 파와 마늘, 그리고 매운 라멘의 경우에는 매운 맛을 넉넉히 사용해서 '짠 맛'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풍미를 충분히 내주었다.

 

그리고 차슈가... 저 차슈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야들야들 보드랍되 그러면서도 너무 니글거리고 기름지지는 않아서 참말로 절묘합디다. 돼지고기, 삼겹살, 차슈 등을 일체 선호하지 않는 내 입맛에도 '아니, 이 맛은?' 싶었을 정도니까. 대량 생산해두는 게 아니라 주문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손질하고 조리해서 그런지 정말 식감이 섬세하게 맞추어져 나온다. 세상에, 평생에 라멘 먹다가 차슈 안 남기고 다 먹어보기는 처음이네?! 심지어 난 미소라멘에 차슈 없을 줄 알고 시켰던 건데... 이거 뭐 없었으면 서운했을 뻔!

 

미소 라멘은 흔히 생각하는 대중적인 미소 라멘에 비해서 '맑은' 맛이다. 아마도 짠 맛과 기름진 맛을 줄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국물이 (아마도 추정컨대) 사골 베이스이기는 한데, 이를 과하게 우려내지 않아서, 나처럼 돼지 육내에 민감한 사람도 전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카라이 라멘은 따지자면 탄탄멘에 가까운 맛인데, 통각을 과하게 자극하는 그런 매운 맛은 아니고, 입 안에 아련하게 감도는 매운 맛? 그리고 먹고 나면 금방 가라앉을 정도로 뒷맛이 깔끔하다.

 

 

 

 

 

 

이렇게 촉촉한 반숙 달걀은 또 하나의 즐거움 ( '-')b

 

 

 

 

 

 

그리하여, 우리 둘 다 감탄을 연발하면서 완면!

 

'라멘 메뉴 딱 4개니까, 당장 내일 다시 와서 나머지 2개를 시켜보고, 완메뉴 후기를 올리자!' 이딴 야심도 품었는데 ㅋㅋㅋ 결국 그 다음날 바로 가지는 못했더랬지... 게다가 알고 보니 라멘 외의 메뉴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서;;; 메뉴 완전 정복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도입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일본 라멘 전문가도 아니며, 식도락 식견이 그리 넓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사이토의 라멘들이 '일본 정통 라멘'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여튼 난 식별할 만큼의 안목은 없다는 소리...) 다만, 내가 생각하는 '일본 라멘의 이상'에 상당히 가까워서 이 날의 저녁식사에 감명받아버린 것. 따끈하고 고소하고 진하고, 언뜻 일본식의 불맛도 느껴지는, 이 한 그릇의 국물요리에서 마치 당일치기 일본 여행이라도 다녀온 기분을 느꼈다. 오버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음. 내가 그리 느꼈는걸 뭐.

 

연남동 주민인 동생군 & 올케야, 제발 이 집 좀 꼭 가봐. 라멘 한 그릇에 단돈 8천원 밖에 안 해. 너네 집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잖아. 그냥 내 말 믿고 가봐. (그리고 우리도 조만간 재방문 및 메뉴 정복을 꿈꾸며!!!)

 

 

 

 

사장님, 대박 내기가 그토록이나 힘든 이 소상공업 바닥에서 대박 나라는 부질 없는 소리는 안 할게요. 대신, 이 가게 오래오래 해주세요. 계획 없이 무심코 지나가던 행인의 발길을 잡아끌 만큼 포근한 매력의 이 가게, 한 그릇만으로 사로잡아버리는 마성의 라멘. 연남동 사이토, 오래도록 이 자리에 머물면서 맛깔난 기억 쌓아나가게 해주세요. (진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