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번 밖에 안 가봤는데 감히 '단골'이라는 단어를 써도 되는가? 된다 ㅋㅋㅋ 왜냐면, 처음 가보고 완전 마음에 들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저녁에도 남편이랑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 겸 해서 갈 예정이고, 다음 주에는 친구들과 송년회하러 또 갈 거니까, 그리고 새해에도 계속해서 아지트 삼을 예정이니까.
옳은
070-4217-6685
(구) 종로구 익선동 58-1
(신) 종로구 돈화문로11가길 65
오늘은 지도부터 투척하고 시작합니다.
위치는 종묘 부근, 창덕궁 교차로에서 멀지 않... 지만 사실 골목에 자그마하게 숨어있어서 알고 찾아가지 않고서야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집이나 직장이 이 부근이라면 주중 주말 언제든지,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마음 편하게, 그렇게 들르고 싶은 그런 곳. 난 사실 이 곳이 합정이나 영등포 인근에 위치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했더랬지... 순전히 당산 거주하는 자로서의 사리사욕으로 ㅋㅋㅋ
종로3가역에서 족발과 소주집, 노래방들이 난무하는 골목을 거쳐서 10분 넘게 걸어가면 어디선가 무심하게 툭 등장한다.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간판.
옳은 (ORN)
영업 시간 :
월-목 18:00-01:11
금-토 18:00-03:00
일요일 휴무
몇 평 안 되는 자그마한 가게에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우측에 이렇게 오픈형 주방과 바 좌석이 있고,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2인 테이블에 한... 10개쯤 있나? 이때 홀에 단체석 손님들도 있고 해서 전경을 찍지는 못했네...
손님 입장에서 보면 자그마하고 아늑한 가게지만, 사장님 혼자서 접객하고 주문받고 요리하기에는 또 만만치 않은 면적이다. (물론 그런 컨셉이기 때문에 편안하고 아늑한 거지만) 단골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추천하는 바! 그리고 단체 예약인 경우에는 요리를 사전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
구석 자리에 앉아서 보면 이렇게 주방에서 사장님이 움직이는 게 다 보인다. 일행이 2인인 경우에는 바 좌석에 앉아도 괜찮을 듯. 분위기도 아늑하고 사장님이랑 담소 나누기도 좋고.
우리는 오늘이 첫 방문이니까 주문은 단골님께서 알아서 맛있는 걸로 해주세요. 카운터에서 사장님과 쑥덕쑥덕. 결국 그녀가 고른 메뉴 3개 중 2개가 닭요리였는데...
이 날은 마침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바로 다음 날이었지. 아니, 뭐, 딱히 할인을 노리고 주문한 건 아닌데? 그러거나 말거나 닭요리를 포함한 모든 안주들이 맛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메뉴판 사진은 딱히 안 찍었어;
그래서 정확한 메뉴명은 생각이 아니 난다;
여튼 이건 살짝, 아주 살짝 달짝지근한 데리야키 계열의 소스 맛이 나는 프라이드 치킨. 이 메뉴를 포함해서 대체적으로 안주들이 끝맛이 살짝 맵싹하다. 이 점에 나에게는 대단히 플러스! 맛이 달아지거나 고소해지려고 하다가, 살짝 칼칼하게 마무리가 되니까 균형도 좋고 미각도 유쾌해. 평소에 프라이드 치킨은 찾아 먹는 편은 아닌데, 이 치킨 요리는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금 생각나고 그러네!
빵에 담겨나오는 이 치킨 크림 스튜도 마찬가지다.
마냥 고소하고 크리미할 것 같은데 살짝 매콤한 맛.
그리고 그 '약간의 매운 맛'이 술맛을 돌게 하는지라, 안주로서는 더더욱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실로 이 집의 이름인 '옳은' 역시 '옳은 술에 옳은 안주'라는 사장님의 평소 음주 식도락 신조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장사의 이윤과는 별개로, 그냥 친구들과 한 잔 할 때도, 기분과 상황에 딱 맞는 좋은 술, 그리고 그 술의 풍취를 잘 살려줄 좋은 안주를 해야 한다는 '덕심'이 있는 사람들. 이 좋은 시간, 좋은 음식과 술을 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허투루 고른단 말인가! 라고 하는 사람들. 내가 이게 너무 좋아서, 좋은 음식 만들어서 어울리는 술과 함께 조합해내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이 업을 하는 게 느껴지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이 작은 술집의 사장님은.
이 때만 해도 12월 초여서 '어머, 벌써 크리스마스 기분이?' 싶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훅훅 지나서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네. 어쩐지 12월이란 그렇게 지나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을 향해 내달렸다가 저물어가는 그런 달. 뭐 그런 의미에서 12월 초에 첫 방문했으니 오늘 다시 찾아갈 예정입니다만? ㅎㅎㅎ
중간에 나온 안주와 술은, 등장인물들의 초상권 때문에 생략했고... 이건 자그마치 서비스로 내주신 토달(?) 안주. 보드랍고도 상콤한 것이... 역시 술맛 납니다! 이건 기분 탓인가! ㅋㅋㅋ
아, 여담이지만, 처음에 입가심으로 마신 맥주도 좋았지만, 이 집에서 가장 좋았던 건 해남 발효주인 '진양주'였다. 나는 이런 맑고 향긋한 술을 좋아해서, 밍기와 히댕이는 쓴 술을 잘 못 마셔서, 밍구는... 그냥 술을 사랑해서 ㅋㅋㅋ 여튼 다양한 이유로 모두의 마음에 쏙 들어서 재차 주문해서 비워낸 진양주. 심지어 구로 주당 강밍구에 의하면 이 집에서 파는 가격이 시중 가격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래, 내가 내 말이면 믿지 ㅋㅋㅋ 여튼, 옳은 하면 진양주, 진양주 하면 옳은, 이 생각날 것 같아 난.
반가웠어요.
마음에 들었어요.
조만간 다시 올게요.
옳은 사장님 :D
지인의 소개로 찾게 된 곳이지만,
막상 내가 직접 가서 시간을 보내보니
'마음을 건드리는' 데가 있는 가게였다.
하나는,
눈과 마음이 온전히 닿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 그리고 포근한 분위기.
(지나친 소음 자제 부탁하는 문구가 있다!)
둘은,
어린이 입맛에서부터, 아재 취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실속 있는 안주 구성.
그리고 전체적으로 감도는 맵싹한 뒷맛.
(부담없는 가격의 진양주 판매도 매력이고!)
셋은,
'좋은 술자리란 이래야 하지 않겠나'
라고 말하는 듯한, 주인장의 덕심(...)
술; 옳은.
The RIGHT place to get drunk.
070-4217-6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