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토일월화 5일간 꽤 넉넉하게 잘 쉬었다.
설 당일을 빼고는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고
집에서 쉬면서, 출장 다녀온 남편과 탱자탱자.
인도 출장은 매번 후유증이 꽤 있단 말이지-_-
(나에게는) 연휴 첫 날이었던 금요일은 실컷 게으름 피우고,
토요일에는 엄마를 집으로 초대해서 집밥과 커피와 수다를,
그리고 오후에는 1주일 출장을 마치고 온 남편과 재회했음.
이 날의 점심 메뉴는 : 매콤한 5곡 리조또 with 트러플 치즈.
엄마한테 메뉴 사지선다 선택권을 드렸는데 이걸 고르시대.
아마도 리조또보다도 그놈의 트러플이 궁금해서 그런 듯 ㅎ
저 트러플 치즈 소스는 쬐끄만 통에 몇만원씩이나 하던데
어느 기분 좋은 날,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 충동 구매했었다.
트러플의 깊은 향과, 치즈의 진한 맛이 더해져서 꽤 독특한데
그렇다고 몇만원씩 들여서 재구매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더라;
게다가 자고로 식재료는 아껴 쓰는 게 아니라고 굳게 믿는지라
리조또에 올려먹었는데, 고소한 것이 매운 맛과 잘 어울립디다.
다 먹고 나서는 남은 트러플 치즈 소스는 엄마에게 증정하였음.
엄마가 '나도 트러플 먹어봤다'고 자랑하고 싶어하길래 ㅋㅋㅋ
비주얼은 평범해 보이지만, 맛은 역대급이었던 비빔국수.
인도로 1주일씩이나 출장을 다녀온 남편군을 위한 저녁상.
엄마가 작년에 준 매실 장아찌를 다 먹고 남은 매실액을
어떻게 써야 뿌듯할까 고민하다가 비빔 양념을 제작했다.
맵고 새콤한 맛은 줄이고, 매실액의 달큰한 맛은 올리고!
그러나 설탕과는 달리 상큼한 단 맛이라서 입에도 쾌적해!
비빔국수는 남편과 나의 입맛 교집합에 있는 음식 장르라
평소에도 즐겨 먹는데, 와, 이번 건 진짜 제대로 맛있었네.
여기에 청상추 듬뿍 뜯어 올리고, 돌김도 잘라서 얹어서,
스윽스윽 비벼 먹으니 이거슨 완벽한 웰컴백 메뉴가 아닌가.
저 양념장 냉장고에 한끼 분량 남아있는데 언제 다시 해먹지.
슬슬 봄이 다가오니 마트에 상콤한 딸기들이 등장한다.
1kg 짜리 박스로 사서 한꺼번에 씻어서 반 갈라놓으면
며칠이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디저트로 꺼내먹기에 좋다.
요즘 빠져있는 건,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은 생딸기를 요파에 찍어먹기.
생크림에 찍어 먹는 것보다 맛이 덜 달고 덜 느끼한 데다가
요파가 유통기한 및 재고 관리도 쉬워서 매우 마음에 들어!
이렇게만 먹어도 풍미가 최상일진대 딸기 뷔페를 왜 가겠소;
출장의 여파로, 저녁 먹고 초저녁부터 자기 시작하더니,
12시간 넘게 내리 잔 남편을 데리고 이태원으로 나갔다.
소셜에 떴길래 구매해둔 <젤렌> 셰프 코스를 예약해둠!
말간 수프와 오이 토마토 계란 위주의 샐러드가 좋았고
메인 디쉬인 저 돼지고기 롤은 다 먹지는 못하고 남겼다.
불가리안 요거트와 커피로 마무리하는 기분은 쾌적했음.
쉬는 날, 여유롭게 이태원에서, 낮 시간의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서빙되는 불가리안 요리를 즐기는 기분이 좋았다.
다만, 정가를 주고서 굳이 이 코스를 먹을지는 의문일세.
난 역시나 코스보다는 단품을 선호하는 편이라 더더욱...
우리는 인당 3만원대로 먹었으니까 이만하면 만족하지만.
여튼, 따스하고 기분 좋은 점심 시간이었던 건 분명해 :D
최근에 경주에 놀러 갔다온 엄마가 하사한 경주 황남빵,
그리고 덤으로 딸려온, 프랑스에서 공수했다는 마카롱.
마카롱은 얄팍한 단 맛이 아니라 고소하니 일품이라는데
그럼에도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으며, 황남빵은 기대 이상!
간만에 초콜릿 민트 홍차와 함께 하니 촉촉하니 잘 어울리네.
뭐, 결국 거의 다 남편군의 주전부리가 되었다고 한다 ㅋㅋㅋ
설 당일 점심은 남편 큰집에서 먹고, 저녁에는 친정으로~
시댁은 차례든 그냥 식사든 점심 전에 일찍 하길 원하시고
친정은 저녁에 여유롭게 와서 술도 마시고 놀기를 바라셔서
우리는 명절마다 동선과 일정의 균형이 잘 맞는 편이다. 만세.
이번에 엄마가 마련한 명절 음식의 메인템은, 영덕대게!!!
집에 갈 때 즈음에는 모두들 손에서 게맛 깨나 났다고 함 ㅋ
연휴 마지막 날은 집에서 밀린 빨래와 요리로 보내자!
최근에 구매한 넙적한 쌀국수 면을 꺼내서 지지고 볶고~
채소를 욕심껏 종류별로 넣다 보니 양이 좀 많아졌네-_-
다음에는 각 색상별로 하나씩만 넣는 걸로 합시다 ㅋㅋㅋ
청경채 넣었으면 파 생략하고, 숙주가 있으면 팽이는 빼고,
양파도 하나 다 넣지 말고 반 개만 쓰는 등, 절제의 미학을...
여튼, 맛은 끝내줬지.
달큰한 소스에 마늘과 고추가루를 더해서 개운하고 매콤하게!
저녁 메뉴는 남편의 요청대로 떡볶이 with 치즈떡...
최근에 하림 닭갈비 불타는 매운맛으로 떡볶이 했다가
너무 괴롭게 매웠던 기억에... 딱 적당히만 매운 맛으로.
떡볶이에 넣을 채소가 마땅히 없는데 재고 늘리기는 싫어서
연근밥 만들고 남았던 연근을 썰어 넣었는데 나름 괜찮더라.
말랑하고 쫄깃한 떡 사이사이로 연근이 아삭하게 씹히는 맛!
사실 뭐 요리 재료란 있는 대로, 내 맘대로 넣는 것 아니던가.
남들은 대체 휴가였겠지만, 나는 출근했던 날, 저녁상.
엄마한테 받아온 나물들과 김치, 명란젓으로 차려냈다.
내가 한 거라고는 된장찌개 끓인 것과 상추 씻어낸 것...
맛도 있었거니와, 나물을 빨리 먹어 없앤 것도 속 시원해!
이 날을 넘기면 또 언제 집밥을 먹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리하여,
끼니와 끼니 사이에서,
설 연휴가 지나갔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