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추워서 따뜻한 곳으로 떠나고 싶고, 여름에는 무더운 도심이 싫어서 휴양지로 떠나고 싶고... 계절은 핑계일 뿐이고, 여튼 간에 떠나고 싶은 거다. 특히 올해에는 물놀이병 증세가 심히 도져서 시도 때도 없이 바다와 수영장이 있는 곳을 검색하고 앉아있기 일쑤, 그게 안 된다면 집 주변에서 수영장이라도 다니려고 알아보는 중.
그러다 보니 재작년에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태국 코사무이와, 작년에 결혼 1주년 겸 겨울휴가로 다녀온 필리핀 보라카이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게 되네. 그러고 보니 신행 사진들은 다 정리해서 앨범을 만들긴 했는데 블로그에는 딱히 올린 적이 없어. 이미 1년 반도 더 된 일이긴 하지만, 나중에 아무 때나 찾아보기 쉽게끔 몇 장 올려둬볼까. 회고성 포스팅! (이미 결혼 관련 컨텐츠라기보다는 그냥 여행 일기인 것 같아서, 여행기록장 카테고리로 분류~)
2013.12.22~27
Silavadee Resort
Ko Samui, Thailand
+ 덧붙임
방금 리뷰들 찾아보니까 뉴 실라바디도 있는 걸 보니 아마 근래에 신관을 증축한 모양이다. 내가 가본 건 2013년 말이니까 신관 개관하기 전이겠지. 향후에 갈 사람들에게 정보를 준다기보다는 그 당시 다녀왔던 내 여행의 기록을 남기는 의미로.
원래는 여행 갈 때 숙소 검색을 엄청 광범위하게 하고 가는 편인데, 난 되려 신혼여행 때는 여행사 통해서 "이만하면 뭐 괜찮겠네" 싶은 데를 예약하고 그 외에는 거의 알아보지도 않고 갔다. 물론, 보다 최적화된 장소, 보다 나은 리조트, 보다 합리적인 비용 등을 욕심낼 수야 있었지만... 안 그래도 결혼 준비하느라 바쁜데 여행 정보 검색에 시간과 노력을 너무 들이지 않겠다는 기조를 확실히 정한 탓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결혼 준비 과정이 짧은 편이어서 (그렇다고 급하게 한 건 아니지만) 8월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12월에 식을 올렸는데, 신혼여행의 경우에는 크리스마스 & 연말 성수기에 걸리는 바람에, 결혼 준비 시작하자마자 예약을 해둬야 할 판이었다. 겨울에는 휴양지 + 비행시간 길거나 환승 복잡하거나 내륙 이동 과정이 복잡한 건 싫다 + 바다와 수영장 짱 좋아 + 기왕이면 푸켓이나 발리 등 전형적인 곳들은 제하자, 이런 콤보로 태국 코사무이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웨딩 플래너 상담을 간 김에 제휴 여행사인 하나투어에서 코사무이 리조트 패키지 상담을 받는데, 처음에는 눈에 쏙 드는 곳이 없어서 당황했다. 남편은 나보다는 속 편한 스타일이지만, 비행기표처럼 중요한 걸 확정을 안 하고 웨이팅 걸어두는 걸 무척 조바심 내고 있었고, 그렇다고 눈에 확실히 차는 데를 가자니 내 마음 속의 예산을 훌쩍 넘어가고. 어쩌지? 어쩌지??? 그래서 대범하게 결정하고 뒤돌아보지 않기로 마음 먹고... 예산 내의 옵션 중에서 <실라바디 리조트>를 점찍었다. 지금 생각해도, 더 오래 고민 안 한 건 참 잘한 일인 듯!
아, 그러고 보니 단순 여행 일기로 쓰겠다고 해놓고 또 주절주절 썰을 풀고 있네... 내가 그렇지 뭐. 어차피 누구를 위해서 쓴다기보다 나중에 내가 다시 읽어본다는 생각으로 쓰다 보니 ㅋㅋㅋ
여튼! 그렇게 결정한 실라바디 리조트는 정말 좋은 기억만을 잔뜩 남겨주었다. 일단, 코사무이 자체가 (비록 최근 몇년 간 한국인 신혼 부부가 많이 늘긴 했지만) 동남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북적이는 데다가, 약간 외진 것 치고는 환승 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방콕에서 1-2시간 웨이팅해서 국내선으로 1시간 이내 비행) 피로도가 적은 편이었지. 그리고 실라바디 리조트는 그 코사무이 내에서도 으리으리한 글로벌 체인 호텔들과는 차별화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추운 한겨울의 동남아, 그것도 바쁜 결혼 준비와 결혼식 후에 남편이랑 단 둘이 가는 신혼여행이니, 리조트야 어디가 됐든 안 좋으랴마는, 굳이 고르라면 난 동남아 현지색이 많이 묻어나는 곳이 좋다. 예전에 부모님이 동남아에 거주하시고 나도 자주 방문을 해서 그런지, 고온다습한 기후나 열대나무로 만든 건물들에 대한 향수도 있고. 가급적이면 한국인 관광객이 적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리조트를 선호하는 편.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신들도 중국인 못지 않게 시끄러움요. 중국인들은 자기가 시끄러운지 모르고 목소리가 큰 경우가 많다면, 주변인 생각 안 하고 자기 좋은 것만 밀어붙이는 건 되려 한국인들이 더 심한 경우가 많더라.) 여기에 덧붙여, 유아 특화된 컨텐츠는 없는 게 훨씬 나음. 우리는 어차피 레저 액티비티에 전혀 관심 없었고, 메인풀 하나만 있어도 몇날 며칠이고 잘 노는 스타일이어서, 괜히 워터파크니 호핑이니 하는 컨텐츠가 많으면 분위기가 번잡스럽기만 하다는 입장이었으니까.
실라바디 리조트는, 그런 곳이었다.
예약을 할 때만 해도 '이만하면 충분히 좋아' 라고는 생각했지만, 이토록, 이렇게까지, 내가 원하는 요소를 다 갖춘 곳인 줄은 미처 몰랐는데. 이때를 기준으로 해외 여행에 대한 기준이 더 확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착한 날 늦은 저녁 시간, 어둠이 내린 리조트에 달콤하게 퍼지던 초콜릿 케익의 향이나, 우리 빌라에 들어서자마자 후각을 사로잡던 나무 냄새, 그리고 어디를 둘러봐도 자연 본연의 색을 해치지 않은 색감들. 코사무이의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 그 풍경 속에 리조트를 '살짝 얹어만 둔 것 마냥' 겸손하고 다정하던 실라바디.
방금 글로 쓰고 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나에게 실라바디는 겸손하고 다정했다. 물론, 신혼여행이라서 더 즐거울 수는 있었겠지만, 별도의 여행으로 갔더라도 이 따스한 느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거야.
게다가, 풀빌라를 갖춘 리조트 치고는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는 가격대 또한 대단히 고맙다! ㅋㅋㅋ 덕분에 리조트+풀빌라 믹스 안 하고 전 일정 풀빌라를 감행할 수 있었지. 어설프게 숙소를 나눠서 중간에 짐을 다시 싸고 체크인 하는 번거로움을 겪느니... 1-20만원 차액을 내거나 리조트를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타협해서 전 일정 풀빌라로 가는 게 좋겠다는 게 남편과 나의 공통적인 생각이었기에.
결혼 당일에 '향후 몇 개월 동안 할 모든 드레스업과 메이크업을 몰아서 한' 기분이었기에, 신행 기간 동안에는 거의 편하게 민낯으로 다녔다. 어차피 수영장 자주 들락거려서 늘 젖고 흐트러져 있는 머리는 챙 넓은 모자로 대강 수습하고, 얼굴에는 자외선 차단제만 늘 듬뿍 덧바르고. 옷도 옥죄지 않는 거 입으니까 어찌나 심신이 편한지 ㅋㅋㅋ 저 모자는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내부 매점에서 대충 집어서 산 건데 여행 내내 잘 쓰고, 1년 후에 갔던 보라카이에서도 주구장창 쓰고 다녔지.
12월의 코사무이는 건기라서 놀기에는 좋은데 기후가 아주 덥지는 않아서 해가 비치지 않을 때에는 수영장 물이 은근히 차게 느껴졌다. 특히 절벽 위에 위치한 리조트들은 바람도 꽤나 불고 기온도 급격하게 내려가는지라. 바다도 주로 이렇게 산책하면서 구경만 하고 막상 들어가서 물놀이를 하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는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빌라 단독 수영장!
바다와 맞닿아있는 오션프런트도 있는데, 우리는 그보다 한 칸(?) 위에 위치한 파노라믹 풀빌라에 묵었다. 사실, 풀빌라의 위치나 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짧은 기간이나마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어차피 오션프런트는 깔끔하게 풀북이어서... 파노라믹도 괜찮아! 라면서 차선책으로 결정한 거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오션프런트는 뷰는 탁 트여서 좋지만, 메인풀과 거리가 가까워서 프라이버시 면에서는 되려 좀 떨어지는 감이 있더라고. 기왕 풀빌라에서 숙박한다면 아예 외부 시선에서 차단되는 편이 좋으니까 난 파노라믹 풀빌라가 결과적으로 더 좋았다고 생각함! 물론, 우리 수영장도 뒷편의 빌라에서 얼핏 보면 보이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완전 오픈되지 않아서 아늑한 구조였음.
그 이후로 남편이랑 같이 여행을 다녀보면서 확실히 깨달은 건, 내가 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거다. 수영장 하나만 있어도 오래오래 잘 노는 스타일. 그래서 보라카이에서는 풀억세스룸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기도 했고. 신혼여행 역시 꼭 풀빌라여아만 한다는 법은 없지만, 서로 여행 취향을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이 꽤나 괜찮더라. 특히나 남편은 수영이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뭐 그래도 물에서는 잘 놀지만) 이렇게 남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노는 게 도움이 됐다. 여기에서 내가 물에 뜨는 법을 가르쳐주고 나서 '가라앉지 않을 수 있구나' 라는 자신감을 장착한 후에 메인풀로 진출하니까 확실히 더 편하게 잘 놀 수 있었음! 이거 하나만 해도 전 일정 풀빌라를 예약한 의미는 충분했다. 게다가 체크아웃 직전까지 수영을 즐기다가 나갈 수도 있었고~
게다가, 방에서 바라보는 풍경 속에서 하늘과 물이 맞닿아 있다니... 이것만 해도 충분히 멋지지 않은가. 물론 신행이 아니었더라면 풀빌라를 고집했을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게다가 둘만 노니까 삼각대에 카메라 설치해서 타이머샷도 양껏 찍을 수 있었다는 거! 물놀이를 주로 하다 보니 DSLR은 방에서만 쓰고, 메인풀로 나갈 때에는 똑딱이 카메라 하나만 들고 나가곤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공간에서 삼각대 너무 펼쳐두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폐가 될 수 있어서... 공용 공간에서는 자제하고, 우리 빌라에서는 이렇게 극성스럽게 사진 많이 찍곤 했지. 물론, 수영장 물이 꽤 깊어서 (풍경과 맞닿은 저 모서리 부분에서는 발끝으로 간신히 설 정도) 저기에서 찍은 사진들은 대체로 좀 웃기게 나왔지만 ㅋㅋㅋ 뭐 어때. 우린 재밌었다구 ㅋㅋㅋ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푸른 바다와 수영장을 바라보면서, 늘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던 메인 레스토랑. 빌라에서 보는 풍경은 앞의 지붕과 나무에 어느 정도 가려 있는데 여기서 보이는 풍경은 이렇게 탁 트여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하고 노는 거. 하루 종일 그것만 해도 당최 지겹거나 심심하지 않아. 휴양지 리조트 가서 재미없다는 사람들을 난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이토록, 이처럼이나 좋은데!!!!!!! 엉엉어어러어어엉ㅠ
놀러가서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먹는 조식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지만, 사실 난 좀처럼 '여기 조식 엄청 맛있다'는 소리를 잘 안 한다. 그만하면 구성 괜찮다, 혹은 어차피 난 먹는 것만 먹어서 크게 불만 없다, 정도에서 그치는 듯. 하지만 실라바디에서 먹은 조식들은 정말이지... 맛있었어!
아침마다 신선한 과일들, 특히 동남아에서 제철이던 파파야를 여한 없이 잔뜩 먹을 수 있었고, 이제 그냥 양만 많은 게 아니라 정말 속이 꽉 차 있더라. 오믈렛이나 베네딕트 등 계란 요리도 (호텔에서 흔히 그러기 쉽듯) 너무 짜지도 않고, 보들보들 잘 조리되어서 나왔고, 빵 특히 패스츄리는 수준급이었다 (라고 남편이 증언했다. 난 패스츄리 잘 안 먹어서;) 뭐 그 외에 소시지나 볶음요리들도 있었는데 그건 내가 잘 안 먹어서 별로 기억이 안 나네;
커플 셀카를 찍을 때면 무조건 얼굴을 들이대는 습성이 있던 남편은 저렇게 수시로 내 모자 챙에 얼굴을 눌리기 일쑤... 방에서 쉴 때와 수영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ㅋㅋㅋ
빌라 단독 수영장에서 몸 풀고 -> 메인풀에서 놀고 -> 중간중간 이렇게 사이드 풀에도 와서 놀고... 이 루프를 반복하면서 잘 놀았다. 사이드풀은 우리가 종종 산책하던 해변길을 내려다보는 뷰를 가졌고,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고 수심은 더 깊은 게 특징. 사진 속의 나도 모서리에 간신히 매달려있음 ㅋㅋㅋ 사진 찍히려고-_-*
하나투어 패키지로 예약을 했던 터라, 픽업 샌딩 및 중간중간 일정에 가이드가 있었지만 우리는 어차피 모든 액티비티를 다 킬하고 리조트에서 자유시간을 보내기로 한지라... 별로 많이 돌아다니지를 않았다. 그 많지 않은 외부 일정 중의 하나였던 현지 식당에서의 저녁 식사. 동남아 음식에 적응 못하는 커플들이 많다면서 괜찮겠냐고 사전 확인을 하는데, 남편은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나는 동남아 음식에는 꽤나 강해서, 당연히 로컬 푸드! 를 외쳤더랬지. 이 날 먹은 생선찜 요리는 실로 인상 깊어서 이름까지 메모해뒀는데 당연히 그새 잊어버렸다 ㅋㅋㅋ 보드랍고 개운하고 맛났던 것만 기억나...
어느 날 새벽, 방에서 만난 일출의 풍경.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메인풀, 그리고 풀사이드바!!! 한참 수영하고 선탠하고 놀다 보면 칵테일 한 잔 쯤은 땡기기 마련이라서 중간중간 이렇게 마셔줬는데, 나중에 체크아웃하면서 정산하는 거 보고 가이드님이 놀라더라. 리조트에서 이렇게 많이 마신 커플은 처음 본다고. 음? 다른 사람들은 외부 관광 일정을 많이 다녀서 그런가? 우리는 주구장창 리조트에 짱박혀서 놀아서 그런지 하루에 1-2잔 정도는 당연히 마셨는데? ㅋㅋㅋ 그나마 내가 결혼 전에 한참 금주해서 간만에 술 마시는 거라서 많이 못 마셔서 이 정도였지... 허허허. 그나저나 리조트에서 식음료 다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로 여행 가면 술로 뽕뽑을 인간들일세 ( '-')
한동안 내 메인 프로필이었던 사진. 코사무이에서, 실라바디에서 보낸 시간들이 실로 이러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와 맞닿아있는 수영장, 모자와 선글라스만 적당히 걸친 민낯, 거의 언제나 수영복 차림, 느긋하고 행복한 기분.
캬.
아침 먹고 해안을 산책하다가, 똑딱이 카메라 10초 타이머 설정해두고, 다다다다~ 달려가서 찍은 등짝 투샷. 평온하게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찍혔어?' '찰칵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돌아볼까 말까?' 이러면서 쑥덕대고 있는 상황이었음...
시내 구경 잠깐 하고 돌아와서, 우리 방에서의 야경을 즐기는 중. 초점도 살짝 엇나갔지만, 청명한 코사무이의 밤 풍경이 그대로 생각나서 참 좋다. 그리고 내 지인들 중에서도 이 사진을 보고서 좋아보였는지 따라한 이들이 몇몇 있다는 사실. 하기사, 해외 스냅을 쓰지 않는 이상, 신행 도중에 투샷이 별로 안 남는 경우들도 많으니까.
이때의 나는 드레스와 부케를 굳이 챙겨가서 촬영을 감행할 정도의 열정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귀찮고 부질없는 일 같기는 하지만; 그나마 신행 때니까 해볼만 했다고 생각하는 중. 거듭 얘기하지만 저 드레스는 10만원에, 라넌큘러스 조화 부케는 개당 1만원에 구매해서, 각종 촬영 때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했지. 그런데 둘이서 삼각대 놓고 찍는 거라서 사진들이 생각처럼 잘 나와주지는 않았고, 렌즈가 40mm 단렌즈 하나 밖에 없어서 화각 확보가 잘 아니 되더라. 그래서 드레스 입고 찍은 샷들은 생각보다 많이 건지지 못했음. 결혼식 직전의 모발 손상 때문에 머리도 마음대로 안 되고, 덥고 습하니 화장도 여의치 않고... 그래도 '추억'이라고 미화를 해봅시다.
사실 이런 따스한 기후의 리조트에서는 순백의 웨딩 드레스보다는 이런 화려한 색감의 트로피컬 드레스가 더 나은 것 같아. 머리는 결국 수습 안 돼서 모자를 썼는데 꽃무늬 드레스가 되어놓으니 이것 또한 자연스레 어울린다. (결국 여행 내내 모자와 뗄 수 없는 사이였음...) 내 롱드레스는 여름 끝무렵에 시즌오프 세일할 때 3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고, 남편의 저 뽜려한 꽃무늬 셔츠 역시 가을이 되기 전에 미리 사두었다. (홍대 단골 남성 의류샵 아도르클래식에서!)
이 역시 40mm 좁은 화각으로 찍은 거지만, 그나마 외부 데크에서는 우리 풀빌라에서보다는 공간이 넓게 확보되어서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핏 보이는 남편의 왼손에는 DSLR 리모트 컨트롤이... 후훗.
노을이 늬엿늬엿 지는 메인 데크에서, 각자 단독샷.
자, 이제 얼추 다 찍었다, 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셀카!
크리스마스 저녁이었나, 다른 리조트에 있는 유명한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랍스터 디너. 사실 난 원래부터 랍스터란 돈값 못하는 요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왕 패키지에 포함된 거니까 양껏 기분 내주었다. 물론, 맛은 별로 없었음 ㅋㅋㅋ 그래도 이따금씩은 우리 리조트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 어둠 속의 바다 풍경과 소리를 즐기면서 식사하는 것도 기분은 좋더라. 또 더운 나라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라서, 이렇게 해야 연말 기분이 더 날 것도 같고.
이건, 뽀대는 덜 나지만, 실로 대단히 맛있었던... 똠양꿍 쌀국수 ㅠㅠ 내가 원래도 매콤새콤한 똠양꿍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이 진한 국물에 듬뿍 들어있는 해산물이며 쌀국수며, 정녕 미각이 대충족되는 맛이었다. 우리 둘 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비움. 이 맛있는 걸 두고서 '우리는 태국 음식 잘 못 먹으니까 한식당 데려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난 믿을 수가 없어 ㅠㅠ
어느덧 5일이 쏜쌀같이 지나가서... 집으로 돌아갈 날;;; 체크아웃 직전까지 빌라 수영장에서 수영을 알차게 즐겨주었다. 며칠 묵고 나니까 이제 여기가 집 같은데 집으로 돌아가야 하다니!
나에게 코사무이는 곧 실라바디 리조트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참 따사롭고 눈부시고 다정해서, 참 다행이야. 세상에는 못 가본 곳들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들도 많지만, 다른 휴양지들을 제치고서라도 언젠가는 꼭 다시 가리라고 마음 속에 꼭 묻어두고 있는, 우리의 실라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