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프레시를 주문할 때부터 이미 예견하고 다짐했던 대로, 이번 주말은 휴식 휴식 무조건 휴식이었다. 바쁜 한 주를 보내고, 갈듯 말듯 감기기운을 다스리며, 더 바쁜 한 주를 바라보는 주말이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서 심신의 컨디션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됐던 것. 다행히 주말 내내 특별한 일정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잠도 듬뿍 자고 쉬었더니 많이 향상되어서 오늘 일요일 오후에는 점심 후에 운동 갔다가 파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지.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미루지 않고 당일 업로드일세!

 

 

 

 

 

 

어딜 갈까, 하다가 도전해본 일산의 '베리굿팜' 자그마치 커피나무들을 직접 키우는 카페. 사장님이 브라질에서 살다가 와서 브라질 원두 쪽이 전문인 듯. 무엇보다도 실내가 온실처럼 되어 있어서 추운 겨울날에도 온도와 습도가 안온하고 쾌적하다. 난방 틀어대는 곳들에 비해서는 아주 따뜻한 편은 아니겠지만, 난 온풍 과한 것보다는 차라리 추운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딱 이 정도 온실 수준의 기온도 좋더라.

 

 

 

 

 

 

주중에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이런 주말에는 되려 한적해서 이 넓은 공간에 거의 우리 밖에 없었다는 것도 매력! 위치나 커피의 맛보다도 데시벨의 평화를 훨씬 더 중시하는 편이라서... 도란도란 조용조용 평화롭고 이 참말로 좋을씨고.

 

 

 

 

 

 

카페에서 책이나 보고 노닥거리자, 는 의도였는데 막상 남편이랑 수다 떠느라 가져간 책은 많이 읽지도 못했네. 웃긴 건, 난 '얘기하느라 평소보다 책 진도가 안 나갔다'였는데 남편은 '평소에도 워낙 산만하게 읽어서 오늘은 되려 많이 읽은 편이다'였다는 것.

 

'음식의 언어'에 대한 후기는 독서일기 포스팅으로 별도로 올려야지. 현재까지의 감상 소감은, 표지에서 느낌 호감에 비해서 책의 전개 자체는 흥미롭지 않다, 그러나 느슨한 마음으로 재미있는 상식 몇 가지 알아간다는 기분으로 읽기에는 무방하다, 뭐 이 정도?

 

 

 

 

 

 

푸릇푸릇 온실에 앉아있는 기분, 이것만으로도 좋아.

 

 

 

 

 

 

바로 옆의 별도 건물에는 이렇게 북카페 공간도 구비되어 있는데, 주말에는 이용객이 적어서 난방을 안 틀어놓는 바람에 공기가 제법 차더라. 따뜻한 계절에, 혹은 이용객이 어느 정도 있고 난방도 될 때 오면 느긋하게 대화 나누고 휴식하기에 좋은 공간인 듯. 물론, 이것도 목소리 큰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오면 말짱 꽝이겠지만... 내 고막에 평화를 달라...

 

 

 

 

 

 

독특하게도, 드립 커피를 이렇게 와인잔에 내어준다. 그냥 특이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와인잔이 와인의 향기를 잘 모아서 전달해주듯이, 커피의 향기를 집중적으로 피어오르게 하려는 의도... 인 걸로 내 멋대로 추정해본다. 다만, 커피가 빨리 식는다는 단점도 있으니 너무 오래 두고 마시지는 말기를.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하고서, 파주 현지 주민 김갬네 커플을 급 소환하였지. 후후후. 과반수가 한식밥상을 원하여서 헤이리 근처의 '가림시골밥상'으로 낙찰. 이게 어제 집에서 먹은 배민프레시의 서대문 한옥집 김치찜과 달걀말이보다 훨씬 자극이 덜 하고 속이 편안했네. 자꾸만 까게 되는 한옥집의 음식들;;;

 

 

 

 

 

 

아울렛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아예 야외에서 걷기에는 날씨가 추워서, 결국 카페로 꼬물꼬물 들어갔음. 헤이리의 커피공장 103. 사람이 넷이면 조각케익도 두 조각 시킬 수 있으니 즐겁고나. 내가 시킨 녹차라떼는 너무 달았지만, 남편이 시킨 '코가 뻥 뚫리는 차'는 제법 이름에 걸맞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호오.

 

 

 

 

 

 

요즘 다소 휴덕기를 지나가고 있는 두 여자의 로드샵 아이템 각 1개씩 등장. 나의 에뛰드하우스 애니 쿠션 크림 필터, 그리고 김갬의 홀리카 구데타마 섀도우 팔레트. 저 에뛰드 쿠션은 웬템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 포스팅에서 별도로 썰을 풀 예정이다 ㅋㅋㅋ

 

수년간 톤체성 동지로 지내온 그녀와 나인데, 정도와 시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제는 둘 다 겨울쿨톤에서 여름쿨톤 혹은 뮤트로 이동 중인 것 같단 말이야. 여튼, 너도 슈에무라 시크핑크 발색 테스트해보고 만약 그 색이 찰떡 같이 얼굴에 붙거들랑, 나와 같은 노선을 걷는 걸로 알고, 우리 앞으로도 함께 톤체성의 길을 걸어가자꾸나... 여튼, 아무리 톤이 변해간다 해도, 니나 내나 댄디코랄은 안 되는 거 알지-_-?

 

 

 

 

 

 

파주 커플의 초상권은 보호해드리고, 동거인의 초상권은 뭐 그닥 보호해드리지 않는 걸로 ㅋㅋㅋ 여튼 즐겁고 평온하며 실로 '휴식'이라는 취지에 실로 충실한 주말이었소이다. 이제 폭풍의 일주일을 각오하며 월요일을 맞이해볼카... (후욱-)

 

 

 

 

 

 

  

 

 

 

 

 

 

 

일단, 내 눈에는 맛깔나고 사랑스러워보이는

음식 모듬샷으로 시작해보는 오늘의 맛집 리뷰.

 

처음부터 말하고 들어가겠는데 -

이 집은 개개인의 입맛에 따라서 호불호가 크다.

 

도토리묵이라는 주재료 자체가 맛과 향이 연한 데다가

MGS를 사용하지 않고 담백하고 싱겁게 간을 하고

전체적으로 채식 위주의 레시피로 짜여 있기 때문에

 

뭔가 건강에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맛이 심심하고 밍밍해,

혹은, 명성에 비해서 그리 특별한 건 모르겠어, 이럴 수도.

 

하.지.만.

평소에도 도토리묵, 산나물, 두부, 메밀면 등에 열광하고

맵고 짜지는 않되, 살짝 매콤새콤한 양념을 편애하는 나는

이 집에서 도토리묵의 신세계를 맛보았음... 범상치 않아!

 

게다가 평소에 묵요리 좀 한다는 집들은 꽤 찾아다녔는데

두루두루 비교를 해봐도 이 집, 결코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로, 헤이리 묵 도토리밥상 소개 시작 :)

 

 

 

 

 

 

지도는 따로 첨부하겠지만 위치는 파주 헤이리 부근.

큰 길에서는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긴 하지만

근처로 가면 저렇게 큼지막하게 "묵" 간판이 보인다.

 

묵 ! ! !

 

 

 

 

 

 

나름, 음식 문화 특화의 거리... 라고는 하는데

거리, 라고 하기에는 너무 한적한 시골길에 있음.

 

뭐, 어차피 여기 갈 때에는 다 차 운전해서 가고

웬만해서는 네비게이션 켜고 갈 거잖아요???

 

 

 

 

 

 

묵 ! ! !

이라는 단순하고도 강렬한 간판 문구 만큼이나

메뉴 구성 또한 단순 명로하기 짝이 없다.

 

다람쥐 정식 12,000원

도토리 정식 17,000원

 

그리고 몇 개의 단품 요리와 주류 정도.

 

 

 

 

 

 

 

 

식당에 들어서면 메인홀은 이렇게 생겼음.

뭐 대단히 세련된 건 아니지만 딱 근교 식당 같아.

 

연인끼리 오든, 가족 단위로 오든,

크게 불편함이나 어색함은 없을 법한 느낌.

 

주말 이른 점심에 갔더니 아마도 우리가 첫 손님인지

홀이고 방이고 다 비었는데 12-1시 쯤부터는 차더라.

 

 

 

 

 

 

4-6인 단위는 이렇게 방 자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구석의 경상도방을 선택해서 착석 ㅋ

 

 

 

 

 

 

다람쥐 정식과

도토리 정식은

그리 큰 차이는 없다.

 

단호박 죽

샐러드

도토리 전병

유부주머니 묵

도토리 묵 무침

건조묵 땅콩 냉채

탕평채

한방수육

식사와 찬

후식

 

여기에

 

해파리 냉채

오리고기 쌈

건조묵 등갈비찜

 

을 더한 것이 바로 5천원 비싼 도토리 정식 :)

어느 쪽이어도 정식 치고는 부담 없는 가격이다.

 

 

 

 

 

 

건조묵 등갈비찜을 포함한 단품 메뉴들은 이렇게

별도 안주로 주문이 가능하지만... 운전자 지못미;

 

난 사실 코스별 정식을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다음번에 가면 건조묵 등갈비찜에 무침 전병 세트를

주문해서 술 한 잔 하고 싶... 지만 아마 안 되겠지.

 

 

 

 

 

 

헤이리 묵집에서는 MSG 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뭐, 안 쓴다고 해주니까 소비자 입장에서 고맙긴 한데

사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평가를 내는 건 성급하다.

물론 이 집은 결론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긴 했지만 ㅋ

 

 

 

 

 

 

시작은 가볍게 호박죽으로.

 

본격 코스가 나오기 전부터 사장님이 싱글벙글하면서

"우리 집이 다른 건 몰라도 묵 하나는 자신 있어요"

라길래 이후에 나올 요리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다.

 

물론 입맛에 맞는지는 먹어보면서 판단할 일이지만

일단 대강 구색 맞춰서 파는 집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어.

 

 

 

 

 

 

그리하여, 일차로 나온 이런저런 다채로운 묵요리들!

 

 

 

 

 

 

"도토리묵" 이라고 하면 아마 이게 가장 먼저 떠오를 거다.

상추 당근 등의 채소과 양념을 버무린, 도토리묵 무침.

 

밑반찬이나 술안주로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에

만들기 쉽고 맛도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가 보기에는 묵무침이야말로 섬세한 솜씨를 요한다.

 

묵이라는 게 원체 맛의 존재감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고추가루와 마늘 등 양념 맛에 묻혀버리기기 일쑤.

 

그런데 이 집, 진짜 묵의 풍미에 신경 많이 썼더라.

양념의 맛이 결코 부족하지 않은데 재료의 맛도 살렸어.

 

그리하여, 너그러운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음!

 

 

 

 

 

 

입맛을 돋워주는, 새콤한 해파리 냉채.

 

몸이 힘들거나 입맛이 없을 때 가장 생각나는 그 맛이

평소에 혀가 가장 즐기는, 가장 취향에 맞는 맛이라는데.

난 그럴 때 생각나는 게 꼭 새콤한 맛 계열이더라고.

 

매콤새콤한 비빔면 종류나,

달콤새콤한 냉채 종류나,

혹은 쌉쌀새콤한 자몽이나.

 

 

 

 

 

 

김치와 채소로 소를 만들어 넣은, 도토리 전병.

 

개인적으로 이 메뉴는 나쁘진 않았지만 다소 평범했다.

아무래도 특성상 도토리묵의 질감이나 맛보다는

김치 소의 맛이 더 강조된, 만두 비슷한 그 무엇.

 

그래도 이조차도 간이 짜지 않고 싱거운 건 장점이지.

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도 뒷맛 또는 속에 부담이 없다.

 

 

 

 

 

 

도토리와 고기로 소를 다져넣은, 유부주머니 묵.

 

아마 코스에서 꽤 반응이 좋을 것 같은 메뉴이긴 한데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에 근거해서, 난 좀 아쉽다고 느꼈다.

워낙 채소채소한 식단 중에 이거 하나쯤 끼워넣을 수도 있지만

난 그래도 굳이 중간에 고기의 맛이 끼어드는 것보다

도토리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좋아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중간에 잠시 등장하는 육식성 메뉴, 오리고기쌈.

 

 

 

 

 

 

그렇다.

메뉴들이 상당히 안주안주하다.

 

 

 

 

 

 

호박, 버섯, 두부, 3가지로 나오는 모듬전.

 

 

 

 

 

 

얼핏 봐서는 뭔지 알 수 없는 건조묵 땅콩 냉채.

 

이 건조묵이라는 게 나름 특색이 있는 형태인데

질감이 살짝 꼬들꼬들하면서 향이 잘 살아나서

과연 이 집의 대표작 중의 하나겠구나, 싶었다.

 

이 땅콩 냉채는 소스도 살짝 새콤달콤해서

어르신 입맛에서 꼬꼬마 입맛까지 커버 가능 ㅋ

 

 

 

 

 

 

도토리묵보다 더 무향에 가까운, 탕평채.

 

탕평채는 참기름과 소금, 양념 맛 아니냐고 하지만

잘 느껴보면 은은하고 미미한, 특유의 풍미가 있다.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이것도 좋아함.

 

 

 

 

 

 

식사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

 

그런데 기왕 짜지 않게 먹는 모드가 좋은지라

굳이 김치나 다른 반찬에 손이 가지는 않더라고.

 

 

 

 

 

 

식사는 냉묵밥과 온묵밥 중 선택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당연히 체험과 사진을 위하여, 종류별로 하나씩 시켰지.

 

그런데 정말이지 그러길 잘 했어.

단지 차고 따뜻한 차이가 아니라

국물의 맛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것!

 

참, 묵밥이라고 해서 밥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묵으로 만든 밥"으로 이해해야 할 듯.

 

 

 

 

 

 

김치 국물 베이스인, 온묵밥.

마치 해장용 콩나물국처럼 개운하다.

 

 

 

 

 

 

간장 국물 베이스인 냉묵밥.

이를테면 김치우동과 메밀국수의 차이랄까.

 

딱히 어느 쪽이 더 맛있다고는 할 수 없고...

그냥 종류별로 시켜서 두루 먹어볼 것을 권장 ㅋ

 

 

 

 

 

 

그리고 이건 가장 야심작인, 건조묵 등갈비찜.

 

고기가 들어가서인지, 건조묵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이 메뉴는 별도 단품 메뉴로도 판매를 할 정도더라고.

 

난 여전히 고기가 들어간 사실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확실히 저 건조묵이라는 재료에는 이 참에 반해버렸다.

저거만 갖춰두면 집에서도 그럴싸한 요리가 가능할 것 같아!

 

 

 

 

 

 

그렇게 흐뭇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무리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장님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

이 집, 정말 묵요리 제대로 만들어내는 전문점 맞다.

 

그게 입맛에 맞는지는 각자 먹어보고 판단할 일이지만

담백한 채소와 묵, 국물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재방문하고 싶은, 그런 집.

 

묵 ! ! !

 

 

 

 

 

 

... 다음에는 건조묵 사와야지...

 

 

 

 

 

 

 

내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리뷰한 헤이리묵 도토리밥상,

명함 속 지도에서 보이듯이 파주 프로방스 근처에 있다.

 

 

 

 

 

 

 

031-946-9920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67-13

 

주차 가능. 매우 가능. 상당히 가능.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