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05년도 바비브라운 윈터 컬렉션
그 이름도 강렬한 "섹시 글래머 팔레트" 라는 것이 있었다.




... 바로 이것.
쉬머 화이트 / 쉬머 그레이 / 차콜 블랙 3가지 색상의
모노톤 섀도우와 딥레드 색상의 립스틱으로 구성된 팔레트.

섹시하기도 하고
글래머러스하기도 한데
블랙 스모키 섀도우에 왜 저런 강렬한 레드립을???

립컬러만 좀 누디했어도 보다 잘 팔렸을 제품이건만,
이런 울트라 복고 섹시룩 팔레트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대히트치기는 좀 어려운 거지.

당시에 스모키 메이크업과는 전혀 친분이 없던 나로서야
당연히 이 제품을 처음 보고 "헉" 하고 그냥 곧 잊어버렸는데
왜 몇년이 지나고 나서 급격하게 땡기게 됐는지...
급기야 어렵사리 벼룩 구매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후우.




사진 왜 이렇게 흐려...
어쨌든 지극히 바비브라운다운 각진 유광 블랙 케이스.
사이즈는... 정말 거대하다 -_-a
솔직히 기본 섀도우 3색에 립스틱 1칸인데,
사이즈는 1/3 정도로 줄여주면 안 되겠니? 응?
쉬크하고 미니멀한 아티스트 브랜드의 간지를 좔좔 흘리는
RMK나 슈에무라를 제발 좀 본받아보아.




어쨌거나 안의 구성은 이렇다네.




이 브러쉬들!
바비브라운 유저가 아닌 내가 이따금씩 바비의 한정 팔렛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바로 이 브러쉬들 때문이지.
내장 브러쉬임에도 정품과 똑같은 품질이고,
정말 필요한 만큼의 다양한 브러쉬들이 실용적으로 들어있단 말야.
이 팔레트에는 베이스 컬러용 브러쉬 & 라이너 컬러용 브러쉬 듀오,
그리고 진한 립컬러를 꼼꼼히 펴바르기 위한 립브러쉬가 있다.




1번 살짝 테스트만 해본 제품으로 get!




제품의 색감은 매우 마음에 든다.
그런데... 안 그래도 바닥 보기 힘든 섀도우이건만
양을 이렇게까지 많게 할 필요 있었니? ㅠ_ㅠ
안 그래도 바비의 싱글 섀도우들도 그 짐승 용량에 질려서
도저히 구매 의사가 안 생기는데 팔레트마저... 흑.
제발 용량 좀 줄여줘. 제발 제발 좀.




이게 그 문제의 강렬한 립컬러 '카시스'
이 자체로는 사실 나쁜 색이 아닌데...
(혹자에 의하면 [맥] 컬트 오브 체리 컬렉션의
초 베스트셀링 컬러였던 '쏘스칼렛' 이랑
살짝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더이다...)
블랙 스모키와 매치하면 정말 누구 잡아먹을 룩이 되기 십상;

게다가 입술색 진하고, 레드를 잘 안 쓰는 나에게는
같이든 따로든 간에 이 립컬러 자체가 무용지물이더라.

그래서 -
성형을 결심했다.

아무리 내 두 팔에 달려있는 게 곰의 앞발 같은 거라지만
립스틱 퍼넣고 잘라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평소에 보다 고난이도의 수작업을 필요로 하는 일에는
주변의 재간둥이들을 부려먹곤 한다 -_-
크림 타입 제품으로 듀오 만들기... 라든가 ㅋㅋ)





일단, 다 파내어서 주변에 립팔레트 제작하는 지인들에게 다 퍼줌;

http://blog.naver.com/kenisme?Redirect=Log&logNo=80063683795
http://blog.naver.com/loverasi?Redirect=Log&logNo=80061769254




싹싹- 긁어내버렸다.




잔량은 면봉으로 깨끗하게 정리!




그리고 누디한 립스틱을 하나 준비한다.
이건 [맥] 헤더렛 '플래시팟' 색상.

헤더렛인데 케이스는 왜 일반 맥 립스틱 케이스냐고?
이 아이 역시 성형을 당했기 때문 ㅋㅋㅋ
플래시팟은 어차피 이렇게 팔레트에 퍼넣을 누디 컬러이기에
헤더렛 케이스가 보다 더 잘 어울릴 핑크누보와 케이스를 바꿔 끼웠지.
고로 플래시팟의 원래 헤더렛 케이스는 핑크누보가 입고 있음 -_-*




낚시줄... 이 없으면 머리카락으로 이렇게 포를 뜨자.




그리고 잘린 단면을 스패츌러로 슬쩍 밀어주면 이렇게 밀린다.




포 뜬 채로 밀린 립스틱 조각들을 빈 칸에 넣어주면 끝! =.=




그래.
이제야 진정 내가 원하던 색상 구성의 기본 스모키 팔레트가 되었구나.

바비브라운 여사, 다음번에 한국에서 히트 치고 싶으면
이렇게 밸런스를 좀 맞춘 구성의 팔레트를 내길 바래.



강한 블랙 스모키 아이섀도우와 또 강한 레드립의 지나친 조합이
이 제품의 최대 단점이었는데 이 부분을 해결하고 나니까
대체적으로 불만 없이 꽤나 마음에 들게 되었다.

굳이 꼽자면 한정이었기에 이제 구하기 힘들다는 것과.
그리고 사이즈가 도대체 불필요하게 과다한 것 정도?
(아아, 사이즈는 정말 과하십니다.)






  





작년 초여름에 헤더렛 대란을 일으켰던 MAC.

저기, 난...
사실 이거 살 생각 없었고...
남들이 매장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난리칠 때
느긋하게 늦잠 자고 내 할 일 하다가
오후 즈음 해서 머리 하러 미용실 가다가
가는 길에 맥 매장에 한번 들러나봤을 뿐.
다들 갖고 싶어서 숨 넘어가는 그 멜로즈무드,
실물이나 한번 구경해봐야지~ 이러면서.

매장 가서도 직원분이랑 술렁술렁 수다 떨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테스트해보고 놀다가
한참 후에야 그냥 지나치듯이 한번 물어봤다.



나 : (멜로즈무드 만지작거리면서) "이거 품절이죠? ^^"

직원 : (미안해하면서) "네 ^-^; 너무 인기라 아까 다 나갔어요."

나 : "그럴 줄 알았어요~ ㅋㅋ"

직원 : "어떡하죠~"

나 : "아뇨, 뭐 괜찮아요. 알고 왔어요 ㅋㅋ"



이러면서 은근슬쩍 립글라스 중에서
무난한 스탈렛키스랑 보너스비트 집어들고
이거나 살까~ 이러고 있는데 문득 그 직원분 왈...



직원 : (속닥) "저기요..."

나 : "네? ^^"

직원 : (속닥) "사실은 제가 멜로즈무드 2개 쟁여놨거든요.
원하시면 하나 빼드릴테니까 가져가세요~"

나 : (헉) "아, 네? 전 괜찮은데..."

직원 : "아니에요. 괜찮아요.
너무 이쁘고 흔치 않은 컬러라서 몰래 2개 쟁였는데
2개까지는 못 쓸 것 같으니까 가져가셔도 돼요."

나 : "정말 괜찮으시다면... +.+"



... 이래서 사게 된 거다.
그 희귀한 제품이 제 발로 걸어들어왔는데,
그 직원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는데,
안 사오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지 말입니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유야 어찌 됐든 간에 -
다시 봐도 이쁘구나.
반짝반짝 헤더렛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건 립글라스
- 스탈렛 키스 (Starlett Kiss)
- 보너스 비트 (Bonus Bea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그 문제의 립스틱
- 플래시팟 (Flashpot)
- 멜로즈무드 (Melrose Mood)

멜로즈무드... 멜로즈무드...
그 문제의 멜로즈무드...
정가 2만2천원이면서 그 희소성 때문에
일부 중고 사이트들에서 몸값이 20만원까지
솟구친 적이 있다는 전설의 멜로즈무드;;;
(미친 거 아냐? -_-a)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플래시팟은 어찌 보면 무난한 누드 색상이다.
매트하고, 펄없고, 선명한 누드.
이런 컬러 하나 필요한 김에 케이스 예쁜 이걸로 사지 뭐!
라는 생각으로 샀는데 막상 나중에 구매하게 된
크림쉰 라인의 크림드누드 색상에 밀려서
나한테서 생각보다 큰 사랑 못 받은 아이지;

(나중에 다 쓰면 크림드누드 내용물을
이 케이스에 끼워서 쓸까... 이러고 있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것이 문제의 멜로즈무드.

형광 크레파스처럼 선명하고 또 현란한 핑크색이다.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난해한 색이어서
화장을 평소에 곧잘 하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 활용도는 낮을 수도 있는데
이 아름다움 때문에, 그리고 희소성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몸값을 구가하지.
박스째 새 제품이면 더더욱 말도 못 한다.

고백한다.
나도 이 제품 오랫동안 개봉 안 하고 보유하면서
몇번쯤은 몸값 올려서 팔고 싶은 유혹을 느꼈어.

화장품 벼룩 재테크를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
이 제품은 나에겐 없어도 되는 제품인데
이윤은 그만큼 남으니... 어찌 마음이 안 흔들렸으랴.

하지만 결국 자꾸 마음 흔들리는 게 싫어서
최근에 확! 개봉해서 사용해버렸다.
심지어 립팔레트 만드는 걸들에게 덜어주기까지 했지.

뭐, 큰 이득의 기회를 차버린 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하는 쪽이 더 마음은 편한 것 같아.

하여튼 2만원대 립스틱 하나 때문에 별꼴이야.
멜로즈무드, 너 그렇게 대단하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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