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천 여행에서는 딱히 먹거리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데, 그 와중에 첫 날 저녁을 먹어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둘째 날 점심 때 자그마치 재방문한! 산비탈 순두부 식당... 아니, 1박 2일 일정 동안 다른 데 아무 데도 안 가고 여기만 2번 갔으면 실질적 단골 아닌가효...
'포천 여행' 하면 '이동 갈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아실 난 양념 갈비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고기를 딱히 즐겨 찾는 편도 아니고... 뭐 그래도 일행이 땡긴다고 하면 즐거이 같이 먹으러갈 의사는 있었는데, 같이 간 김갬 역시 고기 비선호파에다가 따끈한 두부 전골을 더 좋아해서 (그러고 보니 남자들의 의견은 딱히 안 물어봤군 ㅋㅋㅋ) 얼씨구나 두부전골로 대동단결했다.
숙소인 한화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식당들 중에서도 전골류를 파는 데가 있기는 했지만, 뭔가 딱히 와닿지 않아서 차 타고 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산비탈'로 이동을 했다. 지도상 거리를 보니까 걸어서 15분이라길래 걸어갈까? 생각을 잠시나마 했던 나를 깐다... 가는 길이 완전 차도인 데다가, 그 추위에 그 어둠을 뚫고 걸어가긴 어딜 가 ㅋㅋㅋ 한화리조트 투숙객들은 부디 차 타고 가세여...
애니웨이, 이렇게 생긴 곳이다. 물론 첫 날은 저녁에 가서 어둑했던지라, 이 사진은 그 다음 날 점심에 재방문해서 찍은 것. 식당과 펜션을 같이 운영하는데, 식당이 나름 인기가 있어서 숙박객 아닌 사람들도 식사하러 많이들 오는 듯. 뭐 우리가 갔을 때에는 워낙 비수기라서 식사 시간에도 두세 팀 밖에 없었지만.
2층으로 올라가면 제법 넓은 홀이 나온다.
첫 날 저녁, 우리 외에는 딱 한 가족, 홀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 뭐, 또 이런 한적하고 여유로운 기분이 비수기 여행의 매력 아니겠어? ㅎㅎㅎ
안주 비주얼의, 두부구이와 계란말이.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워낙 일행 모두가 두부와 계란을 좋아해서 잘 먹었네. 그리고 두부 전골을 메인 메뉴로 하는 집이라서 두부도 왠지 더 고소한 것 같고... 기분 탓인가? ㅎㅎㅎ 여튼 내 입에는 아무런 하자 없이 참 맛났다.
그러나 주인공은 역시나 두부 버섯 전골!
사진 상으로는 알기 어렵지만, 이 전골의 영혼(?)은 바로 국물! 국물이다. 얼큰하고 개운하지만 그게 고춧가루의 매운 맛은 아니고 참 깔끔허다. 그렇다고 밍밍한 건 또 아니고. 그러니까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풍미는 충분한' 그 국물 때문에 이 메뉴에 대호평하는 바. 우리는 끓여먹다가 중간에 국물 너무 졸아들까봐 불을 껐는데, 나중에 사장님이 보시더니 끝까지 졸여서 먹는 게 제맛이라고 하십디다. 육수는 얼마든지 더 부어주심 :)
메밀부꾸미(?)까지 하니까 한상차림이 제법 푸짐허다... 이 중 내 선호도는 : 전골 > 두부구이 > 부꾸미... 여튼 전체적으로 조화롭고만. 이도 저도 아닌 이동갈비 먹으러 가는 대신에 여기 오기를 백번 잘 했어! 자, 뜨끈하게 개운하게 먹고서 온천욕하러 갑시다들.
아 참, 덧붙일 것은... 두부 전골을 시키면 '갓 지은 솥밥'이 같이 나온다. 시간은 다소 걸리는 편이지만,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밥맛'이 뛰어납디다. 전골의 국물로 속을 따끈하게 데우고, 촉촉하니 찰진 밥으로 보드랍게 채우니, 그 궁합 덕분에 더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것!
메뉴판 사진이 사라져서 없지만, 가격대는 이렇게 4명이서 먹고 약 4만원 중후반대 수준. 고기 먹고 한정식 먹고 하는 것에 비해서는 정말이지 별 부담 없는 정도.
결국 그 다음 날, 체크아웃하고서 점심 먹으러 다시 왔음... 이번에는 청국장 등 단품을 먹어봅시다. 여기에 도토리묵을 한 접시 추가해서. 그런데 또 이 도토리묵이 감동스러운 맛인 거지. 도토리묵은 나도 남편도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직접 쑤어서 만들어주시곤 해서, 내 입맛 기대치도 제법 높은데 이 집, 제대로더라. 쫄깃 탱글한 식감은 물론, 매콤 새콤하지만 양념이 과도하게 개입하지는 않는 그런 맛. 어제 두부 버섯 전골에서 느꼈던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풍미는 충분한' 그 기분을 이 도토리묵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전골이나 도토리묵에 비하면 다소 평범한 축에 드는 청국장과 찌개 백반.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었다든가 아쉬웠다는 뜻은 아니다.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식당 음식 치고) 많이 짜지도 않고 구수한 축에 드는 데다가, 식재료도 두부 등 채식 계열 위주여서 속이 몹시나 편안했지.
다른 데 찾아다니는 것보다, 이 집에 2번 연달아 온 게 후회되지 않는다! 어차피 음식이라는 건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리고 이번 여행 일동에게는 달고 짜고 냄새 배이고 심지어 가격마저 훨씬 더 비싼 이동갈비보다도, 이 집의 따끈 담백한 두부 전골과 갓 지은 밥, 그리고 올망졸망한 밑반찬들이 훨씬 더 반갑고 맛났다.
포천을 다시 가더라도 기꺼이 다시 찾고 싶은 곳.
개인적인 취향과 기억에 근거한, 주관적인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