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유명 요리사와 음식을 주제로 한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끌고, 각종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맛집 소개가 빠지지 않고, ‘먹는 방송’이라고 해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인터넷 ‘먹는 방송’도 끊임없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요리가 어떻게 이와 같이 퍼포먼스로까지 진화했는지, 이런 행위의 연원과 문화적 맥락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유쾌하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가령, 요리가 인류 문명의 근원이 되었다는 리처드 랭엄 박사의 이론에서부터, 성서의 《레위기》에서 자세히 다루어질 정도로 고기를 불에 굽는 행위가 ‘의식’으로 기능해왔다는 설명, 값싼 요리에서 시작된 국물요리가 오늘날 지위가 격상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인류 고유의 활동인 요리가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가족의 삶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주 즐거운 일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 소개 :

저자 마이클 폴란 Michael Pollan은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환경운동가, 뛰어난 정원사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푸드 룰》 《잡식동물 분투기》 《세컨 네이처》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이 있다.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특히 《세컨 네이처》는 미국 원예학회로부터 역사상 매우 뛰어난 정원 관련서 중 하나로 손꼽히며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캘리포니아 북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자연, 정원, 식물, 음식을 비롯한 많은 소재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역사적이고 철학적이며 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폴란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목차 :
1부 불: 불꽃의 창조물
2부 물: 7단계 요리법
3부 공기: 아마추어 제빵사 되기
4부 흙: 발효라는 차가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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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췌 :

 

근대 과학이 고대 요소들을 한층 기본적인 물질과 힘 -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된 분자로, 불은 급격한 산화 과정으로 설명해왔다 - 으로 축소하고 묵살했다 해서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생 경험이나 상상력이 진짜로 변화하진 않았다. 과학은 불과 물과 공기와 흙, 이 네 원소를 118개 원소 주기율표로 치환하고 개별 원소들을 더 작은 미립자로 환원했으나, 우리의 감각과 꿈은 아직 이에 다다르지 못했다.

 

(불)

 

요리란 심리적이고도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 우리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기꺼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행위이다. 요리를 통해 우리는 어떤 냉혹한 사실(죽은 동물을 저녁으로 먹는다는 사실)과, 빳빳한 린넨과 반짝거리는 은식기로 세팅된 저녁 식사 테이블 사이에 거리를 두게 된다.

 

(물)

 

나는 동물성 음식과 식물성 음식을 액체 매질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 단순히 한 종류의 식재료만을 불로 익히는 요리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장점이 있는지를 깨닫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중략) 뚜껑을 덮은 냄비 - 오랫동안 수분과 열을 보존하기 위해 덮는다 - 는 이런 종류의 요리가 소박하고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에 비해 야외에서 불을 피우고 커다란 고깃덩이를 굽는 행동은 사치스러워 보인다. 영국인들은 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예로부터 프랑스의 '소박한 냄비 요리'를 경멸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소스와 국물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음식을 근사하다거나 일류 요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살코기를 그릴에 던져놓은 것은 단순한 대중요리라 여기는데 이는 역사적 상황이 역전되었음을 보여준다.

 

냄비 요리는 또한 아이들이 일찍 젖을 떼도록 하고 (그로 인해 다산을 촉진하고)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되었다. 어린아이와 노년층 모두 이가 없이도 냄비 속의 부드러운 음식과 영양가가 풍부한 수프를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물이라는 요소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서 냄비는 사냥을 그만두고 정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불로 요리하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외부' 요리였다. 요리가 밖에서, 고기가 불길에 노출되는 야외에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더 큰 사회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내부요리는 뚜껑이 닫힌 냄비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흔히 가정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났다.

 

(공기)

 

식물과 동물을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더 간단한 방법들과 비교하면 - 고깃덩어리를 굽거나 스튜 한 그릇을 끓이는 방법은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개발할 수 있다 - 빵 한 덩어리는 문명 전체를 내포한다. 빵은 인간, 식물, 심지어 미생물의 활동을 조절하고 복잡하게 분화시키는 길고 까다로운 과정 막바지에 탄생한다. 한 덩어리의 빵은 농업과 제분, 제빵 문화 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요소에도 의존한다.

 

(흙)

 

대부분의 다른 요리는 외부의 에너지 - 주로 열 - 에 의존해 식품을 변형시킨다. 물리학 화학 법칙이 과정을 지배하고, 이전에는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대상에 작용한다. 발효는 다르다. 주로 생물학 법칙이 발효를 지배하며, 이 법칙들은 효모가 내부로부터 어떻게 에너지를 생성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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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꽤 오래 전에 사둔 책인데, 두께가 제법 되다 보니까 (559p) 바쁜 와중에 쉽사리 손이 안 가서 그간 좀 묵혀뒀다가 최근에야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 두꺼운 분량과, 자칫 잘못 풀어내면 고루하기 쉬운 인문학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내려간 책!

 

책을 고르다 보면 테마나 제목, 혹은 표지 디자인 등에 끌려서 들여다봤다가 용두사미 식의 전개에 실망해서 중간에 읽다가 말아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 책도 그러려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 '요리'라는 소재도, '욕망하다'라는 서술적 접근도, 그리고 깔끔한 흰색 바탕의 표지에 달걀 프라이가 등장하는 디자인도, 다 얼핏 봤을 때 호감 요소인데... 이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면 기대치 대비 매우 지루한 인문학 강의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영리하게 쓴 책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의 '덕질' 발자취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함도 있달까!

 

이미 푸드 분야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인 마이클 폴란은 요리를 불/물/공기/흙(발효)라는 4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탐구하기 위해서 각 분야의 장인들을 찾아가서 직접 요리를 (때로는 해당 사업의 역사까지) 배운다. 불의 요리를 고찰하기 위해서 미국 남부의 바베큐 장인을 찾아가고, 물의 요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란 출신의 친구에게서 매 주말마다 소스 조림 요리를 배우고, 공기를 이용한 식품화 과정을 알기 위해서 타르틴 빵을 만드는 것을 연마하고, 발효를 터득하기 위해서 사우어크라프트와 맥주 만들기에도 도전... 이만하면 책도 책이지만, 허허,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하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요리 체험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게 진짜 킥포인트.

 

실컷 전통 미국식 바베큐에 대한 체험담을 늘어놓다가, 문득 역사인문학적 접근이 스리슬쩍 자리잡는다. 이를테면, 바베큐의 진한 훈연 향에서 고대 신에게 바친 번제를 떠올린다거나, 인류와 불의 역사에 대한 비유가 등장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직접 체험담과 인문학적 분석, 이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쳤더라면 별 의미가 없거나 흥미가 떨어지기 십상이었을텐데 강-약-중간-약 패턴이 변주를 이루며 중간중간 감탄을 자아낸다.

 

무울론, 공기를 빵에 접목하고 발효를 흙 요소에 연관 지은 것은 - 고대의 4원소를 그럴싸하게 갖다 붙이기 위해서 약간 무리수를 두는 느낌도 들지만 ㅋㅋㅋ 그래도 각 분야의 체험과 서술, 그리고 통찰이 꽤나 충실하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첨언 : 원제는 'Cooked : A natural history of transformation' 이어서 자연의 식재료를 인간 문명의 요리라는 형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방점을 뒀는데 이를 의역하다 보니까 한국어판 제목은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긴 하다. 뭐, 그렇다고 저걸 '요리 : 변화의 자연사' 이런 식으로 직역했더라면 도통 흥미가 안 생겼을테니까 어쩔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런 아쉬운 마음을 반영해서 내 독서일기 포스팅 제목에는 원 제목을 포함시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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