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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11 마이 리틀 프릿지(fridge), 텔레비전(TV)를 부탁해. 9

 

 

 

 

마이 리틀 텔레비전,

냉장고를 부탁해,

 

이 두 제목을 뒤집어봤다.

 

대한민국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요즘 요리 예능 프로들에 푹 빠져 있고, 여기에는 MBC 마리텔과 JTBC 냉부해가 빠지지 않는다. 채널을 돌리다가 이 두 프로 중 하나가 나오면 언제든지 채널을 고정할 정도로 보고 보고 또 보는 수준이지. (특히 마리텔은 백종원 편만 모듬 편집해놓은 걸 가장 좋아함;)

 

자고로 이목을 끌면, 반목도 생기고, 논란도 생기는 법인지라... 백종원 아저씨도 요즘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양이다. 황교익과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백종원은 지적된 사항들을 그대로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누가 옳네 그르네 네티즌들도 와글와글 계속 시끄럽네.

 

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썰을 풀어놓은 마당에, 이해관계도 식견도 없는 나까지 굳이 찬반론을 얹을 필요는 없을 듯 하고... 난 그냥 그 요리 프로들과 관련된 내 일상의 풍경만 살짝 남겨두고 싶다. 평가는 차치하고서, 그냥 "난 이랬어~" 라는 기록.

 

 

 

 

 

 

이건 최근에 남편군이 만들어준, 아니 보다 세세하게 표현하자면, 남편이 결혼 후에 처음으로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준 "요리"다. 바로 마리텔 백주부 레시피의 오야꼬동 (일본식 닭고기 계란 덮밥)

 

우리는 분업이 꽤나 뚜렷한 2인 가구라서 "보다 잘 하는 사람이 한다" 혹은 "보다 큰 욕망을 가진 자가 행한다" 라는 원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편이다. 그러므로 식재료 장보기나 요리는 내가 거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시피 함. 게다가 자판기형 인간인 남편은 "모든 재료와 과정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요리를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타입이기 때문에, 내가 주방에서 설칠 때 본인이 자신 없는 분야인 요리를 하겠다고 들지도 않는달까.

 

그런 그가 이렇게 "그럴싸~"한 밥상을 차려낸 것은, 역시나 마리텔 덕분이라고 밖에. 같이 거실에서 수다 떨면서 마리텔 재방을 보다가 오야꼬동 편에서 그가 "오, 저건 아마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고 하길래 이 말을 바로 받아서 "그래? 그럼 해줘!"가 되었던 것.

 

물론, 그는 예전에도 나의 지도(?) 하에 된장찌개와 계란찜을 만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먼저" 요리에 동기 부여가 된 적은 없었단 말이지. 결국은 "요리"라는 주제가 우리 일상 속 수다의 소재 속으로 녹아들었을 때에 가능했던 일. 대단히 큰 결심을 하는 게 아니라 "어? 저게 맛있겠다! 만드는 과정도 이해하기 쉬운데... 한번 해볼까?" 라는 재미를 느끼는 것, 그거 하나면 충분해. (생각해보면 아이가 공부를 의무로 하는 게 아니라 공부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하겠다는 건 수많은 부모들의 야심이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역시 인간은, 지가 땡기는 때에, 지가 땡기는 일을, 지가 땡기는 방식으로 해야만, 가장 능률이 좋은 법이라니까. (그리고 오야꼬동은 매우 맛있었다! 닭고기와 양파도 잘 익었고, 소스 또한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은 것이!)

 

 

 

 

 

 

그리고 이건 냉부해 이현이 편에서 김풍 작가가 만든 자투리타타를 내 마음대로 변형시킨 버전. 자투리 채소라고 보기에는 다소 호사스러운(?) 방울 양배추가 들어갔고, 원 메뉴에는 없던 마늘이 잔뜩 추가되었으며, 토마토도 통 토마토가 아니라 방울 토마토로 넣었다. 당근은 애매모호한 양으로. 왜냐면 딱 그만큼만 남아있었으니까. 어쨌든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탈탈 털어낸다는 면에서는 원 테마에 충실한 셈이긴 하네.

 

방울 양배추는 별도로 데쳐서 넣어야 했기 때문에 귀찮기도 했고, 이런 프리타타에 딱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역시 따로 볶아 먹는 편이 재료의 매력을 살리기에 좋았을 듯. (물론 원래는 그렇게 하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프리타타에 다 넣어버린 거지만...)

 

그리고 토마토는 통 토마토를 썰어서 껍질이 자연스럽게 벗겨지게 하는 쪽이 더 좋았을 듯. 동글동글한 방토에 비해서 그게 모양 내기도 더 좋고. 하지만 우리 집에는 대개 홀 토마토는 없고 방토만 있으니까... 그리고 타투리타타는 "굳이 식재료 새로 사지 말고 냉장고에 있는 거 걍 쓰기"가 목적이므로 소소한 건 따지지 말도록 하자 ㅋㅋㅋ

 

너비나 깊이가 적당한 냄비나 팬이 없어서 WMF 오목판 양수팬을 사용했는데, 흠 역시 바닥이 좀 눌어 붙는구먼. 나중에 설거지하느라 손이 제법 많이 갔다. 냉부해에서 김풍이 실제로 사용했던 짧은 손잡이의 딥팬이 계속 눈에 아른거리는데... 무작정 주방 살림을 늘릴 수가 없어서 일단 무기한 보류 중;

 

 

 

 

예능 프로에 범람하는 그 수많은 레시피들이 과연 "요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어차피 각자의 판단일 거다. 나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다. 남편과 공유하는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이렇게 내 일상 속에서 맛있고 따스한 시간들을 남겨주는데, 내가 도대체 왜 토를 달고 시비를 걸겠는가.

 

 

 

 

마이 리틀 냉장고야,

텔레비전을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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