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15

요즘 동선상 명동/홍대를 예전보다 자주 가는데
문제는 북적거리는 건 나날이 싫어진다는 것.

그래서 홍대 쪽에서는 주로 합정역 거리를
그리고 명동에서는 을지로역 너머를 가곤 한다.

특히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방향에 생긴
핫플레이스, 페럼타워 주변이 별천지란 말야.





별 기대 없다가 공휴일에 쉬게 되니까
왠지 선물 받은 것 같고 부자 된 것 같다.

뭐지. 남들은 당연히 다 쉬는 건데.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백만년만의 조조영화.
with 뜨거운 커피, 그리고 반띵 샌드위치.

평소에 아무 생각도, 의미도 없이 마시던
스타벅스 커피가 이토록 맛있을 줄이야.





페럼타워 지하의 수많은 맛집 중에서도
가장 벼르고 있던 만텐보시를 드디어 탐방.

아는 사람들은 은근 다 아는 유명한 집인데. 





함박스테이크와 카레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경양식 레스토랑, 만텐보시.




일본에서는 생긴지 꽤 되는 체인인데
국내에 들어온지는 얼마 안 된 걸로 안다.
게다가 서울 내에는 이 페럼타워점이 유일.
(일산 킨텍스, 파주 아울렛, 신세계 인천에 매장 있음.)





함박 만큼이나 유명한, 카레 메뉴들.
가격은 14,000원 ~ 18,000원.




일본 경양식에서 빠질 수 없는 또다른 메뉴,
오므라이스와 각종 후라이들.

가격은 15,000원 ~ 23,000원.




그리고 - 함박.
이에 대해서는 너무 할 말이 많아서
잠시 후를 위해서 아껴두도록 해야겠다.

가격은 16,000원 ~ 25,000원.




스테이크 메뉴들도 있지만서도
만텐보시는 역시 함박 스테이크지.




그냥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경양식 문화를 표방해서
이렇게 묘하게 복고적인 분위기다.

심지어 메이드복 입고 서빙하시는 직원분!




서울에서 마셔본 삿뽀로 생맥주 중 최고!
분명 함박 스테이크 전문점인데 말이야.





마침 공휴일, 그것도 이른 점심시간이라
매장은 이렇게 한산하고 자리도 많았지만
평일 점심 때는 자칫 줄 서야 할 것 같아.
이 날도 12시를 넘기니까 슬슬 많아지더라.




생얼에 야구모자는 조조영화 관람의 미덕이니까.




마침 8월에는 런칭 1주년을 맞아서 이렇게
100% 당첨 스크래치 카드 이벤트 중이었다.

최소한 식사 5천원 할인권부터
스테이크 쿠폰까지 나오는 데다가
즉석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한 이벤트!

어차피 제 돈 다 주고 먹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시키려던 한우 비프 카레가 당첨돼서
급 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더랬지.




깨알 같은 소품.




식사를 시키면 인원 수만큼 나오는
맑고 짭쪼름한 콩소메.

약간 짠 듯한 감도 있기는 하지만
식사 전체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그리고 - 삿포로.




이 날의 여유로운 기분 탓도 있겠지만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맥주에 대한 식견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내가 마셔본 삿뽀로 중 최고였어.

너무나도 깔끔하고 보드라운 저 맛과 목넘김.
곧이어 나오는 메뉴들과 잘 어울리는 건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어서 놀라버렸다.




프렌치 어니언 스프.

콩소메가 나오는 줄 모르고 시켜버린,
하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 메뉴.
난 스프도 좋아하고, 양파도 좋아하며,
치즈도 사랑하니까 - 프렌치 어니언 만세!




푹 익어서 흐물흐물해진 양파에
녹진한 치즈가 도탑게 엉겨 있다.

맛은? 당연히 만족스러웠고.
하지만 막상 중요한 건 아래에 나온다.




만텐보시 정통 데미 함박.

기대를 크게 한 분야이니 만큼
가장 기본 아이템으로 주문했다.

비주얼을 본 순간부터 이미 - 흥분 상태.




함박 스테이크란 사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스테이크 만들기에는 부족한 육질의 고기를
짓이겨서 만드는 하급의 요리"로 볼 수도 있는데,
난 솔직히 스테이크 맛에 둔감한 데다가
함박 특유의 부드럽고 캐주얼한 맛을 좋아한다.

게다가, 함박이라고 다 같은 함박이 아니라고.

만텐보시의 함박은 그 자체로 소담스럽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실 고기보다도 저 소스다.

만텐보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까
저 데미글라스 소스에 대한 설명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중시하고 프라이드를 가지는 듯.

데미글라스는 원래는 demi sauce,
즉 육수를 반으로 졸여서 만든 소스이며
프랑스 요리에서 출발한 개념인데
"뭐든지 로컬화하는" 일본답게 이를 변형해서
일본식 경양식 요리에 적용한 게 바로
이 함박 스테이크용 데미글라스 소스.

7일간 매장에서 직접 끓여서 내놓는,
만텐보시의 혼이자 영업비밀이란다 :)

믿습니까?
믿습니다!
먹어보니 믿을 수 밖에 없더라.







위는 - 닥치고 감상샷들.




고기의 맛과 질감도 꽤나 감동적이지만
저 쌉싸름하고 깊은 맛의 소스는 -
정말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시중에서 흔히 먹는 함박 스테이크들은
대개 소스 맛이 좀 달달한 편인데,
이건 뭐랄까... 설명할 방뻡이 읍네.

한 입 먹을 때마다 입 안에 짙은 향이 가득.
이 정도 되면 "고작 함박 스테이크"가 아닌 거다.




그리고 - 한우 비프 카레.
스크래치 카드 이벤트 만세!




카레도 물론, 인도식이 아닌 일본 경양식 카레.
개인적으로 인도의 오리지널 카레보다도
일본의 퓨전풍 카레를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맛 또한 실망시키지 않아!
마지막 한 숟갈까지 긁어먹고 싶은 기분.




무엇보다도 - 저 소고기가 훌륭했다.

소스는 함박의 데미글라스에 한 표 주고 싶지만,
고기만은 함박보다 이 비프 카레의 한우가 우위다.
고기에 대해서 식견이 낮은 편인 내가 봐도
이건 정말 좋은 고기를 엄선해서 만들었던걸.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은 유감이지만,
이렇게 좋은 고기를 쓴다면 요즘 물가상,
가격을 더 낮추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맛나던 삿뽀로가
완벽한 음식 궁합에 쭉쭉 넘어가.




비프 카레가 당첨되서 돈 굳었으니까
그 돈으로(?) 디저트까지 시켜봤다.

단 맛의 디저트를 그닥 즐기지 않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집착하는 장르, 푸딩.

일본식 함박과 카레를 이리 잘 만드는 집이라면
역시 같은 장르의 디저트인 푸딩도 맛있을거야,
라는 다소 근거없는 자신감에서 선택했지.




맛은 과연, 훌륭했다.
탱글탱글한 식감에 쌉싸름한 캬라멜 소스.
마냥 달달했더라면 그냥 평범했을텐데,
마치 함박의 데미글라스 소스 마냥,
깊고 오묘하고 알싸한 맛에 눈물 날 뻔.




훌쩍.




한 끼의 식사를 하고 나서
이토록 오랫동안 여운이 남은 건,
정말, 매우 오랜만이었던 듯 싶다.

만텐보시.
Manten-Boshi.



함박 스테이크를 저 돈 주고 먹기 아깝다,
라고 한다면 사실 별로 할 말은 없다.
뭐, 각자의 지출이고 각자의 선택이니까.

하지만 매장의 분위기나 서비스도
여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은 데다가
음식의 맛에 당최 토를 달 수가 없는지라
난 조용히 굴복하고 단골집 삼기로 했어.

부모님들도 조만간 한번 모시고 갈 예정 :)

 
솔직히 이런 포스팅을 통해서 알려지면

괜히 사람들 많아질까봐 한편 걱정도 된다.
추천하고 싶은 동시에, 나만 알고 싶다고! 









중구 수하동 66번지 페럼타워 지하 1층

(02) 6353-8943

Lunch 11:00 ~ 15:00
Dinner 17:00 ~ 22:00 








  



110507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
가락동 경찰병원 근처에 있는 문경 산골 메밀묵.

슴슴한 산나물과 거친 채묵, 진한 청국장 -
이런 음식에 환장하는 내 입맛에는 딱이다.

송파구 가락본동 70-10
(02) 443-6653







난 고모랑 엄마 추천에 찾아간 건데
뭐 이래 TV 방영도 많이 되고 그랬대.
솔직히 여긴 나만 알고 있고 싶건만.




평소에 식사시간에 가면 북적거리는데
이때는 다행히 식사시간을 빗겨나서.




채묵밥 13,000원
채묵 10,000원
청국장 9,000원
비지장 8,000원
보리밥 8,000원
산나물비빔밥 13,000원





두부김치 20,000원
편육 25,000원
파전 12,000원


이 집은 단연코 - 채묵이랑 산나물비빔밥이지.
비빔밥을 보다 잘 먹기 위해서 채묵은 밥 없이
그냥 채묵으로 시켜서 애피타이저로 먹는다.

그리고 이 집에 대한 비판 중에 하나가 바로,
음식 장르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싸다는 건데,
청국장류가 9천원에 비빔밥이 1만원 넘으니
사실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난 한번씩 일부러 발걸음하는 집인 데다가
워낙에 즐겨 먹는 종류라서 너그럽지만.
... 못 낼 돈도 아니고, 무엇보다 - 맛있으니까.
(이거 먹으러 평소에 절대 갈 일도 없는
가락동까지 차 타고 간다니까, 나는.) 







밑반찬들은 뭐, 무난하고 평범한 편.




산나물비빔밥을 시키면 같이 나오는 찌개.
대개 된장 하나에 청국장 하나 시켜서 먹곤 한다.
이 집의 비빔밥을 하도 좋아해서 찌개는 간과하는데
사실 된장도, 청국장도, 그리고 순두부도 꽤 맛나다.
전체적으로 약간 짠 게 약간 아쉽긴 하지만.
(다른 음식들은 슴슴한데 왜 찌개만 짜지?)




이것이 채묵.
시원한 국물에 석둑석둑 채 썰어놓은 묵들.




쫄깃하고 탱탱한 묵의 질감을 기대했다면
이 툭툭 끊기는 거친 질감에 실망할지도.
그런데 난 이게 그렇게 입맛에 잘 맞더라.
개운하고 담백한 게 아주 기분 좋아.

하지만 더 강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이게 뭐야-" 싶을 수도 있는, 취향 타는 맛.
사실 "기대보다는 별로" 라는 평들이 보인다.




... 난 좋기만 하던데.
더운 여름에 이거 한 그릇 먹으면
없던 힘도 팍팍 솟아날 것 같다고.

꼭 삼계탕 먹고 장어 먹는 게 보양식인가.
자기 몸에 맞고, 입맛에 맞는 거 먹으면 되지.




그리고 - 산나물비빔밥.
바로 요 산나물을 못 잊어서 일부러 발걸음하게 된다.




양념장은 적당히.
나물의 향이 좋아서 양념이 과하면 되려 별로더라.




이렇게 비벼놓으면 나물 향이 솔솔 올라온다.
양념장이나 참기름 등을 많이 쓰지도 않는데
나물의 향,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
이따금씩 이유 없이도 생각나는 맛과 향이고,
특히 햇나물 나는 봄철에는 꼭 찾아가서 먹는다.
나물을 대체 어디서 해오는 건지, 하여간 최고야.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먹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지만 이 역시 채묵과 마찬가지로 -
개인의 입맛을 좀 타는 맛일지도 모르겠다.

난 워낙에 이런 시골스러운 나물류를 좋아해서
되려 시내에서 파는 참기름 고추장 듬뿍 넣은
나물 비빔밥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편이고
요런 산냄새 들냄새 나는 게 훨씬 좋더라고.

... 결국 어르신 입맛을 가진 이들에게 추천...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우.
내가 다 먹을 거여.




올킬-
대개 밥을 처음에 좀 덜어주고 먹는 편인데
이 산나물 비빔밥만은 절대 양보 없다.

더 먹고 싶으면 니가 추가해서 먹어 -_-




나에게는 최고의 식사.
위치가 좀 더 가까웠더라면 자주 갈텐데.


자연 냄새 그대로 나는 산나물과 채묵 요리,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있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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