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이 8월 폭염에,
지나간 폭우의 날이 그리워질 지경.
그런 의미에서
실로 폭우의 주말 아침에 들러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기억으로
롤링핀 (rolling pin : 반죽 미는 밀방망이)
방배점의 사진들을 꺼내서 끄작끄작 해본다.
후두두둑-
내가 제법 좋아하는, 여름비 가득 내리는 날.
주말 아침에 부지런히 밖에 나서지 않는 편인데
이 날은 마침 오전부터 방배동에 갈 일이 생겨서
이 참에 비 오는 주말 아침의 정취를 즐겨보자,
라는 마음으로 방배동 브런치 카페를 찾아갔다.
롤링핀 본점은 압구정에 있(다고 하)고,
여기는 방배 카페골목에 있는 방배서래점.
빵 맛집 내지는 인기 브런치 카페라고 해서
사람이 와글거리고 시끄럽지 않을까 했는데
(음식이 세상 맛나도 시끄러운 데면 딱 질색...)
다행히 비 내리는 토요일 아침에 방문하니까
적당히 빈 테이블도 있는 것이 평온한 편이었다.
생각해보니 - 교통편이 불편해서 그런 걸지도...?
테이블은 이렇게 길쭉한 책상형, 소파형 등
형태와 수용 인원이 다양해서 마음에 든다.
전반적으로 가구 색감 및 조명도 아늑하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들 그룹 스터디랑
동네 여사님들 브런치 모임 막 몰리면 곤란해...
오전 9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브런치 메뉴.
대다수 메뉴 가격이 단품 기준으로 1만원 초반대.
여기에 커피를 더하면 인당 15,000원 남짓 나온다.
'그 돈이면 집에서 해먹겠다'고 하면 할 말 없고,
그러나 어차피 어딜 가도 이 정도 가격은 나오고.
(개인적으로는 맛에 매우 만족한지라 불만 없음...)
커피랑 브런치 식사류만 파는 게 아니라
직접 빵을 구워내는 베이커리이기도 해서
식빵과 크로아상, 페스츄리, 케이크까지 -
다양한 빵들을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저 초크만 식빵 한 덩이에 거의 5천원 격이니
음, 가격은 비싸구랴. 프리미엄 컨셉 잘 알겠어.
(근데 사실 나도 집에서 베이킹 좀 해보고 나니,
대량 생산이 아닌 이상, 빵 비싼 거 좀 이해되더라;)
원산지, 일리커피 이런 건 습관적으로 찍어옴 ㅋ
그러는 새에 우리 브런치 메뉴가 나왔지.
아보카도 닭가슴살 for me
스파이시 슈림프 for him
내가 구매하고 싶지는 않지만
식당에서 서빙 받으면 기분 좋은,
르크루제의 (묵직하고) 컬러풀한 디쉬들 :)
아하하, 층층이 버거 비주얼은 참 이쁜데
내외하는 사이 간에는 주문하면 안 되겠다.
당최 품격을 지키면서 먹을 수 없는 형태 ㅋ
뭐, 우리는 제법 친하니까(!) 사양 않고 먹겠음.
때로는, 나보다 더 열심히 촬영하시는 듯한 이 분...
그나저나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사진 없수다.
형태의 특성상 내용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ㅋ
사실 -
이런 재료로 샌드위치나 버거를 만들면,
맛이 없기가 더 힘들기 마련 아니겠는가.
맛있지.
그래, 맛있는 게 (거의) 당연해.
그런데,
단순히 '식재료들을 조합하고 쌓아올리는'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가... 이게 관건이겠지.
나는 이 집 식사 메뉴에 후한 점수를 주련다.
토마토, 상추, 양파, 아보카도, 새우, 소스 등
각 재료의 맛이 독립적으로 느껴지는 데다가
전체적으로 '짜지 않되 맛깔스러운' 데에 만족.
염도는 낮고,
다른 미각으로 허함을 채우는,
식재료 하나하나가 아삭아삭 살아있는,
그런 음식에 내가 평이 후하더라고 언제나 ㅋ
여튼, 특별히 뭔가를 기대하고 온 건 아닌데
생각 이상으로 브런치 샌드위치들이 맛있어서
싱그러운 주말 아침이 더 풍성해졌던 기억이다.
샐러드나 파니니 류도 괜찮을 것 같은 예감인데
내가 이거 먹으러 방배까지 과연 발걸음 하려나...
그보다, 의외로 기대 이하였던 건 바로 -
식빵 크로아상 등의 식사빵들이었다네.
엄마가 오는 길에 식빵이나 좀 사다달래서
기왕 들른 거 롤링핀에서 이것저것 샀는데
꽤 인기 있다는 기본 식빵은 다소 평이했고
(평이한 게 뭐 어때서 싶을 수도 있겠지만
쬐끄만 한 덩이에 5천원임을 강조하는 바...)
크로아상은 겉면이 달달하게 코팅된 타입이라
내 입맛에는 영 니맛도 내맛도 아니었다는 거.
(사실 내가 원래 크로아상 애호가도 아니지만,
먹을 거라면 안 달고 바삭하고 버터리한 걸 원해.
그런 의미에서 곤트란쉐리에 크로아상은 인정 ㅋ)
다른 식사빵과 디저트들은 안 먹어봐서 모르지만
가장 기본적인 식빵과 크로아상에서 심드렁해져서
난 이 카페가 '빵집'으로서는 그리 땡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브런치 메뉴들이 확실히 변별력이 있었고
여름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토요일 아침에,
여유롭고 포근한 시간을 보내서 좋게 기억되는 것.
아, 커피는 뭐 그냥 그렇습디다 ㅋㅋㅋ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아이스 다 마셔봤는데 ㅋ
이쯤 되면 난 이 카페를
칭찬하는 건지, 까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뭐 사실 삶의 많은 것들이 그렇지 않소.
일도양단으로 강추! 비추! 이럴 수야 있겠는가.
이러이러해서 아쉬웠지만
저러저러해서 좋기도 했다-
라는 거지.
...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