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7. 10. 1. 16:40

 

 

 

 

 

 

 

책 소개 :

 

미국 현대사를 다시 쓴 백발의 노인, 버니 샌더스의 정치적 도전!

작은 시골 주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 낮은 인지도에 돈도 정치 조직도 전무해 기성 정치권과 미디어는 ‘비주류’ 후보로 취급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16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미국 현대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특별한 선거운동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저소득층과 청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한평생 일관된 소신과 철학으로 걸어온 백발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

경선을 끝내고 집필에 착수한 『버니 샌더스, 우리의 혁명』에서 그는 미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킨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어떻게 치러졌으며 그 성과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검토하고 회고하고, 우리 자녀와 손주 세대를 위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도출한다.

2013년 10월부터 샌더스는 선거운동에 뛰어들지 판단하기 위한 전국 투어에 나섰다. 그의 전국 투어는 대선 출마를 위한 가능성 점검 작업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일깨우고 조직화하는 과정이었다. 1년 6개월 이상 전국 투어를 마친 뒤 마침내 버니 샌더스는 그의 정치적 고향인 벌링턴 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비록 힐러리 클린턴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지만 경선 과정에서 그는 진보적 의제들을 미국 정치 한복판으로 옮겨놨고, 민주당은 그의 공약을 최대한 받아들여야 했다.

책에서 샌더스는 버니크래츠와 샌더스 키즈들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풀뿌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모두 10개의 장을 통해 샌더스는 타운 미팅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말하듯이 침착하고 알기 쉬우면서도 열정을 가득 담아 정치 혁명 과제를 설명한다. 정치와 사회 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일독하고 참조할 만한 사회적 어젠다의 총집합이자, 진보의 지향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구할 때 표본으로 삼을 만한 꼼꼼한 분석과 설득력 높은 화법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나의 휘갈김 :

 

요즘에 대학원을 병행하느라 (그리 방대하지 않은) 독서 생활의 대부분을 수업 교재나 예습용 기사 읽기에 할애하고 있다. 학기 시작 전에 읽었던 일련의 책들은 일일히 독서일기를 남기지 못해서 잔뜩 밀렸지만, 이제 와서 다 기록하려니 너무 번거로워서 일단 좀 건너뛰고;;; 근래에 읽은 '수업 관련 서적이 아니며, 간단히나마 읽은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책을 언급해본다.

 

작년 나의 외서/논픽션 분야 1위였던 Outsider in the White House. 그 책은 버니 샌더스가 지자체와 미 의회에서 겪은 정치 신념의 변화를 백악관, 즉 그가 대선 예비후보로 나온 이후의 버전으로 제목을 각색한 것이었다. 반면 '우리의 혁명'은 어릴 때부터 2016 대선 경선까지 이르는 그의 여정, 그리고 진보 정치인으로서 그가 가진 문제의식을 집대성한 책 되겠다.

 

사실 작품성으로 보자면 난 Outsider 가 여전히 더 명작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우리의 혁명은 '대선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끝나지 않은 길을 계속 걸어가는' 그의 현재 모습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었네.)

 

다만, 1부에 등장하는 그의 어린/젊은 시절 이야기와 민주당 경선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은 이미 작년의 기사와 서적들로 익히 접한 바 있으므로 내용을 아는 이라면 스킵해도 괜찮을 것. 그보다는 2부에 등장하는 그의 정치 미션이 훨씬 더 흥미롭다.

 

정치에서, 미국 정치에서, 게다가 보수주의자(라고 보기에도 너무 독자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의 미국 정치에서, 진보 진영의 오피니언 리더는 어떤 어젠다를 내세우는가? 그가 보는 미국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소위 '클린턴 머신'이 간과한 진보의 문제의식이란 무엇인가? 정치에서 진영 논리의 재정립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면에서 다소 원론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들도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015-2016 미국을, 그리고 전 세계를 휩쓸었던 샌더스 열풍의 의미가 덜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비록 그는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그가 일궈놓은 정치 공론화는 분명히 어딘가에 뿌리를 내렸고, 이를 일궈나가는 것은 독자 또는 미래 세대의 몫이다.

 

참고로 올려보는 2부의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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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과두정치 타파하기

미국 중산층 되살리기

부정한 경제에 마침표 찍기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제도

누구에게나 고등교육의 기회를

기후 변화에 맞서자

형사사법제도 개혁하기

이민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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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유독 흥미로웠던 것은 '중산층 되살리기' 그리고 '이민제도' 파트였다. 왜냐하면, 이것은 바로 파격적이고도 논란투성이의 대안, 즉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에 단단히 한 몫 했던 공약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붕괴한 국가 경제, 공감대가 부족한 이민제도로 인해서 미국은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메인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사회적 진보주의자인 샌더스도, 가장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라고 해도 될지 좀 저어되긴 하지만...) 트럼프도, 이 문제들에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유권자 대다수는 연민이나 정의감보다는 분노와 쾌감에 더 치중되었고, 이것이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에 유의미하게 일조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튼, 버니 샌더스라는, 미국 민주주의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의 정치적 레거시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유용했던 책.

 

마무리는 발췌 한 구절로 대신하겠다.

Outsider 를 영문판으로 읽었을 때 역시 이 문구에 크게 감명받았던 기억이 나기에. 역시나 다소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있지만 샌더스의 명문 덕분에 비판을 할 생각조차 수그러들었던, 멋진 기억. (명문가의 저서는 역시 원문으로 읽어야...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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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국가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얼마나 많은가, 혹은 국방 예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가로 평가되지 않는다. 또 대기업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로 평가되지도 않는다. 위대한 국가는 가장 어렵고 가장 취약한 시민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로 평가된다. 진정으로 위대한 국가는 연민과 결속으로 채워져 있다.

 

 

 

 

 

 

 

  

 

 

 

기록의 형식을 어찌 할까,

소소하게 고민을 한 끝에 결국

블로그에 '독서의 기록'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책에 대한 소장욕이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주변에서 빌려 읽거나, 읽은 후 판매하거나,

혹은 요즘에는 e북으로 많이 보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까 때로는

'책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래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졌는데,

대외적으로 보일만한 '정식 리뷰'라기보다는

'대충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메모'가 될 것 같다.

 

본격적으로 쓰겠다고 덤비면

시간도 글품도 많이 들게 되고,

결국 나도 부담스러워서 미루게 될 거니까.

 

(그렇다고 약식으로 SNS에 기록을 남기면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번거로워서;)

 

그저 -

'이런 책을 봤다'

혹은 '이런 느낌을 받았다' 에 대한 휘갈김.

 

 

 

 

여튼,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시하는 포스팅이니만큼,

시간 순서보다는 애착도에 따라서 작품을 골랐다.

 

 

 

 

 

 

 

 

OUTSIDER IN THE WHITE HOUSE

 

형태 : 영문 페이퍼백

저자 : Bernie Sanders & Huck Gutman

 

책 설명 :

 

The political autobiography of the insurgent presidential candidate

Bernie Sanders’s campaign for the presidency of the United States has galvanized people all over the country, putting economic, racial, and social justice into the spotlight, and raising hopes that Americans can take their country back from the billionaires and change the course of history.

In this book, Sanders tells the story of a passionate and principled political life. He describes how, after cutting his teeth in the Civil Rights movement, he helped build a grassroots political movement in Vermont, making it possible for him to become the first independent elected to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in forty years. The story continues into the US Senate and through the dramatic launch of his presidential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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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아마도 한글 번역판은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으로 출판되었을 거다. 굳이 영어 원문을 선택한 이유는, 소박하지만 강렬한 연사인 그가 문장 또한 잘 구사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굳이 번역의 어색함으로 그 매력을 희석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책을 구매한 건 2016년 상반기, 샌더스 열풍이 휘몰아치던 중이었기 때문에 주요 대형 서점들에서 그와 관련된 책들이 품절되기 일쑤이던 바로 그 시기였다. 그래놓고서 제대로 읽은 건 그가 경선에서 떨어지고 열풍이 어느 정도 사그러든 시점이었다. 그래서인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읽어갈 수 있었던 듯.

 

재미있는 건 이 책은 개정판인데, 원래는 제목이 Outsider in the House, 그러니까 지방정부와 의회에서 사회주의자 무소속 정치인으로서 그가 겪은 삶에 대한 정치적 자서전이었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이후에 제목에 White를 덧붙인 거다. 하지만, 내용은 지방자치든 의회정치든, 혹은 대선후보로서의 행보든,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큰 줄기를 지닌다.

 

이 책은 소수파이고, 무당파였으며, 개혁분자였던 그가 확고한 양당 체제의 미국 정치 대중에게 '어떻게 먹힐 수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는 보여준다. 그가 들고 나온 대안들이 무엇이었으며, 왜 말이 되는지를, 조곤조곤 하지만 힘있게 풀어준다. (물론 경선 패배 이후에 그 바람이 너무 급속도로 식어버렸음 또한 실감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문장들이 명문이야. 단단하고 흐트러짐 없는 그 문장들 덕분에, 이 책은 올해의 몇 안 되는 '다시 읽을 책'에 이름을 올렸다. 내가 처음 읽으면서 표시해놨던 감명 깊은 문장들을, 더 깊은 울림으로 다시 만나는 기쁨이란.

 

샌더스의 대선 열풍은, 지나간 바람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정치 혁명은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허무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이유는, 그의 말과 행적에서 '힘'을 보았기 때문일 거다.

 

그리하여, 이 책은 올해도 어느덧 10월인데 아직까지 나의 '올해의 책' 1위를 고수하는 중이다. 남은 1-2개월 동안 이를 추월할 명작이 또 등장해줄 것인가. (만약 등장해준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두근거리는 일이고, 그런 일이 없다고 해도 난 계속해서 이 책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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