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전라도 여행만큼은 아닐지언정
올해도 가족 여행은 식도락 여행으로 귀결됐다.
재정권을 가진 분들이 워낙에 식생활을 중히 여기셔서;
속초 어드메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면서
중식을 어디에서 섭취할지 심히 고민하던 와중에
아부지께서 지나가면서 보고 꽂히셨다면서.
사실 해수욕장에서 차를 몰고 5분 여를 가야 하는 위치여서
평소 같으면 "뭐할라고 그라노- 그냥 근처서 묵자-" 이러실텐데
유래없는 바지런한 면모를 보여줄 정도로 꽂히셨던 듯.
그래서 그의 촉을 믿고 다들 따라갔다.
속초별미 토속음식점.
섭죽마을.
섭... 이 무엇이고
째복... 은 무엇인가
이름이 좀 낯설긴 한데
섭은 그 동네 사투리로 홍합이고
째복은 민들조개라고 한다.
(사실 이렇게 설명해도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
평소에 수산물적 지식이 얕고도 얕아서.
민들조개가 당최 뭐임? 어쨌든 조개는 조개겠지.)
KBS 세상의 아침에 방영됐다요.
메뉴는 이 정도.
거의 해장국 아니면 죽이다.
반찬은 그냥 그렇고
오이 소박이만 맛났는데
리필하려고 가니까 오이만 떨어졌더라.
이런 게 인생인가.
속초 조양동 1287-1번지
성호아파트 대포방향 100M
tel. : (033) 635-4279
앞으로 부디 맛집이다 싶으면 명함샷,
잊지 말고 꼭꼭 찍어와야지.
음식 사진에만 열광하지 말고.
이게 아마도 섭해장국.
딱 술 먹은 다음 날에 생각날 법한 매콤 개운한 국물에
홍합을 비롯한 각종 해물, 그리고 채소들이 담뿍.
이건 곰치탕.
아마도.
요러쿠롬 특이하게 물커덩거리는 곰치가 들어있다요.
국물은 섭해장국보다는 덜 맵고 더 맑은 편이고
너무 짜지 않으면서도 오묘하게 맛깔스럽다.
섭죽.
역시 아마도.
역시 아마도.
죽 특성상 내용물이 잘 안 보여서 구분이 어렵...
저게 홍합이 맞다면 이게 섭죽이 맞다.
홍합이 아니고 조개라면 째복죽이고.
이건 째복죽, 매운 버전.
호기심에 시켜봤는데 죄다 양념맛 ㅠ
이 집에 가거들랑 부디 기본맛으로 드십쇼.
얼큰한 맛은 섭해장국에서 찾는 게 나을 듯.
그래도 예의상 숟가락샷.
조개가 들어있는 째복죽.
맵지 않은 죽류는 다 맛난 편이었지만
굳이 꼽으라면 난 이 째복죽이 젤 입맛에 맞더라.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양념맛 과하지 않은 것이.
그렇게
4명이서
5그릇 시켜서
바닥까지 다 긁어먹은 이야기.
해수욕 도중인지라 느끼하거나 과한 음식은 싫고
이렇게 속 편하고 담백한 음식이 땡기던 차였는데
너무나도 시기적절한 메뉴여서 참말로 반가웠지.
(물론 그 분량은 절대 가볍지 않았지만서도...)
게다가 홍합과 조개 등의 상태도 좋고
매운맛죽 등만 빼면 인공적인 양념도
과하게 쓰지 않아서 뒷맛이 찝찝하지 않더라.
물론 작년 여름 부안에서 맛본 백합죽보다는
그럼에도 충분히 실속 있고 맛깔스럽고 유쾌했던
한 끼 식사로 기억되는 기분 좋은 식당 -
속초 섭죽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