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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23 [독서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by 테드 창

 

 

 

 

 

 

 

 

저자 : 테드 창

역자 : 김상훈

출판사 : 엘리

 

책 소개 :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소설집이다.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철학적 사유를 선사하는 이 책은 기막힌 상상력을 품고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는 여덟 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천상의 시작점으로 이어지는 탑을 건설하는 고대 바빌로니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바빌론의 탑’, 언어학자인 한 여성에게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외계인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대량 생산된 골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흔두 글자’, 수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된 수학자 이야기 ‘영으로 나누면’ 등 테드 창의 이야기들은 지적으로 도전적이고 대담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저자 소개 :

테드 창은 1967년 뉴욕 주 포트 제퍼슨에서 중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났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아이비리그의 명문 브라운 대학에 입학, 물리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지만 학자의 세계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작가가 되려는 꿈을 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워싱턴 주 시애틀의 컴퓨터 관련기업에서 기술관계의 매뉴얼을 쓰는 직장을 얻었고, 저명한 창작 강좌인 클라리언 워크숍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중단편들을 한 편씩 발표, '21세기 최고의 현역 단편작가'라는 명성을 얻었다.1990년에 발표한 데뷔 단편 「바빌론의 탑」은 '역대 최연소 수상인 동시에 데뷔작에 의한 최초의 수상'이라는 인상적인 기록을 세우며 프로들이 선정하는 네뷸러 상을 받았다. 1991년에 발표한 중편 「이해」는 『아시모프』지의 독자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1992년에는 가장 유망한 신인 작가에게 주어지는 존 캠벨 Jr. 기념상을 수상했다. 이후 무려 6년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발표한 「네 인생의 이야기」는 네뷸러상과 스터전상을 수상했다. 2년 후인 2000년에 발표한 중편 「일흔두 글자」는 휴고, 스터전, 로커스, 세계 환상문학상 등 무려 다섯 개 상의 후보에 오른 후, 대체역사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드와이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1년에 발표한 중편 「지옥은 신의 부재」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모두 휩쓸었다.문학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로는 SF작가인 존 크롤리와 진 울프가 있으며, 가장 마음에 드는 작가로는 카렌 조이 파울러와 그렉 이건을 꼽는다. 현재 테드 창은 워싱턴 주 벨뷰에서 작가 생활과 프리랜서 일을 병행하고 있다.

 

역자 소개 :

SF 및 환상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이며, 강수백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와 열린책들의 경계소설 시리즈를 기획했고, 행복한책읽기에서 SF총서를 기획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로버트 홀드스톡의 『미사고의 숲』,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별을 쫓는 자』, 『드림 마스터』, 밴 다인의 『파일로 밴스의 정의』, 그렉 이건의 『쿼런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의 전쟁』, 『보르 게임』,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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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쓸 말이 많아서 독서일기 남기기를 여태 미뤄온 책. 아, 자꾸 이러면 '간단하게 휘갈겨서 읽은 기록을 남기자' 라는 나의 블로그 독서일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데... 우선, 내가 일전에 페북에 먼저 올렸던 독후감 중 일부를 발췌해본다. 역시 기록은 블로그에 남겨둬야 훗날에 다시 돌아보기 좋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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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또는 신, 또는 인간

 

영화를 워낙 잘 안 챙겨봐서 '컨택트'라는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어느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 달 도서 선정 투표에서 우연히 이 책에 끌려서 투표를 했고, 또 나의 한 표가 캐스팅 보트가 되어 (ㅋㅋㅋ) 이 책이 선정되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초반에는 이 책이 영화 '컨택트' 원작인 줄은 몰랐다. 잘은 몰라도, 컨택트라면 외계인 등장하는 SF 영화일텐데,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과연 SF일까? 영화 각색 과정에서 뭔가 많이 달라진 걸까? 둘 다 SF가 맞기는 한 걸까?

 

SF, 그러니까 Science Fiction 이라는 개념 그대로 보면, 이 책은 (그리고 아직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영화 또한) 과학에 근거한 허구의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들이 등장하고 기계 문명의 부상과 인류의 미래... 이런 그림에서의 SF는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런 '전통적인' 의미의 SF로는 역시나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 소설의 대가인 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SF라는 장르 자체가 늘 '세상에 없던 내용으로 새로이 상상하여' 쓰는 소설일진대,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고 한들 아시모프의 틀을 언제까지 따라가기만 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상상 창조'라고 할 수 없겠지.

 

그런 의미에서 테드 창이 제시하는 '새로운 SF의 지평'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로봇을 소재로 하고, 미래가 등장해야만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야! 수천 수만 년 전을 배경으로 할지라도, 혹은 과학적 원리보다도 신화적 요소의 비중이 더 높을지라도 (예 : 바빌론의 탑) 이야기의 구성과 발상 자체에 과학적 상상이 녹아있는 거라면, 그 자체로 SF 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발상의 차이가 '신화' 혹은 '구전동화'와 '공상과학소설'의 구분을 지어주는 게 아닐까.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나도 10대 때 아시모프 소설을 꽤나 들이팠는데(!) 그런 나는 그의 요소 중에서 '과학'을 버리고 '글'을 취하여, 결국 기자가 되었다는 점. 테드 창은 '과학'과 '글' 두 가지를 다 잡아서 이렇게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가 되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번 책은 소설이어서, 그리고 단편집이어서 매우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지난 2번의 기술 혁신 논픽션 도서들이 새롭기는 했지만, 확 와닿을 정도는 아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이렇게 도서의 형식이 다변화된 점이 내심 좋았던 모양.

 

단편집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다른 인상을 남기지만, 그 중에서도 책의 제목이자 가장 화제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네 삶의 이야기' 정도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결국 화자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것을, '당신'이라고 하니까 거리감이 느껴지네. 하지만,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니까 넘어가는 걸로...

인간의 인식은 선형적이다. 시간에 얽매이며, 원인과 결과를 순차적으로 인지한다. 과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과거로, 또는 미래로 시간 이동을 하는 줄거리에서조차 그 시간의 선형적 인과관계는 늘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과연 당연한 걸까?

 

이 생각에서, 이 놀라운 줄거리는 시작한다.

 

無에서 有로, 有에서 無로.
0에서 1로, 1에서 0으로.
시작에서 끝으로, 끝에서 시작으로.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원을 그리며 하나의 패턴으로 수렴한다.

 

어찌 보면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말이지만, 이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그야말로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놀라울 정도의 정교함으로 풀어내는 게, 그게 바로 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힘이려나.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과학적 상상'이 개입한다. 그냥 '이럴 수도 있지'라는 상상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거를 소설의 플롯을 통해서 풀어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가 SF소설계에서 인정받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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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덧붙임.

 

#1. 책 정보에서 역자 소개까지 첨부한 이유는, 저 김상훈씨가 SF 저서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분이라서 SF 마니아들 중에서는 나름 명성이 있는, 특화된 역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번역의 호불호는 갈린다고 함.) 무조건 베스트셀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대중적으로는 덜 알려져 있지만, 작품성은 검증된' SF 작품을 읽고 싶다면 이 분이 번역한 작품들로 리스트업을 해보는 것도 아이디어.

 

#2. 북클럽 모임에서 의외였던 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책의 첫 작품인 '바빌론의 탑'을 힘겨워하고 지루해했다는 점이다. 들어보니까 이유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세계관과 법칙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였던 듯. 그리고 이렇게 느낀 사람일수록 이공계적 지식을 갖춘 경향이 있었다. 즉, 이공계 배경이 있는 사람은 이 '바빌론의 탑'을 비롯한 테드 창의 이야기들을 물리학적으로 수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고, 나처럼 인문학적으로 언어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되려 그 세계의 법칙들을 일일히 이해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였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3. 유사한 맥락에서 남편은 내가 이 책을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나가자 아마도 '책의 과학적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그 표면인 스토리 위주로 보는 것 같다'는 취지의 평을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다고 나도 생각하는 바. 수학과 물리의 분야는... 나의 것이 아니야 ㅋㅋㅋ 물론, 단순한 스토리와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서, 테드 창이 꼭꼭 심어둔 '가상의 세계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면서 읽었더라면 깊이는 더 생겼겠지만, 내 눈높이에서 흐르듯이 읽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듯. 어차피 독서는, 기억은, 각자의 것이거늘.

 

#4. 해당 중편의 제목은 '네 인생의 이야기'인데, 책의 제목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점. 우연도, 실수도 아니라 아마도 역자가 의도한 바가 있는 걸로 보인다. 미래의 딸에게 보내는 '네 인생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이 모든 가상 세계의 이야기들이 곧 당신, 독자, 우리의 실제 세상의 이야기... 라는 행간의 은유가 아닐까.

 

#5. 드물게도 책과 영화와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작품이었다. 이 책이 지난 달의 도서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어떤 작품인지 모르고 있다가, 곧이어 요즘 개봉한 화제작이라는 '컨택트'의 원작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영화를 볼 생각이 없다가 책을 읽은 후에 '이 줄거리를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호기심에 영화까지 보고 싶어졌으며, 결론적으로 책과 영화 둘 다 각각의 의미에서 만족스러웠다. 글과 영상이 서로 상충하지 않으면서 멋지게 보완해주는, 그러면서도 각각 독립적으로 작품성도 갖춘 케이스. 無에서 有로, 有에서 無로. 0에서 1로, 1에서 0으로. 시작에서 끝으로, 끝에서 시작으로. 이런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원작에서 과감하게 첨삭한 점 또한 현명한 선택이었어.

 

#6. 원작 소설은 '네 인생의 이야기' 영화의 영문 제목은 'Arrival' 한국어 제목은 '컨택트' 일본에서의 개봉 제목은 '메시지' (라고 했던 듯) 여튼 제목이 참 다양하고 제각각인 작품이다. 컨택트라는 제목은 이미 논란이 많았으니 이에 대한 내 개인평은 생략하고...

 

#7. 이번 독서토론 모임 때 SF 소설 마니아? 전문가? 한 분이 오셨는데, 그가 한 이야기가 유독 잊혀지지 않는다. SF 소설이란 무엇인가? 그의 말인즉슨, 로봇이나 과학기술 등 특정 소재 혹은 미래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작가가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여 그 세계만의 새로운 과학적 법칙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SF 즉 Science Fiction 이라는 것. 그리고 바로 이러한 '창조'가 SF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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