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별 계획 없이 움직인 도쿄 여행이지만

'그래도 여기는 가보고 싶다' 했던 곳이

일본 최대 규모의 수산 시장인 츠키지!


어딜 가도 시장 구경이 최고일진대

그 중에서도 전통형 시장에 수산 시장.


게다가 산업 현장과 관광 컨텐츠들이

다 집약되어 있으니 흥미진진할지어다.


사전 신청하고 신새벽부터 방문하면

새벽 참치 경매 참관도 가능하다는데

우린 뭐 그 정도 열정은 아닌 것 같고;

(아, 그냥 내가 잠이 많아서 그런가 ㅋ)

그냥 오전 중에 어슬렁거리고 들러봤다.


오전부터 구경꾼들이 가득가득했지만

그나마 점심 인파는 피할 수 있었네.





츠키지 시장은 크게 2구역으로 나뉜다.

초입의 식당/상가 구역과 안쪽의 시장.

시장은 일반 농산물 등 판매하는 외곽과

수산물 경매가 진행되는 내부 구역인데

후자의 경우 일반인 입장이 제한되니 주의.







아침 10시도 안 됐는데 대기줄 뭡니까...


신선한 수산물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보니

새벽부터 문전성시인 식당들도 여럿이다.


영업 준비 후에 조금 늦게 여는 곳들도

대개는 10시 부근에 땡하고 영업 개시!


수산시장 제대로 구경할 욕심이 있다면

새벽에 경매 참관하고 아침 식사까지 하면

하루를 알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여행 가서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늠 피곤...







수산물 코너는 경매 시간에는 입장 불가에

10시 이후에도 번잡스러워서 사진이 적고

이건 외곽의 농산물 및 기타 판매 구역이다.







10시 전에는 발 들여놓지뫄...


그런데 10시를 넘겨서 들어가봤는데도

수산물 구역은 운송 차량들 바삐 오가고

경매 끝난 후의 정리 현장이 한창이어서

관광객들 들락거리면 방해되겠다 싶었음.

그런 의미에서 사진도 거의 안 찍고 후퇴.

여행 온 입장에서 구경도 기록도 좋지만

남의 생업 방해하는 건 자제해야잖소...







크어, 디스 이즈 트루 와사비...







송이버섯 향이 진하게 피어오르는구나.







명인은 도구 탓 하는 거 아니랬는데...

일본 최대 규모 수산시장에서 조우하는

사시미칼들의 위엄은 어쩐지 더 대단허다.









그리고 인기 많은 스시/덮밥집들 앞에는

이미 이렇게 30분은 훌쩍 넘길 대기줄들이...


11월 아침 날씨가 제법 서늘하기도 하고

빗방울도 오락가락 내리는 날이었는데도

사람들의 맛집 탐방 욕망은 막을 수 없네.


하긴 뭐,

대기해가면서 먹는 거 세상 귀찮은 나도

이 날 결국 40분인가 기다렸으니까 ㅋㅋㅋ


일단, 여기 초밥집들은 패스해봅시다 그려.







여기 그냥 먹자 골목 아니라 수산시장이야,

를 주장하시는... 존재감 있는 다랑어 대가리.







밥집 외에도 이렇게 길거리 간식들도 가득가득.

대기하기 싫다거나, 본격 식사는 번거로우면,

이렇게 길거리에서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겠어.


말로는 '스트리트 푸드'라고는 하지만

이미 완성형 음식인 참치뱃살 있고 막막...







언제나 인기 많은 달걀말이 꼬치도 물론 :)







회전초밥집에 가도 달걀초밥을 꼭 집는지라

이게 역시나 땡겼으나... 일단은 참아봤다.


남편의 신조에 의하면 :

우니덮밥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먹으려면

그 전에 다른 간식류를 안 먹는 게 좋겠다.


... 뭐지, 너무 맞는 말이어서 반박을 못함...







어쩌다 보니, 스시쿠니 대기줄에 안착.


츠키지 시장에 우니동 파는 집이 많을진대

그 중에서 왠지, 그냥, 강렬하게 여기가 땡겼다.


여기 10시 영업 시작이래.

아직은 대기 없는 것 같은데 어쩌지.

기다리면서까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일단 주변 다른 데를 둘러보고 올까.


그런데 우리가 종알거리는 사이에 -

대기줄이 스르륵 생성되기 시작했다;


9시 15-20분 정도였던가 ㅋㅋㅋ

왠지 이에 자극받아서 급 대기 결정 ㅋ


사실 남편군은 가기로 결정하고 나면

기다리는 것 쯤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그걸 번거로워 하고 시간 아까워하는 건

사실 언제나 내 쪽... 그래요, 내 탓입니다.

다행히 기다림의 보람이 차고도 넘쳤네.

아름답고 훌륭한 스시쿠니 우니동이시여!


여담이지만 -

기다림이란 '보람'의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나는 (자꾸 안 그러려고는 해도) 성과 위주여서

'내가 이만큼 기다렸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는가'

라는 식인데 남편은 그냥 체험 자체를 중시하는?

단지 식당 대기에서 뿐만 아니라 여행 전체에서,

그리고 일상에서도 드러나는 우리의 소소한 차이.







아직 굳건하게 닫혀 있는 스시쿠니의 입구.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메뉴나 골라봅시다.


우니를 먹으러 왔으니 당연히 우니동이지!

다만, 시그니처 100% 우니동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참치 등등을 고루 얹은 버전으로 할지.


가격도 가격이지만 (3,800엔... 지쟈쓰...)

다양한 경험 차원에서도 심히 고민되드롸.







개점 시간이 다가오니 메뉴판으로도 주신다.

고뇌 끝에 결국 3,400엔짜리 모듬 버전으로.


3,800엔짜리 퓨어 우니동 먹어보기 위해서라도

도쿄 여행 & 츠키지 시장 재방문 해줘야겠네.







신용카드 안 받는다.

현금 준비해서 들어와라.


녜녜.


영업 시간은

10:00 ~ 15:00

17:00 ~ 21:00


개점 전에 가면 그나마 대기가 짧은 편인데

식사 피크 시간에 가면 1시간은 기본일 듯...?







대강 한 10시쯤, 우리는 이딴 거 없다.

1분의 오차도 없이 10시 정각에 개점 선언.


정말 이 사진 딱 찍고 바로 가게 안으로 무빗.







들어가는 순서대로 좌석 배치를 받는데

우리 앞에 2인조 1팀이 있었고 바로 그 다음.


첫 무리들은 이렇게 다이로 안내 받았는데

늘 다이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완전 땡큐!!!


개점 전에 줄 서서 첫 배치로 입장하는 게

좌석도 그렇고, 해산물 신선도 면에서도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라고 추측해봄.







왔도다

골랐도다

앉았도다


성취감과 기대감 사이에서 두근두근 :)







안쪽 주방에서도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지만

대부분의 주요 작업들은 다이에서 이루어진다.


소분 냉장되어 있는 각종 생선 및 재료들...







슈슈슉-

영상으로도 찍었지만 정갈하게 재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주방장의 숙련된 손길은 그야말로 경외로워!







주인공 등장.

감상하십시다.


(경건)







잘 지은 한 그릇 흰쌀밥 위에

신선하고 시원한 성게알이 듬뿍.

여기에 참치와 연어알, 그리고 와사비.


성게알의 주황색

참치살의 선홍색

연어알의 주황색

와사비의 푸른색

모두 어우러져서 색감조차 아름다워.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색감이 아니지.

맛! 맛이다! 진짜 생애 최고의 맛이라고!!!







얼핏 첫인상은 - 그릇이 작아보인다...

3만원 넘게 낸 본전 생각이 날 수도?


다행히도, 보기보다는 양이 많습디다 ㅋㅋㅋ

해산물이 듬뿍 든 탓인지 먹으면 적잖이 배부름!







달걀말이, 참치, 연어, 새우, 등푸른생선 등등

보다 토핑이 다양한 남편의 우니동 비주얼.


나는 우니 못지 않게 참치도 맛있었던지라

2가지 재료에만 집중한 내 메뉴가 좋았는데

그는 기왕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도 좋았다고.


하긴, 우니에 올인하려거든 애당초

100% 우니 온리 버전으로 시켰어야지.

기왕 믹스라면 다양한 것도 괜찮을 듯?


뭐, 이건 취향 따라서 고를 일이다 ㅋㅋㅋ







메뉴 나오고 나서 남들은 먹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정성 들여서 사진 찍는 중...


물론 주객전도가 되는 건 우스꽝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우니동은 흔히 만날 수 없어서

둘 다 젓가락보다 카메라에 먼저 손이 갔음;







그 와중에 슬쩍 도촬해본(...) 옆 자리의 우니동.

우니 온리 덮밥은 저런 압도적 비주얼이구나.


이러면서 도쿄/츠키지 재방문을 다시금 다짐...







그날의 기분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한 샷들...


자, 그럼 가장 중요한 맛에 대한 평을 하자면 -

사실 우리는 성게알을 비롯한 해산물에 대해

깊은 조예도 없고 다양하게 먹어본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신선한 고급 우니를 많이 먹어본 이가

스시쿠니의 우니동을 어찌 평가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상대적인 경험과 잣대를 차치하고

이 날 우리가 만난 우니동은 대단히 훌륭했다.


수산시장에서 갓 공수해서 손질한 상태라서

비린내 하나도 없이 신선 탱글 향긋했으며


참치를 비롯한 기타 해산물 부자재들 역시

빠지는 구석 없이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일본의 맛집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

고슬고슬 잘 지은 밥 또한 만족스러웠고.


그리고 수년간 단련된 주방장의 손길에서

음식들이 질서정연하게 완성되는 그 모습.


속도는 빠르지만

손길은 정성스러운

그 한 그릇의 음식을 향유하는 즐거움.







카메라 내려놓고 한 입 한 입 먹으면서

그 촉감에, 그 미각에 집중하게 되더라.


정말이지, 충만한 한 끼 식사였다.

내 돈 주고 먹는데 감사할 지경이랄까.


그나저나 이렇게 안 비리고 맛날 줄 알았다면

과감하게 우니 100% 버전으로 해도 됐을 것을.

그런 의미에서 진짜 다시 가보고 싶은, 스시쿠니.







그렇게 인생식사를 마치고 여운을 곱씹으며

시장을 산책하다가 달걀말이 하나씩 획득-!


남편 말대로 우니동 전에 안 먹길 잘 했어...

맛나고 폭신한데 좀 배부르고 맛도 달달하다.

이것부터 먹었으면 우니동님에게 결례가 될 뻔.

ㅋㅋㅋㅋㅋㅋㅋ 우니동이시여 ㅋㅋㅋㅋㅋㅋㅋ


여튼, 달걀말이 너도 길거리 간식으로는 훌륭타.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늘어나는 인파를 피해

(특히 단체관광객...)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우리의 츠키지 투어의 마무리 장면으로도 딱이야.




지나가면서 들러볼만한 곳.

찾아가서 먹어볼만한 곳.

그곳을 위해 여행을 할만한 곳.


나에게는 '도쿄로 여행을 갈 이유' 급이었던

츠키지 시장과 스시쿠니, 그리고 우니동 :)







  





더 늦기 전에 호다닥 올려보는 도쿄 후기!


2017년 11월, 남편의 출장에 연이어서,

주말 끼고 딱 2박 3일 다녀온 거라,

여행이라기보다는 나들이 같았던 도쿄.







일상은 무겁지만

떠남은 가볍게 :)


엄마가 팸세에서 건졌다며 안겨준

알록달록 키플링 소프트 캐리어에

옷가지 몇 점만 넣고 도르륵도르륵.


세안 및 샤워용품도 남편 출장편에

미리미리 보내두었지. 후후후-_-v


공항에서 혼자 비행기를 기다리면

출장 같은 기분인데, 주말 여행이라니!


가뿐하게 나 혼자 여행하는 기분과

여행지에서 조우하여 데이트하는 기분,

일타쌍피(?)하는 이런 즐거운 가을 주말.


심지어 대학원 수업 발표도 딱 마치고

기말고사 기간 닥치기 전에 잠시의 여유!







뭐, 인천-나리타 구간이야 졸다 보면 금방이지.

그러고 보니 2010년 여름 이후 7년 만의 도쿄다.


급행 타고 남편과 만나기로 한 다이몬역으로~

잠시 혼자이지만 그리 혼자가 아닌 기분이다.







아무런 차질 없이 제시간에 현장 조우 :)


이 안온한 여행에 굳이 약간의 스릴이라면,

남편과 만나기 전까지 와이파이의 부재...?


만나면 어차피 같은 에그 공유할 거라서

공항에서 이동하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굳이 추가로 돈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급행 열차 시간 정도만 알아보고 말았다.

혹여 꼬이면 호텔 로비에서 만나는 걸로...


그런데 공항에서 급행 지하철 타기 전에

짧게나마 와이파이가 연결이 돼서 ㅋㅋㅋ

정확한 픽업 시간을 예측할 수 있었음 ㅋ







이제부터 여행 기분이다아아-


서울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로 인해서

이미 패딩권(?)으로 진입했을 때였는데

도쿄는 이렇게 자켓 내지는 니트권(?)이네.







호텔이 짐 풀고 재정비를 한 후에 나서서

난데 없이 편의점에서 에그 샌드위치부터...


정해두고 맛집 탐방할 생각이 없기도 했고,

편의점 투어야말로 일본 여행의 재미 아닌가!


게다가 며칠 전부터 타마고산도에 꽂혀서 ㅋ

종류별로 먹어보리라는 소소한 다짐을 했지.


하, 진짜 별 거 없이 재료 진짜 단순한데

뭐 이렇게 몰캉하고 보드랍고 맛있다냐?!


장인정신 돋는 맛도 맛이지만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를 떠듬떠듬 보며

랜덤 뽑기 하는 기분으로 음료수 골라서


맛있으면 맛있는 대로 즐기고

맛이 없으면 없는대로 킥킥거리는

그 여행자의 기분이 참 좋았다 :)


저지방 두유인 줄 알고 집은 음료수는

알고 보니 흑초였다는 일화와 함께...







일정이 짧은 만큼 구경 욕심도 많지 않아

숙소에서 동선 좋은 곳만 스리슬쩍 다녔다.


거리 구경과 약간의 쇼핑을 겸할 수 있는

시부야 거리에서 도쿄에서의 첫 날 저녁을.


크리스마스 느낌이 영 줄어든 서울과 달리

도쿄는 여기저기 반짝반짝 축제 분위기.


뭐 살 게 있나, 눈에 불을 켜는 게 아니라

어슬렁거리면서 이런 풍경을 눈에 담았다.


어찌 보면 서울 명동 데이트 같기도 한데

마음가짐이 다른 건 역시 '떠나옴' 때문인가.







... 혹은 선출시된 아이폰X 때문인가 ㅋㅋㅋ


물량이 있는 걸로 잠시 오인하는 바람에

살까 말까 살까 말까 하다가 내려두고

지인 대리구매라도 해다줄까 해봤지만

결국 알고 보니 대기만 3주 해야 한다고.


사전 체험으로 만족하렴, 우리 집 공돌이.







IT에 별 조예도 관심도 없는 이 분은 ㅋㅋㅋ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 소품샵에서 이렇게!


사실 여행에서 기념품 사는 타입도 아니고

집에 장식을 하는 취향도 아니기 때문에

딱히 구매할 건 없지만, 그래도 신나쟈나...







개중에 목표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찾아서

바리바리 산 것은, 난데 없는 잉크 대리구매.


'세상 모든 것, 특히 겔랑과 블러셔를 모으는'

우리 짝곰이 급기야 잉크 덕질에 빠지셔서...

도쿄에서 파일롯 잉크 한정판 수급해달래서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사옴 ㅋ


우리가 요래요래 서로 덕질에 협조적임미다...

당최 잉크를 왜 색상별로 모아야 하는지는

나로서는 1도 이해할 수 없지만 ㅋㅋㅋ

각자 하고 싶은 거 하고 재미지게 살아여~


워낙 쇼핑을 안 하고 돌아온 도쿄였기에

결국 병잉크 5종이 가장 무거운 짐이자

민감한 액체 짐이 되었다는 후문 ㅋㅋㅋ







남의 쇼핑만 실컷 하고 우린 뭐 슬렁슬렁.







돈키호테 가서도 엄마가 부탁한 카베진만 사고

왠즤 물욕이 안 생겨서 셀카 드립질만 치고 옴.







명동 같은 시부야 번화가로만 다니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를 지경이라

이 풍경에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저 선술집 간판 비주얼이 왠즤 맘에 들어서!


사실 여기는 사진만 찍고 지나갔었는데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이 분위기가 못내 마음에 남아서 결국

'오늘 저녁은 저기에서!' 급결정해버렸지.







에헤헤헤.

남들이 추천하는 맛집 찾아다닐 거 뭐 있나.

우리가 가는 곳이 곧 맛집이고 곧 여행이지.







간만에 금주를 깨고 입에 댄 나마비루는

청량한 천국의 맛이자 행복의 강림이었...


아늑한 분위기,

따끈한 숯불구이 꼬치,

낯선 도시에서 느끼는 약간의 고립감.


완벽했다.

크으.







시부야 횡단보도가 잘 보이는 카페를 찾다가

흘러흘러 록시땅 카페 2층에 안착하게 됐다.


예쁘긴 한데, 쓰잘데기 없이 비싼 곳 같아서

갈 생각이 없었는데 뷰를 찾다 보니 결국-_-


데이트 기분 내면서 도란도란 잘 놀았네.

이 곳이 시부야인들, 명동인들, 뭔 상관이여.







도쿄타워가 숙소인 프린스 호텔 바로 옆이라

오며 가며, 낮풍경 밤풍경 다양하게 많이 봤다.


그저 3일짜리 짧은 일정 동안이라도

우리의 여행 속의 일상 풍경이었던 :)







잠드는 순간까지 함께 해준, 도쿄타워.







다른 건 몰라도 츠키지 시장만큼은 꼭...!

경매 관람 신청은 못 했지만 나름 일찍 가서

수산시장의 아침 모습 이모저모 구경도 하고

본격 점심 인파 몰리기 전에 돌아다니다가 -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된다.

스시쿠니에서의 인생 우니동 영접.


원래 우니동은 먹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지라

지도에 표시는 해뒀지만 대기줄이 길까 싶어

딱히 꼭 갈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었는데!


오전 10시 개점을 앞두고서 9시 반 이전에는

대기 인원이 그리 많지 않길래 감행하였소.


하, 이 집의 감동은,

우니의 강렬한 미각 경험이란,

평생에 기억될 식사의 기록이란,

이 포스팅에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미각 뿐만 아니라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듯.

맛을 넘어서서 격하게 행복했습니다. 녜녜.


그릇당 가격이 원화로 거의 4만원 육박인데

정말 단 한 푼도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소.


진짜 이거 먹으러 도쿄 다시 갈 의향 충만함.

미슐랭 별점식으로 하자면, 몽슐랭 ★★★


... 소감에 비해서 글은 참 얌전하네...

내면의 소리를 그대로 문자화하자면 -

미친! 대존맛!!! 으허어허허어허헣ㅎ







우니동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ㅋㅋㅋ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다가 오후 시간은

인근의 스누피 박물관으로 나들이 갔다.


도쿄까지 가서, 그것도 짧은 일정에,

만화나 캐릭터 들이파지도 않는 사람이,

웬 스누피 박물관... 이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나름 우선순위 높은 볼거리!


브뤼셀의 만화 박물관에서 내가 그랬듯이

스누피 박물관은 남편이 아주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문화와 취향, 그리고 기억

모든 것이 녹아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츠키지 스시쿠니의 우니동처럼,

이거 보러 도쿄를 다시 갈 의향이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진한 기억의 교집합 :)







저녁은 롯폰기에서 놀아볼까 어쩔까 했는데

음, 롯폰기라는 동네는 어째 나랑 잘 안 맞나봐.


아늑한 맛은 하나도 없고 죄다 비싸기만 해.

게다가 일본에 온 기분을 만끽한다기보다

그냥 쇼핑이나 고급바에만 최적화된 느낌?


물론 롯폰기에도 찾아보면 구석구석에

아늑한 술집이나 식당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걸 딱히 예습이나 연구하지 않고서

발걸음 가는 대로 다니던 우리 눈에는 영...


그래서!

결국 롯폰기에서는 사진 하나 안 찍고

바로 숙소 근처 다이몬역으로 복귀해서

그냥 느낌 닿는 이자까야에 들어갔다.


크으, 그랏췌.

이거시 우리의 여행이여.

도쿄의 아늑한 주말 밤에 치얼쓰.







한참을 놀다가 숙소로 돌아가려고 나왔는데

뒤돌아봤을 때 이런 장면으로 남은, 이 날 밤.


그나저나 왼쪽의 저 커플 술 짱 잘 먹드롸...

독주를 쉼 없이 먹는데 취하지도 않으심...







마지막 날은, 짐 싸서 공항 가는 거지 뭐.

비록 짧은 시간, 소소한 일정들이었지만

관광지 숙제 해치우듯이 하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을 꼭꼭 눌러 담아서 갑니다 :)







도착한 날은 포근한 가을날이었는데

떠나는 날 아침은 어쩐지 겨울이었던


도쿄에게 짧은 인사를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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