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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13 자전거와 플레이모빌로 가득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뚜르드제주' 4

 

 

어느덧 6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어서,

4월에 다녀온 짧은 제주 여행의 기록들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자꾸 길게 자세히 쓰려고 하지 말란 말이지!

 

여튼, 이번 조각<숙소> 후기다.

2박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묵었던,

제주 동쪽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구좌읍 종달리의 게스트하우스 '뚜르드제주'

 

 

 

 

 

 

뚜르드제주

Tour de Jeju

 

세계 최고의 자전거 경주인 '뚜르드프랑스'를

따온 이름인 만큼, 자전거를 테마로 하는 거 맞다.

 

자전거를 (그리고 알고 보면 플레이모빌도)

좋아하는 주인장 부부가 직접 지은 게스트하우스.

 

제주도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많고도 다양하건만

이번에는 숙소 결정에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았다.

 

어차피 남편군의 워크샵에 이은 짧은 일정이었고,

'꼭 어딜 가겠다'거나 '꼭 무얼 하겠다'라는 거 없이

모든 일정과 동선을 다 백지로 두고 떠났기 때문에.

 

다만, 이튿날 점심에 동남쪽에 위치한 김영갑 갤러리,

그 인근에 최근 개업한 <미니키친>에 가기로 했어서

숙소의 위치는 웬만하면 동쪽이면 좋겠다, 뭐 이 정도?

 

고로 내가 원한 조건은 :

 

- 게스트하우스. 단, 단독 화장실 딸린 2인실 있을 것.

- 밤에 술파티 벌이는 곳 말고, 조용한 분위기 선호.

- 위치는 제주도 동쪽, 월정리와 표선 사이 어드메에.

- 가격은 2인 기준 1박에 8만원 미만이면 좋겠다.

- 조식 포함 여부는 상관無. 단, 포함시 커피는 필수.

- 그 외에 뭔가 기억에 남는 특징이 있으면 더 좋고.

 

여기에 걸려든 게, 뚜르드제주였다.

 

- 단독 화장실 딸린 2인실이 있는 게스트하우스.

- 술파티 없이 조용한 분위기, 커피 포함 조식 제공.

- 위치는 성산일출봉 인근, 동쪽 바닷가 종달리.

- 가격은 2인 기준 1박에 6만원, 2박에 총 12만원.

- '자전거'를 향한 사장님의 덕심이 느껴져서 조흠...

 

내가 원하던 조건은 다 갖춰져 있어서 주저없이 결정!

굳이 '더 좋은 곳'을 알아볼 이유를 못 느끼겠더라고~

(그러고 보니, 또 구비구비 썰 풀고 있네... 길어지겠...)

 

 

 

 

 

 

종달리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뚜르드제주.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자전거를 좋아하고, 플레이모빌을 모으며,

건축에도 관심이 있는 남편분이 직접 지었다고.

 

잘 들여다보면 건물 구석구석에서

제법 손맛이 느껴지는 요소들이 보이곤 한다.

 

심지어 다소 삐걱대는 마룻바닥조차

'아, 그렇구나, 직접 지어서 그런 거였구나'

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더라니까.

 

 

 

 

 

 

우리는 금요일 밤, 입실 시간을 넘겨 도착했던지라

불 꺼진 거실을 제대로 못 보고 방으로 직행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렇게 소박하게 공용 시설들이 있더라.

 

싱크대 사물함에서는 수건, 칫솔 등이 구비되어 있고

물품 가격만큼의 현금을 그 안의 돈통에 넣으면 된다.

 

냉장고는 공동 사용, 싱크대는 사용 후에 설거지 필수,

그 옆의 게스트북은 누구든지, 언제든지 쓸 수 있음 :)

 

 

 

 

 

 

앉아서 게스트북을 끄작여도 되고,

캔맥주를 홀짝이며 수다 떨어도 되는,

거실 식탁에는 이런 플레이모빌 세팅이!

 

물론, 이 식탁 뿐만 아니라 온 집에 가득하지만

'뚜르드제주' 자전거 경주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이 세트야말로 주인장의 덕력(?)이 응집된 현장...

 

 

 

 

 

 

저녁에 남편이랑 여기에 앉아서 시시덕거리며

피규어 하나하나를 배치한 의도를 분석하곤 했다.

 

'이 손 방향 디테일 봐.'

'이건 자전거 대신에 오토바이 컬렉션이네.'

'각기 다른 컬렉션을 다 수집해서 재조합했어.'

 

우리의 한결 같은 결론은 :

'이 분이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운영하는 이유는

본인 덕질 양껏 펼칠 공간이 필요해서인 것 같다'

 

 

 

 

 

 

그런 작품이라면 양껏 감상 및 감탄해주는 게 예의!

제주도 2박 나들이를 더욱더 즐겁게 해준 요소였다.

 

 

 

 

 

 

첫 날은 조용히 들어가서, 물소리 날세라 조심조심 씻고,

바로 잠들었기 때문에 방 사진을 찍을 여유 따위 없었고,

이건 이미 마지막 날 퇴실 전에 짐을 싸기 전의 상태였지.

 

2인실이지만, 필요에 따라서 3-4인실로도 바꿀 수 있게끔

2층 침대가 있... 지만 우리는 어차피 온돌 바닥에서 잤다.

 

침대 옆으로 단독 욕실이 있는데 공간이 꽤나 넓더이다.

사실, 샤워 공간과 변기가 따로 있으면 더 효율적일텐데

(특히 사람이 여럿일 때) 공간 배치상 안 되는 게 아쉽다.

 

여튼, 방이야 밤에 와서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이었기에

딱히 더 바라는 것도 없고, 가격대비 만족도는 최고였다.

 

아, 하나 아쉬울 수도 있는 점은 -

집이 전체적으로 마루가 얇아서 삐걱대는 소음이 있다.

둘째 날에는 2층에 숙박객이 입실해서 더 소리가 컸음.

 

그런데,

주인이 집을 직접 지었다는 말에 왠지 좀 이해가 됐다.

 

'마루 계단 소음 심해. 투덜투덜.' -> 이런 게 아니라

'와, 이거 다 직접 지었대. 어쩐지~' -> 뭐 이런 식이랄까.

 

게다가 술파티하는 곳도 아니고, 소등 시간도 잘 지켜서,

밤에 잠 못 자고 이런 일이 없으니까 별 불편함도 없었고.

 

(그렇게 야곰야곰 조용조용 규칙 지키는 분위기도 좋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가 묵은 이틀 동안의 숙박객들은

거의 여성팀들이었다. 때로는 모녀끼리, 때로는 친구끼리.)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리 창 밖은 이런 동네 풍경 :)

 

어제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에서 아등바등 일 마치고

바로 김포에서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퇴근한(?) 셈인데

따끈한 방에서 푹 자고 일어나서 봄비 풍경과 만나니까

'아, 맞다, 나 여행 왔구나' 라는 설레임이 새삼 느껴졌다.

 

비가 와도 좋아.

비가 와서 더욱 좋아.

비가 와도 상관 없는 자유로운 일정이어서 좋아.

 

어딜 가도, 무얼 해도,

혹은 어딜 굳이 안 가고, 무얼 딱히 안 해도,

그저 좋으니까 일단 여유롭게 조식부터 즐겨봅시다!

 

 

 

 

 

 

1층 방에서 바로 연결되는 공간에 이렇게 카페가 있다.

건물 밖으로 안 나가도 되지만, 어느 정도 분리가 되어,

비숙박객들도 놀러와서 커피 마시거나 쉴 수 있다고 함.

 

들어갈 때는 별도로 비치된 슬리퍼를 신어주세요, 손님.

 

 

 

 

 

 

알람도 안 맞춰놓고 푹 자고, 샤워까지 하고 나오니까

시간은 어느덧 8시를 넘겼지만 마음이 전혀 급하지 않다.

 

벽걸이 시계조차 자전거 바퀴인 이 게스트하우스 또한

바로 나의 이번 제주도 여행의 풍경이니까, 담아두어야지.

 

안녕하세요,

어제 밤에 입실했어요.

오늘 아침 메뉴는 뭔가요? :D

 

 

 

 

 

 

와서 사장님에게 아침 인사를 겸해서 얼굴 도장을 찍고

본인이 원하는 컵에, 원하는 음료수를 가득 담아가면 된다.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법랑 머그를 신중하게 골라서

우선 드립 커피부터 가득 한잔 따라서 자리 잡는다.

 

사실,

찰랑한 커피가 따끈하게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이미 세상의 모든 아침이 다 내 것 같고 뭐 그렇다.

그것만으로 오늘 하루어치 여행 기분이 가득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커피만 내주는 건 아니고 ㅋㅋㅋ

아기자기하게 세팅된 토스트 스프 한 상이 따라온다.

한 손으로 집어서 한 입에 쏘옥 베어물기 좋은 사이즈에,

익숙한 맛의 스프와, 제주도 분위기 물씬 나는 금귤까지.

 

 

 

 

 

 

여러 모로 우리 취향 교집합에 딱 들어맞는 식사 :)

 

자전거 여행 중이거나, 올레길을 걷는 숙박객들은

조용히 빠르게 먹고 금방 외출/퇴실 채비를 하는데

우리는 세월아 네월아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느긋하게 수다 떨면서, 그제서야 일정을 이야기했다.

 

'만약 햇빛이 쨍하게 나면 바닷가로 가고,

비가 촉촉히 내리면 숲으로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비가 오니까, 비자림으로 산책을 가자'

 

 

 

 

 

 

카페에 앉아서 노닥거리면서 플레이모빌 월드 감상.

피규어 하나하나의 연출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니와

남편군이 플레이모빌의 특징도 제법 잘 아는 편이어서

사장님이 더 신나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더라고 ㅋㅋㅋ

 

 

 

 

 

 

 

 

 

 

아는 사람 눈에는 보이는, 심오한 플레이모빌 덕질...

 

 

 

 

 

 

이틀 연박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자그마한 특권 :

첫 날 조식은 토스트, 다음 날 조식은 오므라이스로!

짧은 일정이라 해도 조식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다.

 

오므라이스 역시 토스트처럼 과하지 않은 적정한 양.

정겨운 ㅇㄸㄱ 스프와, 머그 가득 따라온 커피는 기본.

 

 

 

 

 

 

뚜르드제주에서 머물었던 2박 3일의 기억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한다면, 아마도 이거.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고,

편안한 기분으로 머물렀으며,

산뜻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뚜르드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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