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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쇼코의 미소 by 최은영

Posted by 배자몽 독서의기록 : 2016. 12. 11. 22:30

 

 

 

 

 

 

쇼코의 미소 · 007
씬짜오, 씬짜오 · 065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095
한지와 영주 · 123
먼 곳에서 온 노래 · 183
미카엘라 · 213
비밀 ·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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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휘갈김 :

 

기대치 대비해서 대단히 임팩트가 강했던,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번쯤 편하게 읽어볼 법한 감성 소설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구매하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빌려서 봤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농도로 훅 들어와서 꽂히는 시각과 묘사들에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막상 책의 제목이 된 첫 단편 '쇼코의 미소'보다도 다른 단편들이 더 깊게 남았다는 사실.

 

말랑할 줄 알았는데, 날카로워서 베였고,

미지근할 줄 알았는데, 뜨거워서 데였다.

 

그래서 단순한 독서일기조차 금방 남기지는 못했다. 눈에 새겨졌던 문구들을 다시 한번씩 곱씹어보기 전에는 쉽사리 써내려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한 마디 끄작이고 넘어가기에는 내가 기록해두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아마도 '추운 날의 입김'이 적당할 것 같다. 그냥 숨을 내쉰 것 뿐인데, 나의 체온과 바깥 세상의 기온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서, 그냥 스러지지 않고 허옇게 서리는, 그런 느낌. 참고 참던 숨을 짧게 내뱉는 그 순간. 각 단편은 모두 이런 찰나의 숨결을 묘사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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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걸 사내답지 않다고 여기며 깔보던 시대에 태어난' 할아버지의 서툴고 무뚝뚝한 손녀 소유, 그리고 마치 그녀를 틀어진 각도의 거울로 비춘 듯한 모습의 쇼코. (쇼코의 미소)

 

독일이라는 언뜻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국 땅에서 서로를 감싸주고 의지하던 두 가족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비극에 대한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돌아선다. (씬짜오 씬짜오)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다녀온 남편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엄마의 '작은 순애 언니' 그리고 '나라에 의해서 살해된' 사람들을 보고서야 '세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모르리라는 것을 깨달은' 엄마.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 막상 나이로, 성별로, 권력으로 짓누르는 노래패를 박차고 나온 '노문97학번 김미진' 2009년 여름밤, 아무 이유 없이 심장이 정지한 그녀의 목소리가 룸메이트를 통해서,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서, 그녀가 특별하게 생각했던 후배 '소은'에게 전달된다. (먼 곳에서 온 노래)

 

'초라하고, 맹목적이고, 배려를 모르는' 엄마의 현실이 마냥 갑갑한 딸 '미카엘라'와, 그런 딸에게 한없이 '면목 없지만' 어린 시절 딸이 보여준 사랑의 기억 하나로 살아가는 엄마. 그런 딸와 같은 세례명을 가진 또 하나의 '미카엘라'가 있었다. '그 날, 배에 있다가,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버린' 누군가의 생때 같은 딸이나 손녀였던 또다른 '미카엘라' (미카엘라)

 

'교황님은 자신을 간절히 부르는 남자를 보고는 그가 서있는 길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남자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교황님 옆에 있는 신부님이 남자의 말을 통역해서 전달하는 모양이었다. '유민이 아버지잖아요' 옆에 앉은 수산나 자매가 말했다. 그는 교황님에게 무슨 말을 했던 걸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전하기 위해서 그는 어떤 말을 해야 했던 걸까. 교황님에게 자신을 좀 봐달라고 소리치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내 말을 들어달라고,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에게 애원해야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미카엘라)

 

무엇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소중하고 속 깊은 손녀딸 지민이가 '중국으로 떠난지' 일년 반이 넘었다. 그녀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그 어느 소식도 직접 들려오지 않는다. 아들딸 부부는 지민이가 잘 지낸다고 바쁘다고 하지만 나날이 우울하고 수척해져간다. 손녀 지민이 왜 갑자기 떠났는지, 왜 돌아오지 않는지, 왜 전화 한번 하지 않는지, 아니, 할 수 없는지는 비밀이다. (비밀)

 

'할머니, 나 아직 기간제 교사잖아.'

집배원이 들어갈 수 없다는 그곳으로, 어떤 편지도 배달되지 않는다는 그곳으로, 말자는 지민에게 직접 전할 그 편지를 접어 가슴에 품었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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