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이자 테마가 '쿠로가와 온천마을에서 온천욕과 료칸 숙박을 즐기기'인 만큼, 숙박할 료칸을 선정하는 것이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였다. 그나마 구로가와 온천으로 갈 거라는 건 정해놨으니 그리 크지 않은 그 마을 내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럼에도 여러 모로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어디를 가도 그 체험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다들 즐거워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 예산 중에서 항공비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돈이 지출되는 항목인지라... 금액 상한선도 설정해야 하고, 그 와중에 위치, 송영 서비스 유무, 조석식 포함 여부, 노천탕의 규모 등등 고려할 게 참 많기도 많았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수년째 믿고 쓰는 료칸 전문 예약 대행 사이트인 '호텔온센닷컴'이 있지. (서포터즈 이런 거 아니고, 그냥 일본어는 못 하지만 료칸 여행은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희망의 빛을 던져준 사이트라서 나도 모르게 예찬을...)

 

호텔온센닷컴에서 쿠로가와 온천 지역을 친 다음에, 가격 올림순 정렬을 하고, 그 중에서 마음에 덜 드는 걸 빼고, 우리 예산에 맞는 료칸들만 추려보니 목록이 다음과 같았다. (초반에 나의 선호도 순위대로 기재)

 

- 쿠로가와소

- 산가

- 유메린도우

- 오쿠노유

- 야마미즈키

 

방문 시기나 행사, 방의 등급 등에 따라 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기본 10조 화실로 예약했을 경우에 인당 가격이 20만원 미만인 곳들이다. 이 중 어디로 해도 괜찮았겠지만 나름 이것저것 많이 고려하느라 품이 들었네.

 

나의 1순위였던 '쿠로가와소'는 료칸의 외형이나 온천탕의 갯수와 규모 등 여러 면에서 '과락이 없는' 곳이어서 1순위로 올렸지. 석식을 일행끼리 오붓하게 먹을 수 있게 방으로 서빙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생각해보니 식당으로 내려가서 먹는 게 어차피 더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기껏 여기로 마음을 정해서 예약 진행을 하였지만, 만실로 인해서 실패... 크흥.

 

그래서 곧바로 다음 순위였던 '산가'로 눈을 돌렸다. 마을 중심부에서의 거리는 제법 있지만, 그만큼 호젓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며, 가격 또한 합리적인 편이어서 늘 인기 상위권에 랭킹되어 있는 곳이다. 역시나 인기 순위인 '호잔테이'나 '타케후에'는 각각 20만원, 40만원대를 호가하는 걸 생각하면 정말 솔깃한 가격이지. 무엇보다도 다른 료칸의 일반 화실 가격으로 '내탕이 딸린 특별 화실'까지 예약할 수 있는 점이 최장점. 아마도 엄마랑 같이 갔으면 이 특별 화실을 노렸을 거야. 내탕도 즐기고, 공용탕도 즐기고, 거의 하루 종일 온천만 하고 놀았을지도? 여튼, 산가의 일반 화실은 예약 성공했는데, 여기에서 한번 더 변경을 하게 된다. 추위를 많이 타는 일행이 조심스럽게 '산가의 화실이 겨울에는 유독 춥다는 후기를 봐서 걱정된다'고 하길래, 호쾌하게 또 바꿔드렸음 ㅋㅋㅋ 사실 일본 다다미방의 특성상 다른 데를 가도 춥기는 매한가지일 수도 있지만... 그녀가 얼마나 추위를 많이 타는지도 내 익히 알거니와, 이건 건강과 직결된 일이라서, 나중에 혹여라도 누가 감기라도 걸려서 '아, 그때 숙소 더 알아볼걸' 후회를 하는 것보다는 그냥 약간의 수고를 더 들여서 한번 더 바꾸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최종 예약한 야마미즈키 또한 산가와는 반대편의 숲 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춥기는 똑같이 추웠던 것 같다 ㅋㅋㅋ)

 

'유메린도우'는 보다 마을 중심부에 가까운 위치라서, 당일 온천투어를 하는 사람들 간에도 인기가 많다. 특히나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워서 송영이 별도로 필요 없을 정도! 버스를 타러 가기 전 마지막 온천 투어를 하기에도 편리한 위치일 듯. '오쿠노유' 역시 산 속 전경이긴 하지만, 산가나 야마미즈키에 비해서는 마을 중심부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다. 유메린도우와 오쿠노유는 산가 예약을 다른 곳으로 변경하기로 했을 때 '무던한 백업 플랜'으로 생각했던 곳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건 '야마미즈키'였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마을 중심 쪽에 있는 유메린도우나 오쿠노유도 나쁘진 않았지만, 기왕 하는 거 보다 노천탕의 특징이 더 마음에 드는 곳으로! 그런데 산가가 마을 서북쪽 산 속이라면, 야마미즈키는 마을 동북쪽 산 속이라... 어차피 거리도 멀고 (버스 없이 오가기는 무리) 춥기도 추웠다는 거 ㅋㅋㅋ 하지만, 바로 옆으로 강이 콸콸 흐르고 시야가 탁 트여있는 그 온천탕 덕분에, 여기로 예약한 걸 후회하지는 않았어, 전혀.

 

 

 

 

 

 

건물 외관과 정원 사진을 생각보다 많이 못 찍어서 아쉽지만, 우리의 야마미즈키 료칸은 이런 느낌이었다. 대체로 모든 방들과 시설들이 하나의 큰 건물에 모여있고, 산 속에서 부지를 매우 넓게 쓰기 때문에 온천까지 가는 산책길, 노천탕 주변에 탁 트인 산과 강의 풍경이 시원시원하다.

 

 

 

 

 

 

우리가 묵을 방. 가장 기본형인 10조 화실로 예약했다. 이 다다미 풍경은 언제 봐도 반갑단 말이야. '일본에 여행왔음'이 가장 농도 있게 느껴지는 순간. 그래서 늘 침대가 있는 양실을 제외하고 이부자리를 깔고 자는 화실을 선호하곤 하지.

 

 

 

 

 

 

나름 옆에 이렇게 커피 머신과 작은 냉장고, 싱크대와 세면대, 화장대로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여행 내내 사진과 영상을 찍고 전송해주고, 포켓 와이파이도 관리하느라, 충전을 가장 긴밀하게 많이 해야 했던 나는 이 커피 머신 좌측에 충전 스테이션을 차리기도 했지 ㅎㅎㅎ

 

 

 

 

 

 

짐도 내려놓고 방 구경도 얼추 했으니, 잠시 따끈하고 고소한 녹차 한 잔과 함께 쉬어 갑시다. 티푸드로 팥양갱도 두어 조각씩 내주셨는데, 다들 '로쿠'의 슈크림빵 등 간식을 실컷 먹고 온지라 양갱에는 거의 손도 안 댔다 ㅎㅎㅎ

 

 

 

 

 

 

우리 방의 2층 전경이 살폿 엿보이는 사진. 원래는 여기 앉아서 바깥 풍경도 보고 차도 한 잔 마시며 정취를 즐기는 곳인데... 우리는 쿠마몬 수건 건조대로 썼네 그려... 이 풍경을 보고 직원분이 '쿠마몬 잇빠이데스네' 라고 정의하심 ㅋㅋㅋ

 

 

 

 

 

 

온천 목욕을 따끈하게 하고 돌아오니 이렇게 두툼 폭신한 이불이 네 채 나란히 깔려있다. 그래, 이 맛에 료칸 숙박하는 거지! 따끈하게 목욕도 하고 왔겠다, 당장이라도 눕고 싶은 마음들도 있었겠지만, 가이세키 요리가 우리를 기다린다네 ㅎㅎㅎ

 

 

 

 

 

 

식사의 서빙 방식은 각 료칸마다 다 다른데, 야마미즈키는 이렇게 일행별로 독립된 식사 공간을 제공한다. 일정 내내 예약자의 이름을 문 앞에 써서 붙여두고, 조식도 석식도 다 여기에서 예약된 시간에 준비해주심.

 

 

 

 

 

 

가이세키는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 요리라고 하니까, 찬찬히 감상해봅시다. 우측에 있는 건 달걀찜인 줄 알았는데, 마치 떡 같은 제형의 온천두부라고 합디다. 이 날 석식에 등장한 두부들은 죄다 말캉한 게 아니라 쫄깃한 식감이었네. 혹시 이게 쿠로가와 음식의 특징이기도 한 건가? 아니면, 야마미즈키 료칸 안주인의 취향? 잘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이럴거다 저럴거다 종알종알 수다 떨면서 즐겁게 먹었다.

 

 

 

 

 

 

정식에 나오는 모든 메뉴들이 이렇게 예쁜 한지에 기재되어 나오는데... 읽을 수가 없어... 중간중간 등장하는 한자를 참고해서 '이게 이건가봐'라는 식으로, 어림짐작해가면서 먹었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배가 불러서 '지금 여기까지 나온 것 같아! 그럼 앞으로 2코스 더 남은 건가?' 이러면서 포만감 컨트롤을 하기도 했지 ㅎㅎㅎ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한 입'에 선정되신... 주석잔에 담겨나온 차가운 나마비루!!! 개운하게 목욕하고, 편안하게 유카타 입고, 여유롭게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면서 마시는 맥주가 맛이 없을 리도 없지마는... 이 주석 소재의 맥주잔 또한 단단히 한 몫 한 것 같다. 최적의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준 덕에 목넘김이 아주 그냥 세상에 예술이었네. 나름 금주 모드를 유지하던 민느도 여기에서 봉인 해제되어, 두 모금을 마셨다고 한다...

 

 

 

 

 

 

료칸 옆에 흐르는 강에서 갓 채집해온 것만 같은 비주얼의 ㅋㅋㅋ 민물생선 구이. 굵은 소금이 좀 불균일하게 뿌려져 있는 바람에 복불복으로 소금 어택을 당하긴 했지만; 생선 자체는 맛있었다. 다들 한 꼬치씩 들고 뜯어먹는 재미도 있고~

 

 

 

 

 

 

접시 색상이 화려해서 눈길이 확 갔던 요리. 그러나 나는 원래 로스트 비프 안 좋아해... 이건 사진만 찍고 거의 먹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 담당이셨던 직원분, 그 7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우리가 음식을 남기면 매번 더 안 먹냐고 채근하셔서 ㅋㅋㅋ 뭔가 다 조금씩은 먹은 티를 내야 할 것 같았음 ㅋ 캬롯또(당근) 더 먹으라던 그 분의 전언을 잊을 수가 없네...

 

 

 

 

 

 

다들 배불러 소리가 연이어 나오는 시점에 등장한 디저트. 좌측의 저건 '녹차 붕어 사만코 맛'이었다고 한다 ㅋㅋㅋ 의외로 우측의 저 요거트가 상큼하니 마무리용으로 좋았던 기억!

 

이렇게 몸이 편안하고 눈이 즐겁고 수다가 행복한 식사 시간이었지만, 야마미즈키의 요리에는 그냥 중간 정도의 점수를 주련다.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예전에 타케오나 우레시노 온천에서 먹었던 가이세키 요리들에 비하면 다소 평이한 수준이었거든.

 

나는 료칸 후기들에 이따금씩 '가이세키는 화려한데 맛은 그냥 그래요'라는 평을 보면 매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사람은 일본 요리가 입에 안 맞나? 세상에 그 황홀하게 맛난 걸 왜 이렇게 심드렁하게 표현하지? 이랬는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료칸마다 분명 요리의 스타일이나 맛의 차이가 클 수 밖에! 그리고 야마미즈키는 고즈넉한 산 속 전경, 널찍한 부지와 넉넉한 방의 갯수, 탁 트인 노천탕 등이 장점이지만, 요리 쪽으로는 특화되지 않은 료칸이다.

 

만약에 '온천욕은 조금만 하고, 가이세키 정식에 기대가 큰' 사람이라면 다른 료칸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하지만, 우리는 친구들끼리 조잘조잘 여유롭게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족했고, 온천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점이 그리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었다. (이런 의미에서도, 만약에 엄마랑 같이 쿠로가와를 간다면, 야마미즈키는 당일 온천 투어로만 오고, 숙박 및 식사는 다른 료칸으로 갈 것 같다. 우리 문여사님에게는 식사가 느므느므 중요하니카 ㅋㅋㅋ)

 

 

 

 

 

 

밤 목욕하고 개운해진 몸에 두툼한 이불 덮고 푹 자고 일어나서, 또 아침 목욕까지 하고 상큼하게 조식 먹으러 내려왔다. 간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정원의 풍경까지, 굿모닝.

 

 

 

 

 

 

체크아웃 직전까지 유카타와 한 몸이 되어 지냈지 :)

 

 

 

 

 

 

더 화려하고 다채롭게 나오는 건 석식이지만, 사실 난 료칸에서의 조식에 더 애정이 있다. 그건 아마도 이 온천 달걀, 그리고 따끈 담백한 온천 두부탕 때문일 거야. 달걀은 이렇게 톡- 까서 맑은 소스를 살짝 뿌려서 호로록- 먹어주는데 그 말캉하고 보드라운 식감이 기분 좋다.

 

 

 

 

 

 

일본 가정식 느낌 담뿍 나게, 갓 지은 밥 위에 우메보시를 한 입 얹어서... 아우, 사진으로만 봐도 신 맛이 느껴지는 것 같고 입 안에 침이 고이네. 사실 나도 시큼새큼한 우메보시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일본의 맛'이라서 늘 한 입씩은 맛보게 되더라.

 

 

 

 

 

 

몽글몽글 보글보글, 푸근하게 풀어지는 온천 두부 맑은 탕. 문득, 우레시노 온천마을의 타카사고 료칸에서 먹었던 조식 두부탕이 생각나네. 규모는 자그마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일품이며 무엇보다도 요리로 정평이 나있는 타카사고는 두부의 맛까지 정말 특출나게 맛있었던 기억. 쿠로가와에서 우레시노를 추억해서 미안해... ㅋ

 

 

 

 

 

 

가장 중요한 온천! 물론 장소의 특성상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정말 이 곳의 노천탕은 일품이었다. 실내 목욕탕에서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와서 나체 산책길을 따라 걸어가면 길 끄트머리에 마법과도 같이 눈 앞에 펼쳐지는 물의 풍경. 널찍한 노천탕 바로 옆으로는 강이 콸콸 흐르고 숲이 둘러싸고 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바로 앞에, 옆에, 온 사방에 자연이 가득차 있다.

 

유후인이 잘 단장한 일본 소녀, 타케오가 듬직하고 인상 좋은 아저씨, 우레시노가 소박하고 수줍은 시골 처녀 같다면... 이 쿠로가와는, 특히나 야마미즈키 료칸은 숲의 정령 같은 인상이었다.

 

 

 

 

 

 

실내탕에 앉아서 전면창을 통해서 내다보는 풍경도 이토록이나 절경이다. 이건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새벽 시간에 찍은 거지만, 환한 낮시간의 숲 풍경 또한 잊을 수가 없네. 따끈한 탕에 들어 앉아서 시원한 산 속 바람을 느끼고 콸콸콸 흐르는 강의 소리를 즐기는 그 기분은, 정말이지 이루 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의 모든 감각들이 다 깨어나있는 기분이랄까!

 

 

 

 

 

 

아쉬우니까 홈페이지 공식 사진도 하나 덧붙여보자. 이 사진에서조차 충분히 표현이 되지는 않았지만, 노천탕 바로 옆으로 강이 콰르르 흐르는 모습. 그리고 작은 나무 정자 같은 공간이 있어서 비나 눈이 내릴 때 아늑하게 들어앉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서늘한 비를 그냥 그대로 맞으면서 온천하는 게 더 좋았어 :)

 

 

 

 

 

 

그런 편안한 시간,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준 야마미즈키 료칸 앞에서 다 같이 단체사진 한 장! 전 날, 유카타 입고 앞에서 사진 좀 찍어보려고도 했는데 밤바람이 하도 추워서 다들 바로 포기하고 목욕탕으로 후퇴 ㅋㅋㅋ

 

 

 

 

 

 

이렇게 파릇파릇하고 촉촉한 숲길에서도 한 장! 이 사진은 이번 여행 포토북의 표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네. 후후후.

 

 

 

 

 

 

료칸의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가보세. 버스 없이 오가기에는 마을과의 거리도 멀고 워낙 산 속에 들어앉은 야마미즈키인지라, 30분에 한번씩 셔틀을 운영한다. 마을 중심부의 온천조합, 그리고 버스 정류장 등 주요 지점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내려줍니다요. 일단 체크인을 하고서 편안하게 유카타 입고 마을 구경이나 다른 료칸 온천 투어를 하러 나올 때에도 유용한 교통 수단. 뭐, 우리는 체크인한 이후로는 야마미즈키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지만 말이야 ㅎㅎㅎ

 

 

 

 

나의 총평 :

산과 강, 숲, 자연이 본디 모습 그대로 숨쉬고 있는 게 매력적인 쿠로가와 온천마을. 이 곳의 장점을 잘 활용한 야마미즈키 료칸. 비록 요리는 특장점이 아닌 걸로 판단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넓은 부지와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자연 속에 녹아드는 멋진 전경의 노천탕까지 누릴 수 있는 곳. 이번 우리 여행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 되어준 야마미즈키 료칸, 고마워.

 

 

 

 

 

 

 

 

  

 

 

 

 

아기다리 고기다리 일본 온천 여행이드아-

이번에는 엄마나 남편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일이 바쁜 와중에 간신히 휴가 내서 가는 사람,

애 둘 키우는 와중에 어렵사리 감행하는 사람,

지방에 살면서 첫 차 타고 인천공항 오는 사람,

등등 다들 녹록치 않은 상황 및 일정인 데다가...

 

특히나 육아 휴직 중인 친구들에게 금전적으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했다!

 

다행히도 지난 1년간 나름의 여행계를 부어와서

핵심 비용들은 얼추 다 이 안에서 해결되었다네.

 

... 사실 몇 년 제대로 모아서 여행 가려고 했는데,

이번이 아니면 향후 2-3년 간은 못 갈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중도 해지해서 탕진해버리기로 ㅋㅋㅋ

 

 

 

 

애니웨이,

빠듯한 2박 3일의 일정, 그리고 한정된 예산 총액,

그럼에도 불구하고 료칸 숙박 및 온천은 하고 싶다!

 

돌아오는 시각이 다 달라서 패키지 및 에어텔은 불가.

예산이 제한되어 있어서 맘 가는 대로 선택 또한 불가.

유후인은 4명 중 2명이 가본 적 있어서 순위에서 제외.

(게다가 안 가본 나도 유후인은 아무래도 덜 떙겨서...)

 

그러다 보니까 -

저가항공을 끼고 자유여행으로 하는데,

시간 예산 제한으로 지역은 큐슈로 한다.

온천은 쿠로가와 쪽이 좋은데, 유후인도 오케이.

 

이런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정말이지 수많은 시나리오를 짜보았더랬지...

급기야 예산 조합을 위해서 엑셀 수식까지 등장함;

 

하, 이게 누가 시킨 거였더라면 못 했을 것이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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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파일은 12월 중순께에 작성한 거라서 총 예산도 안 맞고, 숙소도 저때 이후로 널뛰기 하듯 수차례 변경되었다. 여튼, 이렇게 한 눈에 보이게 액수 시나리오를 정렬해봤다는 게 뽀인뜨. 사실 이게 나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혹은 남편과 둘이 가는 여행이라면 그냥 나 혼자 끼적댄 후에 결과만 통보하면 되겠지만, 각기 다른 니즈를 가진 여자 4명의 여행이고 중간에 서로 얼굴 볼 일 없이 카톡으로 얘기하다 보니... 결과만 투척하기보다는 '이런 옵션들이 있었고, 비교 후에 이걸 선택한 거다'를 어느 정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달까.

 

 

 

 

 

초반에는 료칸을 저렴한 곳으로 타협해서, 이동 없이 료칸에서만 이틀 연박하는 옵션부터 들여다봤는데, 도저히 예산 내에 맞출 수가 없고, 인당 추가 비용도 꽤나 나오는 것. 그래서, 후쿠오카 1박에 쿠로가와 온천 1박으로 절충했다. 숙박의 순서는 앞뒤 관계 없는 걸로 모두들 동의.

 

후쿠오카 호텔은 뭐 짐 두고 잠만 잘 예정이었으므로, 위치나 시설에 대한 큰 욕심이 없어서 비교적 잡기가 쉬울 것으로 예상하고 일단 홀드해두고 (그러나 이 예측은 후에 무참하게 깨진다...) '불가역적인' 큰 항목들부터 예약 확정을 해나갔다.

 

 

 

 

# 1. 우선, 항공부터 확정하자.

 

제주항공 왕복 기준으로 기재했지만, 결국 출국은 제주항공, 귀국은 진에어로 이분화하는 걸로 결정했다. 비용도 별 차이 없는 데다가, 각자의 스케줄에 더 잘 맞았던 탓. 그리고 육아 혹은 지방 귀가 때문에 조금 일찍 와야 하는 선발대는 오후 비행기로 귀국, 일찍 돌아오는 게 감질나는 후발대는 저녁 마지막 비행기로 귀국. 모두가 행복한 걸로 ㅎㅎㅎ

 

 

 

 

# 2. 료칸! 온천과 가이세키 요리...

 

료칸은 많은 고민 끝에 '쿠로가와소'로 선택했는데 (료칸 검색 및 예약은 언제나 '호텔온센닷컴'을 통해서~) 만실 통보를 받음. 쿠구궁. 1월 최성수기도 아니고, 거의 2달 전에 예약하는 건데도 만실??? 그래서 차선책이었던 '산가'를 예약 성공했는데, 이번에는 산가의 다다미방이 유독 춥다는 후기를 본 멤버1의 우려. 그리하여 또 쿨하게 바꿔드림 ㅋㅋㅋ 최종 선택된 료칸은 '야마미즈키' 라는 곳. 위 표에는 등장 안 했지만, 가격대는 엇비슷하다. 다들 전용 노천탕 딸려있는 특실이나, 방에서 우리끼리 따로 하는 석식, 이런 데에는 별 의미를 안 둬서 기꺼이 일반 화실로 예약했지. 이것까지만 했을 때에도 '와, 항공이랑 료칸 예약 확정했으니 이제 어떻게든 가긴 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에 들떴다. 물론! 그 후에도 이래저래 손 가는 일들이 많았음... 후후후...

 

 

 

 

(쿠로가와 온천 마을 지도)

 

 

 

 

 

 

우리가 예약한 '야마미즈키' 료칸의 안내 사진들.

사실 료칸은 어딜 가도 다 좋으니 걱정은 없고,

버스 정류장에서 한층 더 가까워진 건 편하네.

 

그리고 온천 조합에 속해있는 료칸 3군데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마구리'

일명 온천 마패를 이용할 거라서 속이 편하다.

우리가 묵는 곳 말고 다른 온천들도 누리세!

 

 

 

 

# 3. 이제 슬슬, 후쿠오카 호텔... 음?

 

그런데, 의외의 난관이 바로 '후쿠오카 호텔 예약' 이었던 거다. 후쿠오카야 뭐 큐슈의 중심 도시고 워낙 호텔 및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은 데다가, 다들 료칸 숙박을 메인 이벤트로 생각해서 '후쿠오카에는 잠만 자면 된다'는 컨셉이었는데, 그럼에도 예산 내의 호텔들은 만실 오브 만실, 당최 빈 데가 한 군데도 없는 거다. 4인실은 애당초 버리고, 2인실 2개로 잡으려고 하는데, 아니 다들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12월 후반에 이미 예약이 꽉 차있음. (물론, 아주 비싼 데는 방이 있다... 씁.) 심지어 '마지막 보루'로 믿고 있던 토요코인마저!!! 하카타역에 바로 붙어있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하카타-기온-텐진 인근이면 된다는 식이었는데도 번번히 뜨는 '빈방없음' 안내... 세상에, 토요코인 널 너무 쉽게 봤다고 이렇게 나를 까는 거니...

 

 

 

 

 

 

하, 이렇게 '마지막 보루'로 생각했던 곳에서마저 퇴짜를 맞으면 모다? 모다??? 에어비앤비로 가는 거지 뭐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마음 같아서야 대욕장이 딸린 비지니스 호텔로 하고 싶지만, 세상이 맘대로 안 되는 걸 어떡해. 게다가 내가 후쿠오카 호텔을 정말이지 허풍 하나도 안 보태고 30군데는 넘게 들여다본 것 같은데, 이래도 답이 안 나오면 그건 버리고 새로운 길 찾아나서는 게 답이지. 그래서 그때부터는 (우리가 쿠로가와행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 하카타역 근처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촘촘하게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정한 호스트 Arisa 의 집, 하카타역 남단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물론 저 사진은 사진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거리도 예산도 괜찮고,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중요한 '실제 사용자의 후기'도 제법 쓸 만 해서 더이상 고민 않기로 하고 전격 결제! 역에서 도보 거리에, 넷이서 편히 잘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니겠어. 게다가 본의 아니게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택하면서 예산도 절감되었음... 허허허.

 

호스트가 이메일로 찾아오는 길, 주의사항, 와이파이 번호 등을 PDF 파일로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잊지 않고 출력해두는 편이 좋다. 현지에 가서 인터넷이 되네 안 되네 하지 말고, 무조건 프린트 & 휴대폰 이미지 캡쳐.

 

 

 

 

# 4. 후쿠오카-쿠로가와 시외버스 예약

 

래는 후쿠우카 공항에 도착해서 '욘마이킷푸' 그러니까 왕복 4매짜리 티켓을 할인가격에 구매하려고 했는데, 쿠로가와행 버스는 좌석이 한정된 데다가, 요즘이 온천 성수기이기도 하며, 사람이 4명인데 만에 하나 온천행 버스를 놓친다면 여행 전체의 일정이 어그러지는 거니까... 사전 예매를 감행하였다. 일본어 까막눈이라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_- 싶었는데 구글 크롬의 번역 기능을 이용해서 무사히 성공했지. (사이트 주소 : www.highwaybus.com)

 

그리고 예약 완료 후에는 e티켓을 미리 출력했는데, 기사에게 보여줄 일본어 버전으로 1장씩, 그리고 우리가 참고할 한국어 버전으로도 1장씩, 두루 다 프린트해뒀다. 일본어 버전에는 잊기 전에 이게 무슨 티켓인지 다 메모해두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든든한 기분!

 

참고로, 후쿠오카-쿠로가와온센 (구마모토線) 시외버스는 하루에 4회 운행된다. 그나마 예전에는 2회였는데 비교적 근래에 증설된 거라고 하네. 만세. 하카타역과 텐진터미널 등 후쿠오카 시내의 번화가에 정차하는 데다가, 공항까지 직결되는 버스라서 여러모로 편하다.

 

 

 

 

 

(한 눈에 보기 편하게 내가 만든 버스 시간표!)

 

 

 

 

# 5. 포켓 와이파이는 소셜에서 간편하게!

 

사실 시간 순서로 따지면 포켓 와이파이를 초반에 예약했지만, 일의 중요도로 따지면 후순위니까 이제야 쓴다. 일본이나 동남아 등 주요 관광지의 포켓 와이파이는 요즘 소셜 커머스에서 하도 다양하게 할인 판매하니까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인천공항에서 픽업/반납하는 옵션으로 3일치를 구매함.

 

원래는 3일간 큐슈 지역 버스를 정액으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산큐패스'도 구매할까 했는데, 버스를 여러 번 타는 게 아니라 온천만 한번 왕복하는 우리에게는 패스의 이득이 없는지라, 말 그대로 '패스'했네.

 

그 외,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서 하카타역 숙소로 가는 지하철 편도권이야 현지에 가서 구매하는 거고, 쿠로가와 온천 마을에 도착해서 온천 마패 역시 마찬가지. 이런 소소한 항목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모든 분야를 다 사전 예매 및 지불 완료하였도다. 이제 점심 식비 및 개인 쇼핑 경비만 엔화로 챙겨가면 됨!

 

 

 

 

 

그렇게 대략 윤곽이 나온 우리의 여행 예산은 이러하다. 여기에서 누락된 건, 후쿠오카에서의 식비, 쿠로가와에서의 점심 비용 (조석식은 료칸 비용에 포함), 그리고 각 개인의 쇼핑 비용 정도. 와, 자유여행에 료칸 포함인데 이 정도면 진짜 잘 막았잖아... 장하다 나님.

 

 

 

 

# 6. 추가로, KB 엔화 환전 이야기...

 

카드 결제 가능한 곳은 가급적이면 카드로 할 생각에 현금을 그리 많이 뽑지는 않았지만, 내가 육아인들을 대신해서 대리 환전까지 해주다 보니 (와, 세상에, 나 같이 훌륭한 여행 동반자가 세상 어딨냐고 ㅋㅋㅋㅋㅋㅋㅋ) 환율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혼자 소소하게 10만원 이렇게 하는 거면 사실 큰 차이 없었겠지만서도.

 

오늘자 (2/3) 엔화 구매시 적용 환율이 1,036.16 인데, 나는 주거래 은행인 KB에서 우수고객 우대환율 + 스마트뱅킹 시스템 리브를 통한 추가 할인 받아서 1,021.45로 받았다. 내 은행 등급에서는 이게 나름 최선인 듯. 생각해보니 난 엔화가 8-900원할 때에는 단 한번도 일본을 가보지 못했네. 심지어 2010년에 첫 방문했을 때에는 1,400원대였나... 진짜 속 편하게 드럭스토어 쇼핑도 할 수 없는 그딴 환율에 다녀왔고만. 그거에 비하면 이번 환율은 뭐 그저 감사합니다요.

 

 

 

 

# 7. 우리의 최종 일정표 :D

 

 

 

 

놀 때는 준비성이 과도하게 철저한 나란 인간이...

한 눈에 들어오게 전체 일정표까지 만들어버렸다.

 

항공, 숙박, 시외버스 등 굵직한 예약은 철저히 하되

나머지 일정은 자유로이 풀어둔 것이 뽀인뜨랄까 :)

 

 

 

 

 

덧붙임.

구글을 통해서 알아본 후쿠오카/구마모토의 날씨는

주말 동안 4-15도 사이를 오가는 온화한 기온이지만

중간중간 비가 올 수 있다고 하네. 우산 챙깁시다들.

 

자, 이쯤 되면 정말이지 모든 준비가 끝난 건가!

여러분, 우리 드디어 떠납니다! 함께! 일본으로!!!

 

 

 

 

 

 

 

 

 

  

 

 

 

150423-0425

 

숙소 선정 과정이나, 묵은 료칸에 대한 개별평,

우레시노 온천 지역까지 오가는 교통편 등등은

향후에 개별 포스팅으로 차차 정리할 예정이고

 

이건 그냥 2박 3일의 일정을 돌아보는 사진 일기 :)

 

 

 

 

예전부터 엄마랑 같이 일본 온천 여행을 가고 싶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올해 드디어 그 발걸음을 옮겼네.

 

큐슈 지방,

2박 3일,

온천을 테마로 한 료칸 여행,

 

이런 기본적인 것들은 애당초 정해뒀었지만

숙소를 어디로 할지는 꽤 공들여서 결정했지.

(모든 걸 여행사 없이 자유여행으로 진행했음!)

 

결론은,

정말 한 톨의 아쉬움도 없는, 멋진 여행이었다.

기획한 나도, 동참한 엄마도, 모두 행복했던 시간.

 

 

 

 

 

 

내가 선택한 곳은 사가현 우레시노 온천 마을,

거기서도 온야도 타카사고, 라는 소박한 료칸.

 

원래는 온천 시설이 보다 널찍하고 여성스러운

와라쿠엔으로 예약하려고 했는데 만실이라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거였건만 이게 신의 한 수였네.

 

우리는 와라쿠엔보다 타카사고가 훨씬 더 좋았다.

다음에 오더라도, 기꺼이 여기에 다시 묵고 싶을 듯.

 

 

 

 

 

 

정갈한 다다미방에 여장을 풀자마자 녹차부터 한 잔.

우레시노가 원체 특산물 녹차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때마침 요즘이 녹차철이라서 올해 새로이 수확한 차,

이른바 싱싱하고 여린 신차(新茶)를 맛볼 수 있었다.

 

싱그러움과 고소함 사이를 오가는,

보드라운 맛의 우레시노 녹차.

 

그리고 이 기분을 더욱 돋우워주는 다구들.

 

 

 

 

 

 

3층 우리 방에서 내다보이는 우레시노 마을 전경.

 

우리는 방에 딸린 개별 노천탕을 굳이 고집하지 않아서

일반 방으로 예약했는데, 그 대신 이런 뷰를 받은 셈이네.

 

우레시노 강을 가로지르는 빨간 다리, 건너편의 와라쿠엔,

백로들이 수시로 훨훨 날아다니는 풍경, 아름답지 않은가.

 

보다 관광거리가 많은 벳부나, 알록달록 화려한 유후인,

혹은 산간 지방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쿠로가와 등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고, 혹자의 눈에는 심심하기까지 하겠지만

 

그래도 난 이 우레시노 마을을 매우 좋아한다.

일본 시골 온천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달까.

 

그리고 엄마의 취향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별 고민 없이 이번 행선지를 여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아, 후쿠오카 공항에서의 이동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

 

 

 

 

 

 

꼭 어딜 가야 한다고 정해놓은 바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간판 보고 여기저기 흘러들어갔다.

 

평일 오후에서 더더욱 적막하고 청아한 분위기의 신사.

 

 

 

 

 

 

우레시노 마을은 천천히 돌아도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공중 족욕탕에 앉아서 신나게 수다.

 

온천수에 담근 발은 뜨끈 노곤하고,

홍차 아이스크림은 시원 달콤하고,

엄마는 밝고 예쁘고 행복해 보이고 :)

 

내가 선물한 귀걸이와 스카프를 하고 와서 더 그런가! ㅋ

 

 

 

 

 

 

소소한 마을 풍경.

 

3일 묵는 동안 이 집 앞을 종종 지나가게 됐는데

주인이 정성스럽게 화단을 가꾸는 걸 재차 봤다.

 

 

 

 

 

 

시볼타 족욕탕에 앉아 있는데 건너편의 녹차 가게 아가씨가

뭔가 홍보를 해야겠다 싶었는지 시음차를 쟁반에 받쳐 오더라.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 기왕 살 녹차, 여기에서 살까?'

라면서 가게에 들렀다가... 내친 김에 이것저것 다 사버렸다 ㅋ

 

내 마음에 쏙 든 녹차 후리카게와 녹차 소금,

남편과 동생군에게 선물할 귀여운 녹차 모찌,

그리고 아빠에게 드릴 가장 좋은 잎차까지.

 

그런데 뭐 여행 첫날에 선물을 미리 사두는 것도 나름 괜찮더라.

어차피 한 숙소에 계속 묵어서 이동이나 패킹이 잦지도 않았고.

 

신차 향을 킁킁 맡아보는 중. 여기서 재채기 하면 안 되는데 ( '-')

 

 

 

 

 

 

짐을 숙소에 놓고 잠시 다리 건너편 와라쿠엔에 들러보았다.

원래 묵으려고 했던 데가 여기야, 라고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그런데 규모가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이 날 단체객들도 있고,

사장님도 직원들도 다소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랏샤이마세~

 

'음, 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 숙소가 더 좋은데?

정겹고 소박하고 따스해. 정말 일본 여행을 온 기분이 든달까.'

 

와라쿠엔의 아기자기한 야외 온천을 놓친 건 좀 아쉽긴 해도

하긴 나도 공감한다. 이번 여행에는 타카사고가 제격이었어.

 

그래도 와라쿠엔은 기웃기웃 구경하고 사진도 몇 장 찍어왔지.

여기는 와라쿠엔의 고급형 별채, 스이게츠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 색감을 살짝 보정했더니

녹차을 우려낸 듯한 이 느낌, 참 좋네 :)

 

 

 

 

 

 

하지만,

정말 좋은 건 이런 공간, 이런 시간이었다.

 

우레시노 강을 따라서 난 싱그러운 산책길.

알고 보니 큐슈 올레길로 이어지는 초입이었네.

 

이 조용한 풀밭에서 걷다가, 앉아서 물소리 듣고,

셀카도 찍고, 타이머 셀카도 찍고, 삼각대 셀카도 찍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랬다고. 좋았다는 소리임-_-*

 

엄마도 나도

같이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행복함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어서 참, 좋다.

 

 

 

 

 

 

엄마가 유독 마음에 들어하던, 강 건너편의 주조가 ㅋㅋㅋ

우리가 기념품으로 구입한 특산품 쇼쥬도 저 브랜드 거였지.

 

 

 

 

 

 

료칸에 묵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가이세키 정식!

 

원래 저녁 식사는 방에서 서빙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첫 날은 1층 프라이빗 룸이라길래 그런갑다 하고 갔더니

이렇게 우레시노 강을 바라보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 좋다. 좋아 좋아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게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타카사고에서 2박을 연이어 묵었기 때문에,

첫 날 저녁은 이렇게 강을 끼고 있는 프라이빗 룸에서,

그리고 둘째이자 마지막 저녁은 원래대로 우리 방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누릴 수 있게 구성해주신 거였다. 하아.

 

 

 

 

 

 

그렇다면 나마비루를 안 시킬 수가 없잖아 ( 'o')

 

나도 신나고,

엄마도 즐거워하고,

그런 엄마를 보니 난 또 보람차고,

 

이번 여행, 오기를 어찌나 잘 했는지.

 

게다가 맛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타카사고의 요리는

하나하나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답고 맛스러웠는지...

설명은 생략한다. (사실 료칸 포스팅에서 따로 할 거임;)

 

 

 

 

 

 

료칸 스테이에서 가장 포근한 시간 중 하나,

식사나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저 포근한 이부자리들...

 

 

 

 

 

 

샤워기가 딱 4개 있는 자그마한 규모의 타카사고 욕탕.

지은지 꽤 됐지만 결코 노후되거나 침침한 분위기가 아니다.

되려, 이걸 어떻게 이렇게 잘 관리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내 앞에 방금 목욕을 마치고 나간 사람이 있더라도

누가 다녀갔나 싶을 정도로 말끔하게 정리된 자리들을 보면

나 또한 그렇게 정갈하게 써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노천탕은 이렇게 작지만 깨끗하고 호젓하며 쾌적하다.

특히 우리는 주중에 도착했더니 이렇게 사람도 없고!

 

우레시노 온천 특유의 매끌매끌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밤 공기 혹은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 마시며

너무 더우면 나와서 싸리 틈새로 강 풍경도 구경하면서

 

오길 참 잘 했다, 정말 잘 했다, 

기분 좋은 말을 몇 십 번이고 되풀이해서 하곤 했다.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온천으로 내려가서 개운하게 목욕하고

유카타 입고 총총 연회장으로 내려오니 오늘의 아침식사가 :)

 

 

 

 

 

 

몇년 전에 먹어보고 그간 계속 생각나던 온천 두부.

그저 온천수에 두부를 푹 담궈서 끓이기만 한 건데도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것이 어쩜 그렇게 풍미가 좋은지,

어떻게 이렇게 포들포들 뭉글뭉글 신기한 질감인 건지,

 

이 우레시노 온센 도후 하나만 해도

여행의 보람이 이미 차고도 넘치는 거 아닐까,

라는 둥 조잘조잘 거리면서 즐겁게 식사를 했네.

 

 

 

 

 

 

호호.

 

 

 

 

 

 

이 날은 인근의 아리타 도자기 마을로 구경 가기로!

 

일본어 실력이라고는 회화책 붙들고 더듬더듬하는 정도인데

용케 우레시노에서 시외 버스 타고, 타케오 온천역으로 가서,

아리타로 가는 기차 표를 사고, 제 시간에 무사히 기차를 타고,

심지어 "이 기차가 아리타로 갑니까?" 질문도 괜히 한번 해보고,

돌아올 때도 시간 맞춰 잘 환승하고 왔으니... 이만하면 성공일세.

 

역시나 사람이 거의 없었던 타케오 온천 기차 플랫폼에서 찰칵-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미니 삼각대와 엑투의 타이머 기능 만세!

 

 

 

 

 

 

마치 액자 속의 그림 같은 창 밖 풍경.

유독 푸르른 산들과 일본 시골의 적산가옥들.

 

 

 

 

 

 

어디, 이 낯선 동네를 정처없이 돌아다녀 봅시다.

 

아리타는 그리 큰 동네는 아니지만 걷기에는 또 제법 넓고,

그렇다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편도 아니라서

관광객들은 자전거를 대여해서 구경다니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뚜벅이로 다니기로! 발길 닿는 대로 가봅시다!

 

 

 

 

 

 

여행이라는 게 사실,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니까.

평소와는 다른 풍경을 보면서, "떠나있음"을 즐기고,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과 시시덕거리는 게 여행이지 뭐.

 

사진 찍을 때는 몹시나 협조적인 우리 문여사님 ㅋㅋㅋ

 

 

 

 

 

 

본격적으로 도자기 공방 골목이 시작하면서 들떴는데

알고 보니 이건 정말이지 새발의 피에 불과했던 거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자기들의 향연...

게다가 이때가 5월 아리타 도자기 축제 직전이라서

가게마다 매대를 설치하고 제품들 쌓아두는 둥 바빴지.

 

 

 

 

 

 

어딘지 모를 절 앞에서도 신나서 셀카 한번 남겨보고!

 

 

 

 

 

 

호젓한 돌담길에서는 열심히 타이머 설정해서 또 찍고!

 

 

 

 

 

 

물론, 그릇 구경도 엄청 했습니다요...

 

 

 

 

 

 

일본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비싼) 물컵들...

 

 

 

 

 

 

14대째 장인이 운영한다는 도자기 아트샵도 들러보고...

 

 

 

 

 

 

이런 잔망스러운 소품도 "카와이!"를 외치면서 구경해주고...

(사실 이런 소품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구경하는 재미니까~)

 

 

 

 

 

 

알록달록 화려한 그릇들도 정신 없이 구경했지만...

 

 

 

 

 

 

막상 구입한 건 이렇게 담백한 소스 그릇과 종지류...

그런데 암만 봐도 내가 구입한 게 가장 마음에 드는걸!

 

여행을 추억하게 해주면서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실용적이고 손이 잘 가는 물건을 사야 한다,

는 내 신념에 지극히 잘 맞는 기념품을 산 것 같아 :)

 

 

 

 

 

 

중간중간 타이머 셀카는 계속됨미다...

여러 모로 쿵짝이 잘 맞는 모녀임 ㅋㅋㅋ

 

 

 

 

 

 

아리타에 도자기를 전파했다는 조선시대 이삼평 도공,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는 신사에 슬렁슬렁 가봤는데,

 

 

 

 

 

 

거기에서 이런 멋진 사진이 탄생해주었네.

 

오래된 돌 계단,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아리타 풍경,

그리고 어쩌다 보니 블루와 민트로 맞춰입은 옷까지,

 

우리가 이견 없이 이번 여행 베스트샷으로 꼽은 샷 :)

 

 

 

 

 

 

2011년에 출장 와서 먹어본 아리타의 명물 에끼벤,

야끼카레를 잊지 못해서 기필코 다시 먹어보려 했는데,

 

역으로 가는 길에 엄마가 장어 굽는 냄새에 유혹당해서

결과적으로는 야끼카레를 포기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난 카레를 잊지 못하고 있던지라 처음에 투덜거렸지만

"내가 평생 먹어본 장어 중 이게 제일 맛있어 ㅠㅠ" 라는

엄마의 들뜬 한 마디에 금방 마음이 누그러지고 말았다.

 

그래,

몇 년 동안 벼르던 야끼카레도 좋지만,

엄마가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이것도 보람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거야말로

내가 이번 여행을 오고 싶었던 이유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대체 불가능한 이유인 거니까.

 

그나저나 우측 사진 속의 엄마는 :

"쏘리. 근데 이거 느므 뫄이쩡." 모드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요나라, 아리타.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야끼카레 에끼벤을 먹으리라.

 

 

 

 

 

 

사요나라, 타케오.

타케오 온천도 꽤 유명한데 이번에는 우레시노에 집중할게.

 

타케오가 웅장하고 남성적이라면

우레시노는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다.

 

그래서인지 2011년 첫 방문 당시에 내 일기를 보면 :

"난 수줍고 여성스러운 우레시노에 더 마음이 간다.

언젠가는 엄마과 같이 여행 와서 온천 실컷 즐기고,

온천 두부 먹고, 아리타 구경 와서 카레 먹어야지."

 

... 라고 쓰여있다. 뭐 저래 구체적이야 ㅋㅋㅋ

저 중에서 카레 빼고는 다 이루어진 셈이다. 후후후.

 

 

 

 

 

 

돌아와서 1층으로 저녁 먹으러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방문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오늘 저녁은 방에서!

 

아마 앞서 다 설명하셨을텐데 내 일본어가 유아 수준이라;

내가 못 알아들은 거였겠지. 어쨌거나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아리타 구경 다녀와서 온천에서 푹 씻고 방에서 쉬던 차라

프라이빗 룸도 좋지만, 편하게 방에서 먹는 게 참 반가웠네.

 

게다가

첫 날에는 해물 스끼야끼에 사가규 소고기 구이가 나왔는데

둘째 날에는 소고기 샤브샤브에 해산물 구이가 나오는 식으로

메뉴도 세심하게 바꿔주는 점도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

 

 

 

 

 

 

저녁 먹고 나서는 한적한 우레시노 마을을 산책하다가

숙소 근처의 이자까야 센코쿠에 들러서 맥주 한잔 하기로~

 

 

 

 

 

 

사장님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시네 ( '-')

활활 타는 숯불 앞에서 묵묵히 꼬치를 굽는 저 장인의 자태!

 

 

 

 

 

 

만 이틀을 있었더니 어느덧 내 집 같은 타카사고...

 

 

 

 

 

 

우레시노 한일 교류 협회장이기도 한 타카사고 사장님.

짧게나마 한국어를 할 줄 아셔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마지막 날 아침 식사... 끝까지 음미해줄테다...

 

 

 

 

 

 

고마워요, 우레시노.

정말 최고의 여행지였던 그대.

 

 

 

 

 

 

그리고 3일 동안 나의 언어 중추를 지탱해준-_-*

포켓 사이즈 3시간 여행 일본어~ 뽕을 뽑았네 그려 ㅋ

 

심지어 우레시노IC에서 후쿠오카행 버스 기다리면서

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버스 시간을 앞당기는(!)

시도를 해볼 정도로 간이 커졌었다. 변경은 실패했지만;

 

 

 

 

 

 

공항에 도착해서 남는 시간 동안에 근처 쇼핑몰에 다녀오기로!

국제선 -> 국내선 -> 시내버스 이렇게 재차 갈아타야 하는지라

시간도 비용도 은근 소모되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 했다 싶어.

 

 

 

 

 

 

슈퍼에서 식료품을 꼭 사고 싶다던 이 분 때문에 ㅋㅋㅋ

어쨌거나 직원한테 더듬더듬 물어서 된장 구매도 성공!

 

스미마셍, 미소데 도코니 아리마스카-_-?

 

 

 

 

 

 

장을 보다 보니 공항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이 촉박해서

초밥 도시락과 아사히를 사서 버스 안에서 나눠먹었다. 훗.

 

어쨌거나 저쨌거나 쇼핑 미션(?)을 성공하고 나서

무사 귀환 버스에 앉아서 먹으니 이것 참 꿀맛이더만.

 

초밥은 저렴하고 내용이 실했으며, 캔맥주도 최고였지만,

사실 이 상황에서 뭘 먹은들 맛있지 않았으랴 싶기도 ㅋㅋㅋ

 

 

 

 

 

 

공항에 도착해서 짐 부치고 남은 엔화를 어찌 털까 하다가

생수 한 병에 나마비루 2잔, 그리고 자몽맛 사탕을 샀더니

돈이 17엔, 한화 가치로는 한 150원 가량? 남는 게 아닌가!

딱딱 맞아 떨어지니까 맥주가 괜히 더 맛있는 것 같고 =.=

 

이러고서 30분 후 보딩 시작하면 바로 비행기 타고 자면 돼!

이러면서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보딩이 거의 1시간 지연됨...

 

뭐, 여튼 그건 그거고,

정말 아쉬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충만한 2박 3일이었다.

 

예전부터 엄마한테 꼭 선물해주고 싶던 시간이었는데

결심이 섰을 때 더 미루지 않고 추진한 나를 칭찬해주고픔!

 

 

 

 

여행 플래닝, 숙소 결정, 숙소 개별 후기, 이동 과정 등등

개별적인 정보를 담은 포스팅은 차차 올리는 걸로 합시다 ㅋ

 

(그래도 여행 일기를 미루지 않고 올린 것만 해도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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